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전문가들의 조언
농업전문가들의 조언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04.11.1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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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3일, 화창한 토요일 토고미마을을 다녀왔습니다. 마무리할 보고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은 가볍지 않았습니다. 갈 형편이 못되었지만 꼭 가야할 일이기에 집을 나섰습니다.

마을에서 농림부장관을 비롯해 이어령 전장관,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님 등 자문위원들의 방문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물론 장관님은 일정때문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여러 자문위원들이 오셨습니다.

토고미마을은 농림부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으로 선정되어 앞으로 3년간 70억원 정도가 투입될 예정이며, 이사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농림부에서 원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각 마을을 직접 방문해 방향과 아이디어를 자문해 주는데, 어제가 그날이었습니다.

전체 계획은 농업기반공사에서 맡고 있는데. 저는 기본계획을 수립하는데 전체는 아니고 "기본구상" 부분을 자문해왔습니다. 어쨌든 계획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참석해달라는 농림부의 요청도 있고, 그렇지 않아도 당연히 참석해야 하지만...가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서 계획서 전체를 처음 보게 되었지만, 계획서도 문제가 없지 않더군요. 특히 투자계획부분은....그래서 어떤 지적이 나올까 궁금하기도 하고 다소 긴장도 되었지요. 발표는 계획을 맡은 농업기반공사 김종명팀장이 하셨습니다.

이어령 전장관, 소설가 조정래선생,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장명국 내일신문사장, 건축가 정기용선생, 충남대 박진도교수님 등 여러분들이 오셨더군요. 마을을 한바퀴 그야말로 휭하니 둘러보고 군청 회의실에서 계획에 대한 짤막한 발표가 있은후 돌아가면서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짧은 시간에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주시더군요. 그런면에서는 역시, 내공이 대단하신 분들이었습니다.

이어령 전 장관님은 역시 아이디어가 정말 풍부하시더군요. 주로 프로그램(program)이 없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문국현 사장님은 목표설정이 부족하다는 지적, 이형모 사장님은 농업분야도 혁신경영이 필요하고 따라서 교육이 중요하다. 장명국대표는 계획은 세우되 우선 실천할 수 있는 것 부터 작은 것이라도 실천에 옮겼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정기용선생은 보고서에 현실적인 내용을 담았으면 한다. 또 또다른 새마을 운동이 안되었으면 좋겠다. 경관에 대해서도 한말씀했는데...박진도 교수님은 미래모습이 잘 안보인다. 뭘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셨고, 조정래선생은 진짜 농촌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했다. 아예 세부계획을 다시 세우라고 하시더군요. 정명호 단국대 석좌교수님은 문화를 좀 가미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요약하자면 "특화된 것이 없다. 누구도 못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업은 단계적으로 전략적으로 추진해라" 뭐 이런 의견이었습니다. 특히 경관문제에 대한 지적이 많더군요. 또 평소 저의 생각처럼 지역에 있는 자원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붙여 나가야 특화할 수 있다는 얘기해 주셨습니다.

좋은 의견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만 저 나름대로 그분들의 말씀을 들으며 몇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첫째, 외지에서 오신분들은 우선 농촌경관문제를 많이 지적하는데요. 지저분하다. 울타리를 도시적으로 꾸미지 않느냐...등등 농촌다움을 살려야 한다...그런데 도대체 "농촌다움"이 어떤 것입니까? 농촌엔 모두 돌담을 쌓고 호박넝쿨을 올려야 할까요? 그것 또한 철저히 도시적 생각이 아닐런지요?

둘째, 소득이 전제되지 않는 계획은 외면받을 것입니다. 경관문제도 중요하죠.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 해결되지 않는데 아름답게만 만들면 도시민이 올거라는 생각은 이견 맞는 듯 하지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실천에 나서게 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셋째, 대체로 도시민, 전문가의 시각으로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지적인데요. 주민들의 눈높이를 아시는지....마을을 가꿔가는 주민들의 눈높이는 아직 저 아래인데 자꾸 높은 얘기만 해서...그렇게 가야한다는 당위적 차원이라면 좋은 얘긴데. 주민들을 설득해 일을 해야 하는 이장이나 저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무릎을 꿇고 주민들 눈높이를 맞춰 유치하게 보이더라도 하나씩 실천해가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입니다.

오늘의 농촌공간과 경관은 농촌구성원들의 현재의 라이프스타일과 안목이 자연스럽게 표출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자체가 우리의 농촌경관이고 농촌다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삶의 방식과 안목이 높아지지 않고 지원금으로, 외부설계대로 돈들여 담장 고치고 페인트 칠해봐야 또다시 새마을 운동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자문회의는 참으로 유익했습니다. 고수들에게 한수 배웠습니다. "작은 것이 큰 것이다", "지역에 다시 주목하라", "농촌이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등등 자문위원님들의 말씀이 기억에남습니다. 평소 저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계획을 만들다보면 보고서란 형식에 담지 못한 현실적인 얘기도 많은데, 앞으로 마을계획보고서는 일반 개발계획보고서와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우리사회에 저명하신 분들이 농촌에 관심을 가져주는 그 자체가 감사한 일입니다.
강신겸박사(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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