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처럼 정겨운 비단 골짜기
고향처럼 정겨운 비단 골짜기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03.08.2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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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면 문암리 금곡마을


















흙돌담 너머 짙푸른 나뭇잎 사이로 흩어지는 햇빛이 눈부시다. 축령산 기슭 막다른 골짜기 햇볕 잘드는 동향 마을. 일명 "영화마을"로 불리우는 북일면 문암리 금곡(錦谷)마을이다.

신흥-고창간 국도를 타고 가다 "영화민속촌" 이정표를 따라 꼬불꼬불 산길을 돌아서면 갑자기 탁 트인 계곡이 나타난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펼쳐지는 한폭의 그림에 아!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듯 50~60년대의 산골마을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황토 흙벽에 초가지붕, 나지막한 돌담과 돌담길, 마을 초입의 당산나무, 고인돌, 연자방아, 계단식 논자락이 정겹기 그지 없다. 우리가 자란 시골 풍경 그대로다.

그리고 해맑은 동심(童心)이 있다. 마을에서 만난 두 아이가 신이 나 길을 안내한다. 저만치 뛰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으로 햇살이 부서진다.

금곡마을은 영화 <태백산맥 designtimesp=10471>, <내마음의 풍금 designtimesp=10472>이 촬영된 곳이다. 영화 <내 마음의 풍금 designtimesp=10473>에서 늦깎이 초등학생으로 총각 선생님 수하(이병헌)을 짝사랑했던 주인공 홍연(전도연)의 집이 이 마을 안에 있다. 60년대를 배경으로 가난했지만 순수함과 따뜻함이 있었던 강원도 어느 산골마을 사람들의 질박한 삶을 그린 영화 <내마음의 풍금 designtimesp=10474>은 점차 잊혀져가는 고향의 정취와 추억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되살려 현대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홍연(전도연)의 애틋한 첫사랑의 순수함이 배어나는 곳, 영화 속 배경이 되었던 그림같은 산골마을이 바로 이 마을이다.

우리고장 출신인 임권택 감독은 "해가 떠서 해가 질 때까지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마을의 정취와는 어울리지 않게 간혹 눈에 띄는 시멘트 벽돌과 슬레이트 지붕, 슬라브 양옥집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금곡마을은 축령산(옥녀봉)의 동쪽 해발 200m에 위치한 마을이다. 산으로 둘러 쌓여있어 외부에서 보이지 않으며 솔재-옥녀봉-문수산 능선을 경계로 북쪽과 서쪽은 고창군과 접경한다.
성촌시기는 정확히 알수 없으나 조선시대엔 한지를 생산하는 지소가 많아 사람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지소는 1960년대까지 존재했었다. 6.25때는 이 마을 청년 30여명이 국군에 의해 사살되기도 했다. 70년대 이농현상으로 거주민이 줄어 현재는 25호가 살고 있다.

마을을 금곡(錦谷)이라 한데는 설이 많다. 종이를 많이 생산해 종이를 비단으로 여겨 "금곡"이라 했다는 설과, 옛날엔 이곳을 "검은골"이라 불렀는데 "검은골"이 "금골"로 또는 "금곡"으로 변했다는 설. 마을 뒤산의 모양새가 쇠금자(金)로 생겼기 때문이다는 설 등이 있으나, 이 마을 골짜기 발닿는 곳마다 비단처럼 아름다워 "금곡"이란 이름이 어울리는 듯하다.

마을 동쪽엔 장성군청 변동해씨가 지역민들의 휴식처로 제공하기 위해 지은 <세심원 designtimesp=10485>이 있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향기 그윽한 녹차 한 잔 마시면 세파에 지친 몸과 마음이 깨끗이 정화되는듯 하다.

