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완과 정병주, 김오랑을 기억해야
장태완과 정병주, 김오랑을 기억해야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4.01.09 09:00
  • 호수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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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1026일 박정희 시해 사건에 이어 같은 해 1212일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육군사관학교 출신 사조직 장교 모임인 하나회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허화평 보안사령부 비서실장, 허삼수 보안사령부 인사처장, 이학봉 보안사령부 수사과장, 장세동 제30경비단장, 김진영 제33경비단장과 쿠데타를 모의하고, 황영시 제1군단장, 노태우 제9사단장, 백운택 제71방위사단장, 박희도, 최세창, 장기오 등이 이에 합류했다.

이들은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강제로 연행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무력으로 진압하여 보안사로 연행한 뒤 강제 전역시켰다. 쿠데타를 일으킨 반란군이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려고 하자 이에 항거하던 김오랑 비서실장은 반란군의 총에 맞아 죽었고, 시신은 암매장했다가 뒤늦게야 가족에게 알렸다고 한다. 김오랑 중령의 부인 백영옥씨는 남편이 죽은 뒤 그 충격으로 시력을 잃어 앞을 못 보게 되었으며 199012월 현직 대통령 노태우와 전직 대통령 전두환 그리고 최세창, 박종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에 나섰다. 이는 신군부를 향한 최초의 법적 대응으로 상징성이 매우 컸다.

그러다 백영옥 여사는 44세이던 1991628일 자신의 봉사단체 건물 아래 주차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경찰은 실족에 의한 추락사로 결론 내렸지만 성인 허리 높이의 난간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했다는 것을 납득할 만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하의 총에 맞아 부상당하고 보안사 서빙고실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고 강제 전역한 정병주 특전사령관은 19881016일 실종된 뒤 139일 만인 이듬해 34일에 송추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맨 시체로 발견되었다. 향년 63세였다. 정병주 사령관은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되었지만 고인의 무덤에 묘비명은 이름만 적혀있을 뿐 아무 내용이 없다. 유족들이 백비를 세운 것은 "명령을 생명으로 여기는 군인들이 상관에게 총질을 하고도 버젓이 활보하는 세상에 고인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라는 뜻이라고 한다.

정병주 장군은 한 언론인이 “19791212일 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의 편에 섰느냐는 질문에 정 장군편이 아니라 정당한 명령의 편에 섰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한 충직한 군인의 삶이 쿠데타를 일으킨 반란군에 의해 무참히 쓰러진 것이었다.

정병주 사령관의 자살에 강력한 의문을 제기한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은 하나회 소속 헌병단 부단장인 신윤희 중령이 헌병단을 접수하고 수경사 수뇌부에 들이닥치자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체감하여 자기 사령관실로 들어간 후 자신의 부하이자 배신자인 신윤희에 의해 곧 체포된다.

장태완의 부친은 나라에 모반이 있을 때 충신은 모반자들에 의해 살아남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탄하며 막걸리로 끼니를 대신하다 19804월 과음으로 별세했다. 설상가상으로 1982년에는 외동아들 장성호(당시 21)가 행방불명됐다. 장성호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 수석 입학했는데 실종 한 달 만에 칠곡군 왜관읍 할아버지 산소 근처에 있는 산기슭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경찰은 그를 음독자살로 처리했다. 장태완 사령관은 2008년 폐암으로 대수술을 한 뒤 2010년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장 사령관이 세상을 떠난 뒤 2012년 부인 이병호 여사가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반란군은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았고, 정의를 실현하려던 참 군인과 그 가족들은 비극을 겪고 말았다.

요즘 상영되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누적 관객 수가 12백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10.26 이후 12.12 군사 쿠데타를 소재로 한 이 영화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정병주와 장태완 그리고 김오랑 등 참 군인들이다. 그리고 독립운동가의 가족들이 겪었던 참혹했던 비극이 되풀이된 것에 대해 분노해야 한다. 쿠데타 세력이 치부한 재산을 모두 몰수하고, 정의가 바로 서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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