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식 유감
신고식 유감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4.01.16 10:30
  • 호수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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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정부 기관에서 시무식과 함께 새로 임용된 직원들의 신고식이 있었다. 장관 등 국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공직자들은 청문회 과정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기도 한다.

80~90년대에는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 소주와 막걸리 그리고 맥주 등을 섞어 대접에 따라 마시게 하는데 이로 인해 술에 약한 학생이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신고식의 유래는 고려 시대부터 비롯된 것으로 전한다.

조선이 건국된 직후 태조 1년에 열린 도평의사사(현재의 국무회의)에서 예문관과 교서관 등에서 신입 관원에게 행해지는 신참례를 폐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청원이 있었다. 성현(成俔)이 편찬한 용재총화에는 관리들을 감찰하는 사헌부가 소위 말하는 군기가 가장 엄했다고 한다.

새로 관리가 들어오면 먼저 급제한 선배가 괴롭힘을 가했는데 이는 선`후배의 차례를 보이기 위함이요, 후배의 교만한 기를 꺾고자 함이었다고 한다. 고려 시대에는 과거가 아닌 집안의 권세로 관리에 등용된 자들이 적지 않았는데 특히 이런 권세가 자제들의 기강을 잡기 위한 목적이 컸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경국대전에서 신참으로 들어온 자를 괴롭히면 장() 60대에 처한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신참례의 폐단을 가장 강하게 지적한 율곡 이이는 문과에 급제해 승문원에 들어간 뒤 선배들에게 공손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파직된 적이 있었다. 이이는 신참례의 유래에 대해고려 말년에 과거가 공정하지 못하고, 과거에 뽑힌 사람이 대부분 귀한 집 자제로 입에서 젖내나는 것들이 많아 이에 분격하여 욕()을 주기 시작하였다고 했다. 권문세족의 자제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관직을 차지하자 이들의 버릇을 고쳐주고 기강을 잡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는 말이다. 요즘으로 치면 낙하산인사를 골탕 먹이려고 한 것이 신참례의 연원이었다.

신참례는 보통 세차례를 하는데 처음으로 자리를 만들어 음식과 술을 대접하는 허참(許參)50일이 지나 잔치를 베푸는 면신(免新), 그 중간에 음식 등을 대접하는 중일연(中日宴)이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 잔치인 면신 때는 좋은 술과 안주로 새벽까지 유흥을 즐겼고, 고참 관리들 옆에는 기생들이 앉아 시중을 들었다고 한다. 이퇴계는 과거에 급제하여 관리가 된 손자에게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적당히 따르는 척하라고 당부하였다. 퇴계와 같은 유력한 가문의 자제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가장 심한 곳이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라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간호사협회지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간호사의 70% 이상이 직장 내 폭력을 경험하였다고 한다. 물론 간호사의 폭력 경험은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에 의한 경우도 있지만 의사 또는 선배 간호사에 의한 폭력도 적지 않았다.

간호사들은 일명 태움이라는 신임 길들이기를 하는데 이는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라는 의미로, 선배가 신임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을 말한다.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현장에서는 조금이라도 긴장이 느슨해지면 큰 사고가 발생하므로 이런 문화도 생겨난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자 2019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법으로 금지됐다.

직장 내 괴롭힘은 폭력 외에도 과도한 업무지시’ ‘능력, 성과 인정 안하기’ ‘업무에서 배제’ ‘반말 또는 소리 지르기등이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취업 후 3년 이내에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과거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갑질 등이 크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내고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급변하는 사회에서 한 세대가 넘는 상사와 함께 직장 생활을 하는 신입은 가치관과 문화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장 아름다운 선행은 배려라고 한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배려하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공경할 때 그 조직은 무슨 일이든 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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