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직업
공자의 직업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4.02.19 09:59
  • 호수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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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열일곱 살에는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공자는 공씨 집안에 혈육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유산도 한 푼 받지 못했다. 자신의 뒷바라지를 해주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공자는 직업을 가져야 했고, 열아홉 살에 곡식의 출납을 맡아보던 위리(委吏)라는 하급관리직을 맡게 되었다. 스물한 살에는 가축을 관리하는 승전리(乘田吏)가 되었는데 이마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었다. 말이 벼슬이지 사실은 창고지기와 관청의 말을 기르는 일을 한 것이다.

그로부터 30년 동안 공자는 벼슬을 하지 않고, 스스로 학문에 전념하며 제자를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 공자에게는 3천여 명의 제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뛰어난 제자가 72명 또는 77명이었다고 전한다. 공자가 가장 아끼던 제자 안회를 비롯해 초창기 제자 가운데 8명이 안(씨 집안에서 나왔는데 이는 모두 공자가 외갓집에서 데려온 사람들이다.

옛날 사람들은 친척을 중시하였는데 아버지의 가계인 혈친(血親)과 결혼으로 맺어진 외가나 처가의 가계인 인척(姻戚) 그리고 의리로 맺어진 의친(義親)이 있다. 공자는 아버지 쪽의 혈친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어머니 쪽의 인척들과 가까이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공자는 어떻게 3천여 명의 제자를 가르칠 수 있었을까?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제자는 29명이고, 크게 35세 이전에 받아들인 1기 제자, 36세에서 54세 이전의 제자인 제2기 제자 그리고 55세 이후의 제자인 제3기 제자로 구분한다. 1기 제자는 안회의 아버지인 안무요와 중유(자로), 민자건 등이다.

공자가 3천여 명의 제자를 직접 가르치지는 않았다. 그의 수제자들이 중간급의 제자를 가르치고, 중간급의 제자들은 새로운 제자들을 가르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공자를 자주 만날 수 있는 제자는 소수에 불과했고, 공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의관(衣冠)을 바르게 하고, 예를 갖추어야 했다. 예란 일종의 면담료로 말린고기(육포)를 바치거나 부유한 제자는 옷감과 기부금을 내야 했다. 공자의 제자 가운데는 일생동안 공자의 곁을 떠나지 않고, 공자가 죽은 뒤에는 무덤을 지킨 이도 있지만 대부분 벼슬을 하기 위해 떠났다. 공자에게 말린 고기와 옷감 그리고 기부금을 내면서도 공자의 제자가 되려고 했던 이유는 공자의 추천서를 받아 관리가 되고자 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과거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벼슬은 제후가 덕망을 갖춘 사람을 발탁하거나 추천에 의해 임명되었으며 공자의 제자 가운데는 안회와 같은 덕망 있는 이와 함께 외교, 재무, 학술 등의 분야에 뛰어난 제자들이 있어서 공문(孔門)은 요즘으로 치면 최고의 명문 대학에 속했다.

요즘은 사라졌지만 수십 년 전에는 대학을 졸업할 때 교수의 추천서 한 장이면 어지간한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런 추천 제도가 바로 공자 시대부터 비롯되었다.

공자는 자신이 가진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관리가 되고자 하였지만 51세가 되어서야 조국인 노나라 중도(中都)에서 읍재(邑宰)가 되었다. 요즘으로 치면 읍장으로 임명된 셈이다. 그리고 1년 만에 사공(司空)이 되었고, 이어서 대사구(大司寇)가 되었다. 대사구는 육조(六曹)에 형조판서에 해당하는 벼슬로 요즘으로 치면 법무부장관에 해당된다. 공자가 법률을 배웠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가 법무부장관이 된 까닭은 뭘까? 그건 공자가 누구보다 사람의 도리, 사회의 질서인 예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이란 사람이 갖추어야할 도리와 사회적 인간이 살아가면서 지켜야할 질서가 바탕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이고 여당의 비대위원장은 법무부장관 출신이며 금융감독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까지 검사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원칙도 상식도 모두 무너졌다고 한다. 법 집행은 공평하지 않고, 정의롭지도 않으며 소수의 특권이 되었다. 그건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인의(仁義)가 없기 때문이다. 공자가 법무부장관에 임명되었던 것을 상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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