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관(醫官)들의 황당한 파업
의관(醫官)들의 황당한 파업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4.03.05 11:00
  • 호수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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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77월 내의원 의관들이 파업에 들어갔다. 의관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왕을 문후(問候)하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였고, 정조는 그 이유를 물었다.

의관들은 자신의 자식을 능욕한 의녀(醫女)들을 곤장으로 치고, 귀양을 보내 달라고 했는데 형조(刑曹)에서 율문에 없다며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조는 관비에 불과한 의녀가 품관인 의관에게 욕한 것은 기강에 문제가 있다며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형조판서 권엄이 임금에게 나아가 아무리 천한 의녀라고 율문에 없는 형률을 억지로 시행하면 남들이 무어라 말하겠느냐. 의녀가 의관의 자식을 능욕한 죄로 유배를 간다면 의녀가 의관에게 직접 욕하면 어떤 죄를 더 할 수 있겠냐?"고(승정원일기,1797,7,5) 따졌다

사실 의관을 능욕했다는 것은 15명의 내의녀 모임에 의관의 아들 하나가 나타나 한 의녀의 머리채를 잡고 구타하여 의녀들이 이를 뜯어말린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정조는 두 명의 의녀를 평안도와 황해도로 유배하여 관비로 귀속시키고, 임신한 두 명의 의녀를 제외한 나머지 의녀들에겐 곤장 100대와 80대를 때렸다.

조선시대 의녀는 여자의 신체를 남자 의사에게 맡길 수 없다는 유교의 내외법이 탄생시킨 직업으로 태종 6(1406) 관비 중에 똑똑한 어린 여자 10명을 뽑아 맥을 짚는 법과 침과 뜸을 놓는 법을 가르치면서 시작되었다.

그 후로도 각 지역의 관아에서 의녀 후보를 뽑아 제생원에서 의서(醫書)를 가르치고 실습을 하게 한 뒤 각 지역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의녀가 확대되었다. 조선시대 이비인후과 의사로 탁월한 실력을 보인 장덕과 그 제자 귀금이 있었고, 중종의 임종을 지킨 대장금이 대표적 의녀다.

의녀의 업무는 궁궐에서 여자들의 질병치료를 담당한 내의(內醫)와 간병의로 나누기도 하고, 맥을 짚는 맥의녀와 약을 처방하는 약의녀 그리고 침을 놓는 침의녀로 구분하기도 한다.

의녀들은 많은 의서를 익힌 전문가이지만 대부분이 관비 출신이라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였다. 연산군은 의녀들을 기녀로 취급하여 여러 유흥에 불러내었고, 일부 의녀들은 양반의 첩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에 비해 의관은 대부분 중인 신분들이 잡과를 통해 등용되어 최고 정3품까지 오를 수 있었다. 따라서 의관들은 같은 의사지만 의녀들을 신분상 천하게 여겼으니 의사가 간호사를 같은 의료인으로 대하지 않은 것과 같다. 17977월 내의원 의관들의 파업은 의녀들의 기강을 잡기 위한 핑계였고, 정조는 의관들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전국의 전공의들이 휴학계를 내고 파업에 들어갔다. 대학병원에서는 수술 대기 환자가 수술 날짜를 잡지 못하고, 일부 입원 환자들은 일반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고 한다.

먼저 사전에 철저한 준비도 없이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의대 입학정원을 무려 2천 명이나 늘리겠다고 하는 윤석열 정부의 구멍가게식 국정운영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의료 소외지역에 의사들이 가지도 않거니와 인구가 줄어드는 20년 후에는 의사가 과잉공급된다는 의사협회의 주장도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정부가 의사 수만 늘릴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개선하여 의료취약지역과 필수의료인력확보를 추진해야 한다. 현재 정부와 전공의의 대립을 보고 있는 국민은 의사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하고, 정부는 의사들의 면허권을 갖고 전공의를 겁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공백을 간호사 투입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간호사법 제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이 법에 없는 간호사의 의료행위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는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를 취소하고, 전공의는 합리적인 정원 확대를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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