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과 X파일
도청과 X파일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05.08.0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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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회의 권력은 정보를 필요로 한다. 당연히 권력자는 권력이 미치는 범위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알아야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조사하고 염탐하는 것이 정보수집의 주된 방식이었다. 이것은 현재에는 기계적인 방식을 사용하는 도청(eavesdropping)이라는 말로 정착한다. 도청은 원래 처마 끝 낙숫물 소리까지 엿듣는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서양과 달리 관료제가 발달한 동양에서는 체계적인 정보수집이 이루어져 왔다. 우리나라의 암행어사제도도 탐관오리를 적발하거나 민생을 살피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사실은 역모나 동향을 살피는 염탐의 역할도 주된 활동이었다.

중국에서의 이 분야 최고는 청나라의 옹정제였다. 백만의 만주족이 1억의 한족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독재를 행해야 했고 더구나 그는 35명이나 되는 형제들과의 암투를 통해 황제가 되었기 때문에 수천명의 염탐꾼을 요소요소에 심었다. 정보기관인 군기처를 통치 기반으로 삼았다. "하늘도 모르는 일을 황제는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황제는 매일 수백통의 비밀보고서를 받고 일일이 답신을 보냈다. 부패관리나 반란세력에게는 공포였지만 순기능도 있었다. 염탐꾼들은 나쁜 정보뿐만 아니라 좋은 정보도 올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관리가 갑자기 장관지위에 오르게 되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궁궐에서 자신의 예전 하인을 보고 놀랐는데 그가 바로 염탐꾼이었던 것이다. 그가 이 관리의 청렴함을 보고한 것이다. 아무튼 재위 13년간 올라온 정보 보고와 이에 대한 옹정제의 지시를 담은 ?옹정주비유지?만 112책 분량에 이를 정도였다.

그러나 이옹정제도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미국의 FBI(미연방수사국) 국장 후버다. 1924년부터 1972년 죽을때까지 무려 48년을 국장으로 재임했다. 그래서 20세기 미국내의 실질적인 최고권력자는 후버가 아닐까하는 주장도 있다.

그가 이렇게 오랫동안 국내 권력을 유지한데는 대통령을 포함한 전국민에 대한 도청을 하고 그 자료를 정리해 놓은 ?X파일? 때문이다. 그래서 1억5천9백만명의 지문을 컴퓨터에 입력시켜 놓고 수만개의 파일로 전국민을 감시했다. 그래서 그와 함께 했던 8명의 대통령은 그를 해임할 수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이런 엄청난 일을 하는 목적을 공산주의자가 미국에 들끓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잡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실제 그가 재임 48년 동안 간첩죄로 형을 선고 받은 사람은 4명뿐이라는 것이다.

우리도 지금 X파일문제로 나라가 요동치고 있다. 도청을 한 행위에 대한 처벌과 함께 내용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일은 동시에 중요한 일이다. 자칫 소모적인 논쟁으로 본말이 전도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 위기가 투명사회를 앞당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창수(시미행동 전문위원) 이 칼럼은 시민의 신문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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