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과 북한-이성주칼럼
월남과 북한-이성주칼럼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06.12.0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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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대에 밝은 등불의 하나였던 조선 그 등불 다시 켜지는 날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

이 시를 기억하는 노년층은 많으리라. 그러나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할 것 같아 간단한 설명을 하겠다. 1928년 인도의 타고르는 일본을 방문했었다. 이때 동아일보 기자가 타고르에게 조선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타고르는 당시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저명인사였고 간디와 함께 저항운동을 하지는 않았으나 인도와 동아시아의 ‘관용정신’을 세계에 널리 보급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제국주의 세력을 비판하고 있었다. 그는 대학을 세우고 널리 계몽운동을 펴 인도 뿐만아니라 세계의 양심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그는 조선을 방문하기가 어렵다고 하면서 동아일보 특파원에게 ‘미안한 마음’에서 시를 건네주었다.

이 시가 신문에 실리자 식민지의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던 조선인은 그야말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해방이 되고나서도 이 시는 잊혀지지 않았고 신문이나 잡지에 가끔 실렸다. 필자도 소년시절에 이 시를 읽고 감동을 느낀 기억이 있다. 그러나 6·25전쟁과 가난이라는 폐허속에서 ‘언제 등불이 켜지리’하는 허무감을 어린 가슴속에서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허무와 좌절감이 있었기에 4·19때 죽을뻔한 데모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60년대 이후 우리는 피나는 노력끝에 오늘날 경제적으로는 개인소득 2만달러를 바라보고 있고 그 지긋지긋한 독재의 아성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했다. 아직 선진국 대열에는 들어서지 못했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우리도 대망의 선진국에 올라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타고르의 시는 반도의 절반에만 해당이 되었다. 등불은 남쪽에만 켜진 것이다. 반도의 북쪽은 등불이 켜지기는커녕 아시아의 가장 어두운 암흑지대로 변했다.

지난 11월 월남의 하노이에서는 APEC회의가 열렸다. 하노이에 맹렬한 공중폭격을 퍼붓던 미국, 그 미국의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웃으며 다른나라 정사들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TV화면에 보였다. 그리고 월남의 대표들이 아시아의 번영과 평화를 강조하는 연설장면도 보였다. 한국기자들은 회의 소식과 함께 급속히 성장하는 월남경제와 활기찬 거리의 오토바이 행렬을 소개했다. 저것이 공산주의 국가의 모습인가. 10여년전에 필자는 호지민시(사이공)를 방문했다. 그리고 현지인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필자는 이들과의 대화에서 월남은 빠르게 변신할 것이라는 예감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한국군의 월남전 개입에 대해서도 ‘과거의 일’이라고 치부했고 미국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기네는 농사 이외에 무엇하나 제대로 만드는게 없다면서 공업화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엇다. 그리고 한국의 빛나는 성공을 칭찬해 주었다.

지금 중국이나 월남같은 공산주의 국가들이 고도성장을 하고 있다. 정치체제만 공산당의 1당지배이지 사실상 이 두나라는 경제적으로는 거의 시장경제체제이며 법률적으로도 사유재산권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러니까 아직 민주화가 덜 됐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구태여 공산주의라는 것을 앞세워 이들 나라를 평가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어떠한가. 열대의 숨막히는 더위속에서도 경제개발에 매진하는 월남, 이제 북한은 월남보다도 한참 뒤지는 가련한 나라로 전락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핵 보유국가? 핵이 있다해서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핵이 입에 들어가는 것인가, 잘못 가까이 했다가는 방사능만 쪼이게 된다.

북한의 지도자들이나 소수의 지배계층은 정말 암흑에서 벗어나 빛을 찾기 바란다. 수많은 동족을 굶게하고 세계적인 비난을 받으면서 당신네의 기득권이 그렇듯 중요하단 말인가. 당신들은 훗날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생각도 안하는가. 외형상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개방하고 세계의 여러나라들과 평화롭게 지내면 당신들을 괴롭힐 나라는 아무도 없다. 당신들을 지켜줄 무기는 핵무기가 아니라 당신들의 태도이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한 뒤 불과 몇 년안에 식량 생산이 배로 늘어나 먹을 것을 해결했다. 북한이 만약 중국이나 월남같은 변신을 한다면 이들 두나라보다 훨씬 빠르게 경제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남쪽의 기술과 자본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미국이나 일본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마다하고 행패를 부리는 나라. 정말 망나니를 둔 형제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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