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選良)
선량(選良)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4.03.18 14:02
  • 호수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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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300명 선량을 뽑는 4월 총선이 이십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을 대표하여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하는 국회의원들을 흔히 선량’(選良)이라고 부른다. ‘가려 뽑힌 뛰어난 인물이라는 의미로 존경과 기대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국회의원들을 이렇게 불렀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선량의 유래는 중국 한()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나라에는 지방관리가 지역의 우수한 인물을 선발하여 조정에 천거하는 향거리선제(鄕擧里選製)라는 관리임용법이 있었다. 지방행정구역이 군---리의 순이었던 데서 향거리선이란 이름이 비롯되었다는 설이다. 선발 기준은 효렴(孝廉)과 현량방정(賢良方正)이었는데 글자 그대로 효성이 지극하고 청렴하며 경학(經學)에 밝고 품성이 어질며 행동이 방정한 사람을 뽑은 것이다. 이렇게 뽑힌 사람을 선량이라고 했다 한다.

조선 중종 때 숨은 인재 발굴을 위해 조광조 등의 건의로 신설된 현량과(賢良科)도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제도 역시 학문과 덕행이 뛰어난 관리를 선발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처럼 선량은 관리에 등용되거나 과거에 합격한 걸출한 인재들을 가리키다 현대에 이르러 국회의원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국회의원들을 선출된 양인(良人)이란 존경의 뜻으로 부른다는 것이 왠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은 그만큼 의원들의 이미지가 나쁜 탓일 게다. 놀고먹는 국회, 만성적인 당리당략, 범인(凡人)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 무지한 발언과 각종 비리연루, 해외 토픽의 소재가 되어버린 집단 몸싸움 등 그동안 정치 후진국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며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린 결과이니 비난을 들어도 싸다 하겠다. 오죽하면 한강에 사람이 빠졌을 때 물이 오염되기 전에 국회의원을 제일 먼저 건져내야 한다는 우스갯 비아냥 소리가 나왔겠는가. 하지만 이러한 지탄의 이면에는 그들을 선출한 유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한다. 양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람을 여의도로 보낼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 국민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정치를 바꾸는 힘은 정치인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있다는 깨어있는 의식으로 투표장에서 용기있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1인 헌법기관이다. 입법활동 보장을 위해 불체포특권, 면책특권을 누리며 의전 혜택도 많다. 연간 15천만원대의 세비와 수당 등을 받고 입법 활동비, 정책자료 발간비 명목의 의원 1인당 예산은 1억원이 넘는다. 4급 보좌관부터 인턴까지 총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는 등 우리나라 국회의원 특혜·특권은 무려 180가지가 넘는다. 실로 어마어마하다.

다가올 22대 국회의원 당선자가 이같은 대우와 예우에 걸맞는 몫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 언감생심 무리라면, 기대치의 근처에라도 다가가는 인물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당선된 뒤에 다음 선거를 생각하는 정치꾼(政治)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진정한 정치가(政治家)를 만나고 싶은 마음하며 쌈박질을 하더라도 멋있게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은 지나친 사치인가. 이래저래 22대 국회에는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받은 선량다운 선량들이 입성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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