我愛其禮(아애기례)
我愛其禮(아애기례)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4.03.11 15:58
  • 호수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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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貢欲去告朔之餼羊(자공욕거고삭지희양) 子曰(자왈), 賜也(사야), 爾愛其羊(이애기양), 我愛其禮(아애기례). 자공이 고삭에 쓰는 희생양을 폐지하려고 하자 공자가 말했다. “사야, 너는 그 양을 안타따워 하지만, 나는 그 예가 사라질까 안타깝다.”

()는 자공의 호다. 고삭(告朔)은 제후들이 매월 초하루 사당에 제사 지내는 것을 말한다. ()는 고삭을 지낼 때 양을 잡아 삶지 않은 생양을 말하는데 희()자와 같은 글자다. 희생양(犧牲羊)은 여기서 나온 말로 고삭을 위해 죽은 양이라는 뜻이다.

주나라 때부터 매월 초하루마다 지내던 고삭은 공자의 시대에는 전통방식대로 행해지지 않았다. 제후가 참여하지 않고, 사당을 관리하는 유사(有司)가 양을 바치며 형식적으로 제사를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을 잡아서 삶지 않고 제사를 올리는 풍습은 지금도 봄과 가을에 향교나 서원에서 향사(享祀)할 때 그와 같이 하고 있다. 일부 서원에서는 양 대신 돼지머리를 올리기도 하는데 이때도 돼지를 삶지 않고 생으로 올린다.

자공은 제후 등이 참여하지 않는 형식적인 고삭에서 양을 바치는 것은 낭비가 되고, 양이 죽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공자가 마음 아프게 생각한 것은 예가 사라지는 것이다. 비록 형식적이나마 양을 바치는 형식마저 폐지해 버린다면 그런 예는 영원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공자가 예라고 하는 형식을 중요하게 여긴 것은 형식이란 내용을 담는 그릇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공자는 예라고 하는 형식에 인()이라고 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한 것이다.

한 제자가 스승에게 예를 갖추지 않아 그 이유를 묻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인데 전 마음으로 이미 존경을 표하였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다음날 대중들이 모여 밥을 먹는데 그 제자의 밥그릇은 놓여 있지 않았다. 제자가 왜 자신의 밥그릇은 없냐고 따지자 스승이 너에게는 이미 마음으로 밥을 주었다고 했다는 말이 있다. 형식과 내용은 결코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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