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틀막 귀틀막
입틀막 귀틀막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4.02.26 23:02
  • 호수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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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진보당 강성희 국회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윤석열 대통령님 국정기조를 바꿔야 합니다라고 소리쳤다가 대통령실 경호원들에게 입을 틀어 막힌 채 사지가 들려 행사장 밖으로 쫓겨났다. 현직 국회의원이며 대통령에게 어떤 위험한 행동도 가할 상황이 아닌데도 정치를 똑바로 하라는 말 한마디에 강성희 의원은 개 끌려가듯 입을 틀어 막힌 채 대통령 경호원들에게 들려나갔다.

214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 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공계 석`박사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연구비를 주겠다고 발언하자 졸업생 신민기씨가 "R&D 예산을 복원하십시오"라며 정부의 올해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냈다. 발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졸업생으로 위장한 대통령 경호원들에 의해 사지가 들려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역사적으로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지도자는 독재자이었고 그들의 말로는 비참했다.

봉건사회였던 조선시대에도 임금에게 직언하는 언관(言官)이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史官)은 업무와 관련해서는 벌을 줄 수가 없었다. 임금에게 직언하는 행위를 언로(言路)라고 하는데 조선왕조실록에 언로라는 말이 무려 4천여 번이나 나타난다. “언로가 통하면 국가가 편하고 언로가 막히면 나라가 망한다는 기록이 자주 보인다. 또한 언관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임금을 이비(귀머거리)라고 하고, 가장 좋은 신하는 임금의 귀를 밝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세종대왕이 아버지 태종의 행적을 기록한 [태종실록]이 완성될 무렵 편찬의 책임자인 우의정 맹사성에게 실록이 완성되어 간다니 내가 잠깐 보고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맹사성은 세종의 요구를 한마디로 거절하며 실록에 게재된 것은 당대의 일로 후세에 전하여 보일 사실입니다. 전하께서 보시더라도 과거를 편집하거나 검열해서는 안 될 것이오. 이런 전례를 두면 사관이 어떻게 그 직책을 올바로 수행하겠느냐?”고 말했다. 이후로 조선시대 왕 중에 연산군 등 폭군을 제외한 모든 임금은 선왕의 실록 편찬에 관여하는 것은 물론 볼 수도 없었다.

태종실록에는 태종이 노루사냥에 나가 말에서 떨어졌는데 태종이 사관에게 이를 알리지 말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관은 태종이 알리지 말라는 말까지 죄다 기록해 놓았다. 조선 500년 동안 임금의 공식 자리에는 반드시 사관이 동석하였고, 임금의 언행을 낱낱이 기록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은 바로 조선이 끝까지 지키려고 했던 이런 정치철학이 낳은 결과다.

한편 성종은 14931027신하가 왕명을 따르지 않으면 의리에 합당한가?”라고 물었고, 홍문관 전한(3) 성세명은 신하는 의리를 따르고 임금을 따르지 아니한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부터 1주일간 독일을 국빈 방문하고, 덴마크를 공식방문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방문을 4일 앞두고 갑자기 이를 취소해버렸다. 국빈 방문이 취소되는 경우는 천재지변의 발생이나 전쟁 또는 대통령에게 심각한 질병이 나타났을 때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 취소 사유는 궁색하고, 국민에 대한 설명은 오만했을 뿐이다.

대통령의 국정기조를 바꿔야한다고 소리쳤던 강성희 의원의 외침을 외면하고 “R&D 예산을 복원하십시오라는 KAIST 졸업생 신민기씨의 입을 틀어막은 것은 대통령 스스로 폭군이 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주변에는 제대로 말하는 언관도 없고, 역사를 두려워하는 사관도 없다. 한편 조선시대 언관과 사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기자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곡학아세하는 기자만 가까이 하고, 직언과 간언하는 기자는 멀리하는 지도자는 끝이 비참할 수밖에 없다. 언론을 권력으로 조종하려고 하고,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탄압하려는 정권은 오래 갈 수도 없고 말로는 비참하다. 아무리 국민의 입을 틀어막으려 해도 5천만 국민의 입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국민의 입은 강제로 틀어 막고 대통령의 귀는 스스로 틀어 막는 나라는 오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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