이곳 금곡마을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것은 마을 뒤편의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으로 유명한 축령산 휴양림이다. 약 300만평에 달하는 면적에 하늘을 찌를듯이 시원스럽게 뻗은 편백나무, 끊어질듯 이어지는 황톳길이 서삼면 모암리까지 이어진다. 마치 원시의 자연림같은 인공림. 싱그러운 공기와 깊은 숲속의 푸른 내음에 취해 삼림욕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사유림이었던 이곳은 순창 출신 고 임종국(1915~1987)씨가 1956년부터 세상을 뜨기 전까지 사재를 털어 친자식처럼 가꾸어 온 곳. 전 재산을 쏟아 붓고도 빚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소유권이 넘어가고 87년 자신은 월세방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지만... 숲과 나무를 사랑한 한 사람의 열정과 생이 바쳐진 곳이기에 더욱 뜻깊은 곳이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태백산맥 designtimesp=10492>에서 빨치산의 후퇴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었으며 2000년 "보전해야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었고, 2003년 마침내 산림청이 이곳을 사들여 "고 임종국 조림지"로 이름짓고 숲을 보전하기로 했다.

지난해 임권택 감독이 영화 <취화선 designtimesp=10495>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계기로 전라남도와 장성군은 이곳 금곡마을 일대에 영화 세트장과 휴양시설 등을 갖춘 대규모 영화촌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이고장 출신 "국민감독"의 예술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라니 무척 바람직한 일이 아닐수 없다. 마을에서 만난 주민 문은숙(여.29)씨는 "영화촌 건립은 마을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지요"라며 "사업이 끝까지 잘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예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겨운 옛 고향의 모습들이 자칫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본래의 모습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전시를 위한 민속촌의 그럴듯한 집보다는 풋풋한 사람 살아가는 냄새나는 곳이 좋다.

석양이 물든 금곡마을 한 초가에선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금곡마을의 재미있는 지명들

옥 녀 봉: 마을 뒷산, 이곳에서 천룡제를 지내 천룡등이라고도 부른다.
먹 골: 투구봉 밑에 있는 골짜기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다.
도 장 골: 옥녀봉 밑에 있는 골로 골이 깊어 도둑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도 둑 골: 병풍바위 밑에 있는 골로 산적들이 살았다고 한다.
지 방 골: 선밭등 밑에 있는 골짜기로 옛날에 이곳에서 한지와 질그릇을 만들었다.
난 지 등: 마을 남쪽 등성이
도지박골: 난지등 너머 민재로 가는 골짜기
개 미 등: 마을 앞들. 개미가 많아서 개미등이라 했다는 설과 개미처럼 부지런히 노력하여 일군 논이라 하여 개미등이라 했다는 말이 있다.
밥 곰 태: 도장골 밑에 있는 들. 농사가 잘 되어 사람이 거두어 들이는 것보다 땅바닥에 떨어지는 곡식이 많아 썩어 밥곯태, 밥곰태로 불렀다는 설과 흉년때 밥한그릇과 이곳의 논을 바꿨다고 하여 밥곰태라 했다는 설이 있다.
용둠벙: 술박골에 있으며 용마가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있다.
병풍바우: 도둑골에 있는 병풍처럼 생긴 바위
선 바 우: 선밭등에 있는 입석. 여자바우라고 한다.
망득거리: 마을 남쪽에 있는 곳으로 동제가 끝나면 이곳에서 줄다리기를 했다.
해 갈 터: 마을에서 옥사동으로 가는 길에 있다.
술 박 골: 마을 동쪽 제암마을로 가는 골짜기
들 독 골: 위투쟁이라고도 부르며 마을에서 서쪽으로 7~800m 떨어진 골짜기
세 가 구: 마을에서 서북쪽으로 300m 떨어졌으며 3가구가 살아서 ‘세가구’라 한다.
텃 골: 마을에서 동북쪽으로 200m 떨어진 곳으로 오래전에 폐촌되어 터만 남아 있다.
점 골: 마을에서 동남쪽으로 100m 떨어진 마을터

(자료제공: 장성문화원)

<마을의 역사와 유래 designtimesp=10533>
글/변중섭. 사진/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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