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사발 만들기 11년, 옛 장성백사기 그대로 재현할 터
막사발 만들기 11년, 옛 장성백사기 그대로 재현할 터
  • 김은정기자
  • 승인 2003.12.23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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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면 <희뫼공방>의 김형규씨









장성에서 터를 잡은지 6년. 아직 사람들에게 알릴 간판 하나 없는 곳이지만 <희뫼공방>이란 어엿한 이름도 있다.

삼계면 주산리에서 <희뫼공방>을 운영하는 김형규(36)씨는 일찍이 국악에 관심과 소질이 있어 전국 곳곳을 돌며 소리를 배우는 터였다. 경남 통도사에 있을 때 그곳 스님으로부터 우연히 배운 막사발이 그의 운명을 바꿔놓을 줄이야.

이후 2년간 광주 양동의 행복재활원에서 지체장애우들과 그릇을 만들며 봉사활동을 해오다 임곡, 장성, 함평 등지의 그릇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중의 장성의 백사기는 조선시대 유생들이 썼던 그릇으로 당시에도 주문으로 만들어진 장성 고유 사발이다. 깨끗하고 간결하며 군더더기가 없는 것이 특징으로 경상도의 막사발과는 색조에서 그 차이가 있다.

“색의 차이는 흙의 차이때문이죠. 도자기는 3대에 걸쳐 한 작품이 나온다는 말이 있어요. 한 점의 그릇을 만들기 위해 내 세대부터 시작할 겁니다.”

그는 장성백사기의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해 옛 가마의 위치 등을 찾고, 도공들을 찾아가 배우기도 했다. 이 시대에 못하면 맥이 끊길 것 같아 지금이라도 해야한다는 사명감 비슷한 의무가 든다고 한다.

도자기 배우며 만난 아내와 지금은 어리지만, 소질이 있어보이는 아들들. “나 때문에 가족이 희생하는 것이 안타깝죠.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모든 걸 이해하고 돕는 아내가 항상 고마울 따름이죠.”

그는 사발 하나에 인생을 담는다. 봄부터 가을, 겨울까지 변해가는 자연의 모습을 보며, 유년의 기억을 되살린다. 때론 장독대위의 정안수도 되고, 옛아낙의 우물가 버들잎 띄워 손에게 주는 물그릇이 되기도 하고, 때론 농부의 시름을 달래는 걸죽한 막걸리 한사발 담는 그릇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하나 하나가 전부 사랑스럽다.

속세를 떠나 한적한 곳에서 그릇만 만들며 살고 싶다는 그는 가스가마가 아닌 장작가마로 사발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태청산에 옛 분청가마터가 있다. 그곳에 터를 잡고 장작가마로 그릇을 만들고 싶다.”

그러나 장작가마 하나를 만드는 데 3천만원이 넘게 드는 비용을 감당한 능력이 그에게는 없다. 장성에도 24개 가마터가 있는데, 그곳을 복원해 옛 선인들의 도자기 공예를 다시 되살리고 싶은 바램도 있다.

“전시회도 갖고 싶어요. 꼭 정해진 공간에서 하는 것보다 일반인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하고 싶어요. 그러다 가져가면 말구요.” 그가 피식 웃는다.

한번의 손길로 기교없이 만들어지는 막사발. 그런데도 흠잡을 데 없는 조화를 이루며 자연적이고 이웃사촌같은 편안함을 가진 그릇. 그것이 막사발의 매력이다.

막사발의 매력에 빠져 장성에 내려와 직접 흙집을 짓고 터를 잡은 야심찬 젊은이. 장작가마터만 만들어지면 뜻있는 사람들과 사발을 만들며 그곳에 묻히고 싶다는 그는 그 꿈을 위해 한 발 한 발 서서히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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