2005년 지속가능대상 수상 기념으로 청소년 수련관 앞에 건립한 조형물. 철거 또는 이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2005년 지속가능대상 수상 기념으로 청소년 수련관 앞에 건립한 조형물. 철거 또는 이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민선 7기 장성군의 공공조형물에 대한 예산 낭비 지적이 민선 8기에도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장성군 관내 조형물은 지난 10여 년간 우후죽순으로 설치돼 ‘혈세 낭비’라는 군민들의 비난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들 조형물은 설치할 때도 문제였지만 사후관리만도 매년 수천에서 수억 원씩 지출되고 있어 차라리 철거하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성군 캐릭터 '성장이와 장성이"
장성군 캐릭터 '성장이와 장성이"

장성군은 장성방문의 해를 맞아 8천만 원을 투입해 황룡정원 주 무대에 포토존 명목의 ‘성장’과 ‘장성’이의 조형물을 제작해 설치했다. 10월 축제 기간 일부 관람객들은 실제로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이 조형물은 군의회 예산편성 과정에서도 나철원 의원 등 복수의 의원이 설치를 반대하기도 했었지만 소수의견으로 그쳤을 뿐 안건은 통과됐다.

장성군은 이달 초에는 지난 2018년 장성의 관문인 국도 1호선상에 가로 34m, 높이 28m 크기로 설치한 ‘옐로우게이트’를 다시 도색한다며 군청 직원들과 민원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도색만으로 이 조형물에 대한 군민들의 비판이 잦아들지는 의문이다.

 

옐로우게이트
옐로우게이트

옐로우게이트, 뒤처리보다 ‘철거해야’ 목소리

10억이라는 고액의 예산을 들여 만든 장성의 관문 옐로우게이트는 설치 당시부터 예산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군민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모호한 형태에 작품 어디에서도 장성의 상징성을 찾을 수 없고, 미학적 가치도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다 가운데 설치된 조명판은 잦은 고장과 부식으로 매년 관리비만 잡아먹는 흉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장성군은 지난해까지 장성~광주 방향 4900만 원, 광주~장성 방향 5,000만 원 등 양구간 전광판 수리비로 3년간 1억 가까운 수리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하루 24시간 365일 가동되는 전광판은 전기료만 매달 100만 원가량이 지출되고 있다. 이밖에 잦은 고장을 체킹하기 위해 설치한 CCTV카메라 설치비로 1,500만 원이 소요됐다.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가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옐로우게이트는 장성과 광주를 오가는 운전자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으로 게이트 중앙에는 교통안내나 환영의 문구가 실리는데 잠시나마 이 구간을 통과하는 운전자들의 시야를 방해해 오히려 교통사고의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매년 관리비로 예산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철거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행 중 시야를 방해하기는 장성 진입구간인 고려시멘트 옆 벽면에 붙은 장성 팔경 홍보 조형물도 마찬가지다. 4억7천여만 원이 들여 설치된 것으로 군은 장성의 관문 격인 이곳에 장성을 알리고 홍보하는 환영의 의미로 설치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들 문구에 시선을 팔다 자칫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곳에 새겨진 장성팔경 중 영화마을과 홍길동 테마파크는 과연 이곳이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 논란이 된 지도 오래됐다.

