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을 모독한 사람들
안중근을 모독한 사람들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05.08.0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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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시사주간지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8·15 특집으로 안중근 의사를 다루려고 하는데, 필자가 2년 전 썼던 기사를 인용했으면 한다는 거였다. 나중에 가필과 수정 작업을 거쳐 필자의 네 번째 단행본 <대한민국 다큐멘터리>(인물과사상사)에 "안중근의 10·26과 박정희의 10·26"이라는 제목으로 게재했던 이 기사는 당시 지식인 사회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안중근은 청년 학생 사이에서 뇌리가 아플 정도로 심각하게 박혀 있다. 안중근의 사진을 담은 그림 엽서와 복사지가 불령분자(不逞分子)의 가택수색을 할 때마다 나오지 않는 집이 없다."(일제시대 동아일보 기사 중에서) "학교 기숙사에서 언제나 이야기의 화제는 많은 수행원을 동반하고 기차에서 내려오는 이토를 하얼빈 역두에서 안중근이 어떤 모습으로 살행(殺行)하였는가였다."(님 웨일즈의 <아리랑> 중에서)

일제시대에 독립을 희구하던 지식인들 사이에서 안중근 의사가 최고의 슈퍼스타로 통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물들이다. 가히 "안중근 신드롬"이라 이름 붙일 만한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일제시대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해방 이듬해인 1946년 3월 26일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안 의사 순국 36주년 추모식에는 무려 10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당시 남한 인구가 1천만 명을 조금 넘겼을 때임을 감안한다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분단 정부가 수립된 이후부터 안중근 의사는 남한에서 제대로 된 역사적 대접을 받지 못했다. 안 의사를 "숭모"하기보다 도리어 "모독"해온 장면은 수없이 많은 곳에서 목격됐는데, 가장 쉽게 거론할 수 있는 것이 동상(銅像)이다. 남산에 있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찾으면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이 "태극기를 들고 서 있는 청년"의 형상으로 묘사된 안 의사의 동상. 그런데 그 동상을 제작한 김경승은 친일 경력을 가진 대표적인 조각가이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역사적 모독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안 의사의 유업을 기리는 유일한 합법적 기구인 "안중근의사숭모회"(이하 숭모회)의 태생적 한계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역대 이사장과 주요 간부의 면모를 살펴보면, 과연 숭모회가 안 의사의 독립 정신과 부합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대다수가 친일 전력을 가지고 있거나 독재정권 치하에서 고관대작을 지내며 호의호식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숭모회의 초대와 3대 이사장을 잇따라 역임한 윤치영의 삶은 안중근 의사의 그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다시 말해 안 의사가 "독립군"의 전형이라면, 윤치영은 "친일파"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오죽하면 민족문제연구소가 윤치영을 "외세와 독재권력에 아부하여 "잘 먹고 잘 산" 자의 표본"으로 규정했겠는가. 나아가 두 사람이 속한 가문은 이후에도 "항일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치욕의 금언을 현실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광복 60주년. 안중근 의사에 대한 역사적 모독을 중단시켜야 할 무거운 책임이 우리에게 있음을 아프게 직시하자.

정지환(여의도통신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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