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방송장악
민주주의와 방송장악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3.11.20 10:53
  • 호수 9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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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KBS사장이 취임하기도 전에 시청자의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폐지되었다. <주진우 라이브>는 라디오센터장 내정자가 담당 PD에게 전화를 걸어 진행자인 주진우의 하차를 통보하였고, 시사프로그램 <더라이브>는 편성을 삭제한다고 공지했다.

평일과 주말 <뉴스9>를 비롯한 주요 뉴스 앵커도 교체했는데 대부분 기존 앵커는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전하지 못했다. KBS노조는 편성규약과 단체협약을 파기하는 박민 사장 체제와 그 보직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방송법, 단체협약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KBS 게시판에는 <주진우 라이브><더라이브> 폐지를 항의하는 시청자들의 글로 도배가 되었고, 이 프로그램의 폐지 이유를 밝히라는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더 라이브KBS 시사교양 프로 중 시청률 1위였고, <주진우 라이브> 역시 높은 청취율을 기록하고 있는 KBS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물론 담당 PD들도 프로그램 폐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폐지 뿐 아니라 <뉴스 언박싱>에서 정부를 비판하던 최경영 기자와 <홍사훈의 경제쇼>를 진행하던 홍사훈 기자도 마지막 방송과 함께 KBS를 퇴사했다.

문화일보 기자 출신으로 방송에는 문외한인 박민씨가 KBS 사장으로 내정되었을 때부터 야당과 언론인들은 윤석열 정부가 방송장악을 위해 무자격자를 임명하려 한다고 비판했었다.

박 사장은 취임 후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으로서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중히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KBS 기자협회는 사과에도 보도에도 절차가 필요하다. KBS 기자는 양심과 상식을 기반으로 취재 자율성을 가지며, 실무자와 책임자는 각각의 책임과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박민 사장의 기자회견 내용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할 때부터 입만 열면 자유민주주의를 외치고, 자유를 강조해 왔다. 그런데지난 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때 의회에서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냐고 말했고, 이를 보도한 MBC가짜뉴스로 동맹을 이간질하려 한다며 모든 사태를 MBC에 탓으로 돌렸다.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대통령 해외 순방 때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광고 탄압 시도 등이 있었다.

박민사장이 취임하고 KBS 9시 뉴스가 달라졌다. 먼저 야권에 불리한 뉴스는 빠뜨리지 않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재판 소식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특혜 채용 의혹 수사 관련 보도까지 앞에 편성됐다.

14'뉴스9'는 아예 윤석열 대통령으로 시작했다. 첫 보도는 윤 대통령이 개인 투자자 손해를 막기 위해 공매도 금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는 내용.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이 민생 경제를 위한 거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도 꼼꼼하게 담겼다.

이를 두고 언론노조 KBS지부 강성원 지부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땡윤뉴스의 시대가 도래해 버렸다""다른 어떤 납득할 설명이 없다. 정권의 낙하산 박민이 취임하기 전과 후, 하나의 변수만 작용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두환 독재시절 9시 뉴스가 시작되면 전두환 대통령 각하께서..”라고 시작하여 정권의 나팔수가 된 방송의 대표적 사례를 땡전뉴스라고 하였는데 현재의 KBS사태를 전두환시대와 다를 것이 없다고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도 "9시 땡윤뉴스가 부활했다""박민 사장은 공정성을 회복하겠다고 했으나 국민께서는 공영방송이 어용 독재방송으로 바뀌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주의 척도는 언론과 방송의 자율성이 얼마나 보장되느냐로 가늠한다. 윤석열 정부는 입만 열면 자유와 민주주의를 강조하지만 대한민국 언론자유는 1980년대로 후퇴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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