골든게이트
골든게이트

골든게이트, 전남도 감사 지적도

옐로우게이트 못지않게 문제가 되는 건 일명 골든게이트라 불리는 장성군청 정문이다. 미디어파사드 기능을 갖춘 골든게이트는 2021년 설치된 시설로 14억이라는 예산이 투입됐다. 군민들은 정문 설치에 이만한 예산을 낭비했어야 했나 비판하면서 전시행정, 혈세 낭비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조형물 역시 옐로우게이트처럼 운전자나 야간 불빛으로 야간 생태계 교란을 일으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디자인이 조잡하고 군정 홍보 효과도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마찬가지로 이 구조물 역시 한 달 전기료만 50만 원 이상 지출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전남도에서 감사를 진행했고 건축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까지 받으면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은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조형물 설치로 인한 예산 낭비 논란은 2018년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장성군은 2018년 장성호 제방에 새겨진 ‘옐로우시티장성’이라는 홍보문자 조형물 설치 때부터 뒷말이 무성했다. ‘옐로우시티장성’이라는 4억 원짜리 이 조형물은 한 글자당 5천만 원으로 타 지자체 조형물보다 턱없이 비싼 데다가 바로 옆에 나란히 새겨진 농어촌공사의 ‘한국농어촌공사 장성호’ 조형물은 1,700만 원밖에 안 들었다고 밝혀 예산 낭비 의혹을 샀다.

이보다 앞서 2015년 고려시멘트에서 장성터미널 앞 지하차도까지 이어지는 오거리회전교차로(애기사과의 거리) 거리조형물은 애기사과의 거리를 조성하며 1억2천만 원을 들여 설치됐다.

2017년 군민회관 앞에 설치된 조형물 ‘되박’은 1,900만 원의 사업비가 들어갔으며 2018년엔 고려시멘트에서 터미널까지 이어지는 벽화 및 경관조성으로 22억 원이 소요됐다.

이밖에 2020년 설치된 장성공원 인공폭포는 19억 원, 2021년엔 장북회전교차로 ‘노란꽃들의 향연’ 조형물은 5억5천만 원, 황룡강변 인공폭포는 18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밖에도 2016년 청소년수련관앞 광장에 세워진 황룡폭포도 일각에서는 ‘대체 왜 세웠는지 용도를 모르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업비 2억 원이 투입된 이 조형물은 황룡의 입에서 물을 뿜어내는 작은 폭포처럼 꾸며졌는데 가로 11m, 세로 3.5m, 수로길이 30m 규모의 벽식폭포다. 하지만 당초 이곳에 있던 노인회관 등의 시설이 이전하면서 이곳은 누구도 찾지 않는 공간이 되버린지 오래다.

이들 조형물은 모두 그동안 지역 언론으로부터 예산 낭비의 주범으로 수년 전부터 지적되기도 했으나 개선되거나 철거되기는커녕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관리비로만 매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써가면서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형물 건립 시 주민참여 의무화, 건립심의위 구성

전문가들은 공공조형물을 설치할 때 사업추진 과정의 투명성 및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주민참여 심의 의무화를 통해 건립 초기 단계부터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건립심의위원회를 구성 하고,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의무적으로 규정해 건립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권고한다.

또 예산의 효율성 확보 측면에서 수억에서 수십억이 투입되는 조형물에 대해서는 사전 타당성 조사를 강화하고, 지역 경쟁력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 실시설계 전 철저한 심의를 통해 투명한 검증을 시행해야 한다.

2023년 제정된 장성군 공공디자인 진흥 조례에 따르면 총사업비 5억 원 이상인 공공공간 조성이나 10억 원 이상인 공공시설물 등의 경우, 실시설계가 70% 이상 진행되기 전에 위원회의 디자인 심의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규정돼 있어 이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전문가 참여, 공정심사제 도입해야

이밖에 디자인 및 조형물 제작 과정에 현업 예술가와 전문가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단순히 실적이나 면허만 따지는 방식이 아닌 작품성을 우선 평가하는 공정한 심사제도 도입. 단순히 ‘옐로우시티’와 ‘성장 장성’이라는 장성군의 상징성을 억지스럽게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과 자연스럽게 조화되고 군민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덧붙여 기존 조형물에 대한 보수나 도색 등의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과감한 철거나 전면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장성읍 영천리 주민 김 아무개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한 달이 멀다 하고 세워지는 조형물을 보며 군민들 혈세가 낭비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잠잠하더니 어느 순간 많아진 것 같다”라며 “금액이 많든 적든 의미 없는 조형물 난립은 이제 그만 좀 보고싶다”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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