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4.03.18 14:09
  • 호수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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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孫賈問曰(왕손가문왈,) 與其媚於奧(여기미어오), 寧媚於竈(영미어조), 何謂也(하위야), 子曰(자왈), 不然(불연), 獲罪於天(획죄어천), 無所禱也(무소도야).

왕손가가 물었다. “()에게 아첨하느니 차라리 부뚜막신에게 아첨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말입니가까?” 공자가 말했다. “그렇지 않다.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

왕손가는 위나라 대부(大夫)를 지낸 사람으로 당시 최고의 권력자였다. 공자가 위나라에 갔을 때 위나라 영공(靈公)보다 권신(權臣)인 자신에게 잘 보이라는 뜻으로 위와 같이 공자에게 물은 것이다. 여기서 오()는 위나라 영공이고 부뚜막신은 왕손가 자신을 의미한다.

()는 한자로 아랫목, 안쪽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가장 높은 관리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는 밥을 짓는 부엌으로 중국에서는 부엌신(조왕신)에게도 제사를 지냈다. 집안의 가장 중요한 신을 모신 곳은 사당이고, 집안의 일부분인 부엌을 관장하는 것은 조왕신인데 사당에 모신 신이 아니라 조왕신에게 비는 것이 낫다는 말은 한마디로 높은 사람을 찾아 아첨하느니 차라리 직접 일을 맡은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실무 담당자가 반대하면 일을 풀어갈 수 없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나 보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엌은 여자인 안주인이 맡고 있기 때문에 왕에게 통하기 위해 황후나 황후 주변의 인물을 뜻한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우리 속담에 베갯머리 송사라는 말이 있는데 권력이 있는 사람에게 중요한 부탁을 할 때는 그 아내가 베개를 함께 하고 있을 때가 가장 잘 통한다는 말이다. 요즘 용산의 대통령실을 떠올리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자는 노나라 사람으로 56세까지 노나라에서 살다가 위나라로 건너가 영공(靈公)에게 벼슬을 하며 정치에 대해 논하였다. 그 때 왕손가를 비롯한 신하들의 미움을 사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위나라를 떠났다.

맹자에 순천자존, 역천자망(順天者存 逆天者亡) 즉 하늘을 순종하는 사람은 보존되고 하늘을 거스르는 사람은 망한다는 말이 있다. 하늘은 우주를 주관하는 신일 수도 있고, 진리 또는 대의를 뜻하기도 한다. 따라서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는 말은 '진리를 거스리거나 대의를 따르지 않으면'이라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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