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위기와 농촌개발의 새로운 방향
농촌의 위기와 농촌개발의 새로운 방향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04.11.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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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화와 농촌의 위기
우리 농촌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농업은 개방화 국제화 물결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농가는 감당하지 못할 규모의 부채더미와 불안정한 소득구조 속에서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농촌환경은 무차별적인 난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농촌공동체는 과소화와 노령화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빚어졌을까? 농촌은 단순히 식량생산기지, 공산품의 내수시장, 값싼 노동력 공급기지라는 경제성장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농촌개발정책은 농업이 농촌을 대표하는 즉, 농업이 곧 농촌이라는 시각에 입각한 정책이었다. 따라서 ‘농업생산성의 증대=농촌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농업구조와 생산성 등 농업정책을 중심으로 추진해 왔다. 결국 농촌개발정책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루과이라운드(UR)이후 ‘92년부터 2004년까지 농어촌구조개선사업 42조, 농어촌특별세사업 15조 등 57조가 농업농촌에 투자되었다. 덕분에 농업생산성이 향상되고 농촌 도로망 등 인프라 확대, 농촌주민의 생활환경개선 등 긍정적인 변화도 없지 않았다.

농촌위기의 본질

이러한 외형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하드웨어중심의 농촌개발로 컨텐츠와 소프트웨어 개발은 미흡했다. 결국 실질적인 농업소득의 증대와 농촌활성화에는 실패했다. 하향식 사업추진으로 농촌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부족했고, 환경변화에 대처할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지 못했다. 정부는 정책설계에 의해 수백개의 정책사업을 양산하고 보조금과 특혜 금융자금으로 농업생산자가 참여하도록 유도하여 농가부채만 늘어나는 등 오히려 역기능 초래했다. 그 결과 농촌주민들은 비전과 자신감을 잃었고 정부에 대한 의존만 심화시켜 왔다.

급기야 정부는 2004년 ‘농업농촌특별대책’을 발표하면서 농촌개발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농촌관광과 도농교류 기능을 확대하고 교육, 의료, 문화기반을 확충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업위주의 농정, 설계주의 농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촌개발 문제를 하드웨어 중심의 공간적인 문제에 한정하고 있어, 개방과 경쟁에 끊임없이 변화해 나갈수 있는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설계는 미흡하다. 결국 현재 추진중인 119조 투융자사업도 과거처럼 양적, 획일적 개발을 반복 재생산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제 농촌개발분야도 시장경제원리가 작동되도록 하고, 정부는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함에도 여전히 정부가 사업을 주도하거나 권유하고 있다. 정책수요자인 농촌주민 스스로도 정부가 주도하기를 희망하는 측면도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농촌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농촌활성화의 방향

앞으로 농촌이 풀어야할 핵심과제는 ‘어떻게 농촌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농가 소득을 증대하고, 나아가 농촌 지역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가’로 요약할 수 있다. 그동안 ‘농업=생산’, ‘농촌활성화=농가소득 증대’라는 고정관념과 다른 발상이 필요하다.

첫째, 지속가능한 농촌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을 지향해야 한다. 소득증대를 통한 경제적 지속성, 삶의 공간으로서 사회적 지속성, 풍부한 어메니티를 유지?보전하는 환경적 지속성을 강화시키는 균형잡힌 개발이어야 한다.

둘째, 새로운 기능을 받아들이기 위한 농촌공간의 복합개발전략과 토지이용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농촌공간은 더 이상 농민과 농업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농업인은 물론 비농업인의 거주공간과 휴양공간, 새로운 산업공간으로 농촌의 기능을 재설정하고 농촌개발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농업경영 다각화를 지원하는 농촌개발이 필요하다. 인프라 정비나 정주환경 개선등 하드웨어적 개발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농업육성, 농식품의 상품화, 농촌어메니티자원의 발굴, 농촌관광활성화 등 새로운 소득원과 농촌개발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넷째. 지방자치단체 역할과 주민참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계획수립과 사업수행을 담당하는 지자체의 리더십(leadership)은 물론, 농촌개발 사업의 집행과 결과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역량 개발이 요구된다.

농촌, 위기는 새로운 기회

농촌을 둘러싼 환경변화는 예측을 넘어서는 폭과 강도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주도의 획일적이고 설계주의적인 농촌개발방식으로는 급변하는 개방과 경쟁환경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농촌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변화하는 만큼 주민중심, 시장중심, 소프트웨어 중심의 농촌개발로 전환하여 다양한 성공모델이 나올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의 위기는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오늘의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기능과 역할을 수용할 수 있도록 농촌개발의 목적과 방법 모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신겸박사(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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