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님의 배려
군수님의 배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4.02.06 11:10
  • 호수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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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郡守)''는 우두머리를 뜻하는 수()가 아니라 지킬 수() 자로, 군수는 '군을 지키는 사람'이란 뜻이다. 신라 시대에는 태수(太守)라고 불렀는데 이때도 태수의 다른 이름으로 군수라는 명칭이 쓰였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기 전까지는 중앙정부에서 군수를 임명하였고, 1995년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군민(20세 이상 유권자)들이 도지사와 군수 그리고 지방의원을 선출하였으며 현재는 유권자의 연령이 18세로 낮아졌다.

한편 1995년 지방자치가 실시되기 전인 1991년 지방의원(광역, 기초) 선거가 먼저 실시되었는데 지방의회는 주민을 대신해 예산 편성권과 공무원 인사권 등을 가진 단체장과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도록 하기 위한 조직이다. 그런데 기초의원을 선출하기 시작한 지 33년이 되었는데도 기초의회 무용론’ ‘기초의회 폐지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전문가는 물론 다수의 여론은 무엇보다 기초의원의 자질 미달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오죽하면 2022년 지방선거 때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당대표가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를 실시하여 지역구 출마자는 60, 비례대표 출마자는 70점을 넘지 못하면 후보자격을 박탈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당 내외의 반발에 따라 결국은 경선 때 가산점으로 사용하기로 한발 물러났다.

국민의힘은 당초 PPAT에서 자료해석능력’ ‘독해능력’ ‘표현력’ ‘컴퓨터활용능력등 주관식 문항을 포함한 평가를 하려고 하였으나 30문항 100점 만점의 객관식으로 변경하였다. 기초의원 후보자에게 주관식 문항으로 질의하게 되면 이를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기초의원의 자격 미달은 해외연수를 다녀온 뒤 연수 보고서를 의회 사무과 직원이 대신 써주거나 다른 보고서 등을 복사하여 제출한 사례 등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지방의원은 입법권을 갖고 조례를 제정하여 행정의 정책방향을 결정하고, 예산의 심의와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행정의 견제를 통해 낭비되는 예산을 줄여야 하며 주민의 의견을 들어 집단민원을 해결하고 예산의 형평성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조례제정 건수가 4년 임기 동안 단 하나도 없는 의원이 수두룩하고, 예산심의를 위한 예산안조차 제대로 볼 수 있는 의원이 드물다.

더구나 2022년부터는 지방분권 강화에 따라 의원 정책지원관 제도가 도입되어 장성군의회의 경우 두 명의 전문위원(사무관) 외에도 3명의 지원관을 채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정책지원관이 채용된 뒤에도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달라진 것을 유권자들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기초의원의 능력 부족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국민권익위가 2023년 기초의회의 청렴도를 조사한 결과 몇몇 기초의회는 의원들의 도덕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 의장은 업무 외 술자리를 하면서 새벽까지 수행기사를 기다리게 하였고, 또 다른 의원은 연수를 가서 동료 여성의원을 추행하였고,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 수천만 원의 수의계약을 하도록 하는 의원도 있었다.

국외 연수를 가서는 금연 객실에서 담배를 피웠다가 60만 원의 변상금을 물고, 직원에게 폭언과 욕설한 사례는 허다하다. 한 시민단체에서는 기초의원의 추태, 성추행, 이권개입, 갑질, 성비위, 음주운전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군민과의 대화에서 주민들에게 인사말을 한 기초의원이 군수님 배려로 의정활동 잘하고 있습니다라거나 인사말 할 기회를 주신 군수님께 감사드립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의원이 감사해야 할 사람은 유권자이고 군민이지 군수가 아닌데도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이 기초의원을 하고 있다. 이런 의원을 공천한 것은 정당이고, 또 이런 후보를 선출한 것은 군민이니 누구를 탓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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