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 헐라고 찍는 거시여?”
도리깨로 열심히 콩깍지를 때리고 있는 황룡면 아곡리의 이동일(72)씨. 아곡리 토박이인 그는 내치는 손놀림이 제법 유연하다. 도리깨질만 수십년이라고.
“도리깨질 선수뽑을라고 그려?”
이렇게 말하는 그는 도리깨 선수대회가 있으면 꼭 알려달란다. 마당엔 켜켜이 쌓아놓은 벼가마니, 열댓 마리는 됨직한 개들이 눈을 부라리며 컹컹 짖는다. 조금 있으려니 프라이드 차 한대가 들어와 앞뒤로 몇 번 왔다갔다하며 콩까는 일을 돕더니 이내 사라진다. 이웃집 사람이라고 했다.
“차로 하믄 콩이 다 깨져 부러. 콩까는데는 도리깨질이 최고제.” 이내 도리깨질을 다시 시작한다.
도리깨를 처음 보는 사람은 그것이 ‘도리깨인지, 고로께인지...’ 이름조차 생소하다. 옛 시골에서는 여느 집이나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귀한 물건이 되고 말았다. 콩깍지를 뚫고 나온 누런 콩들이 혹여나 밟힐까 아이들은 종종 꼿발을 딛고 걷는다. 이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도 시골의 향수를 고스란히 기억할 것이다.
어릴 적 고향의 아련한 향수를 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아는 사람만이 느낄 것이다.
저작권자 © 장성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