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 초가집에 댑싸리 울타리는 박넝쿨에 얽혀 있고, 올망졸망 까맣게 길든 무쇠솥에 콩깔고 차좁쌀도 넣은 잡곡밥이 장작불에 제쳐질 때 호박잎도 밥위에 찐다. 아궁이에 남은 숯불모아 우거지 찌개 데우고 꾸덕꾸덕 마른 밴댕이도 노랗게 구어 놓고 퍼-렇게 익은 무청김치는 손구락과 입으로 이어진다. 득득 긁은 누른밥은 새우젓도 제격이다.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어도 흡족한 것은 浩然之氣(호연지기) 속에 일탈되어 있음인 즉, 부귀공명 탐내다가 오라지기 보다는 청빈한 처신이 월등한 공덕되어 천덕아니라 하오리까”라고 말했던가.
이런 집에 明月도 쉬어가고 청풍도 넘나든다. 세상탐심 떨친 마음들이 모여 푸른 하늘 은하수에 하얀 쪽배도 띄우고 고향에 돌아와 그렇게 살고지고...
이런 고향을 재현하고 싶었다. 땅을 밟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산청 정기를 받을 기회가 없다. 모든 생물이 땅에 뿌리를 박고 자라듯이 사람도 그래야 한다. 나는 16년째 시골에 산다. 일본에 유학한 디자이너의 손이 북두갈구랭이처럼 거칠어 졌다. 레스토랑에서 입다물고 먹던 호화로운 디너가 조금도 그립지 않다.
민들레 솜꽃에 순정을 바쳐 詩를 쓴다. 시골 파파할머니에게서 집장과 토장 담그는 것을 배웠다. 온천지에 산나물이 있고 이십여리나 흐르는 아우러질 냇가엔 돌미나리가 그득하다. 황토벽돌을 만들어서 집을 지었다. 기둥도 없는 황토집을 여러 채 짓고, 함실 아궁이에 장작불을 떼고 등을 지져데며 잔다. 이러한 삶이 나의 성공담이라고 자부한다면 비웃을 사람은 아마도 없겠지...
都市는 산란하고 외롭다. 전철에 탄 사람들 입은 굳게 다물렸다. 지쳤는지 눈을 감고 있다. 핸드폰이나 울려야 산사람 같으다.
시골 生活을 하면서 나는 교양과 명예의 탈바가지를 쓴 모순된 습관들을 고쳐나갔다. 반성하고 결심해도 잘 안되는 자아(自我). 감당하기 힘들었던 또 하나의 내가 흙을 만지면서 순화된 듯 마음이 평온하다.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비우고 自然의 엄청난 地水火風의 힘을 깨닫고 天地神明의 조화로운 메시지를 風伯(풍백)에 싣고 飛廉(비렴, God of the winds)되어 많이 상한 세상 고쳐나가자는 지저귀는 새소리가 되어야 한다.
황토연구가 김정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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