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6·25 참전유공자회 장성군지회 강이원 회장 인터뷰
대한민국 6·25 참전유공자회 장성군지회 강이원 회장 인터뷰
  • 권진영 기자
  • 승인 2023.11.06 21:53
  • 호수 992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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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어, 다신 일어나선 안 돼”
8월 17일 회장 임명, 회원들 찾아다니며 형편 살펴
“현 회원 79명, 평균 연령 90세 넘어, 최고령 97세”
“예산 지원도 중요하지만, 관심과 위로가 더 필요해”
강이원 회장
강이원 회장

대한민국 6·25 참전유공자회 전라남도 장성군지회 강이원 회장을 지난달 31일 보훈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해 재임한 박한수 전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지난 8월 중순 임명장을 받고 임기를 시작한 강 회장은 회원 등록은 돼 있지만 그간 활동을 많이 못 했는데, 내 힘이 필요하다고 하니 지금부터라도 회원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볼까 한다내가 올해 92살인데 여기선 막내뻘이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기자 - 어떻게 유공자회장 직을 맡게 되셨나요?

강이원 회장 - 전임 회장이 몸이 좋지 않아 후임이 필요한데 회원들이 연로해 나설 사람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여기선 92살인 제가 어린 축에 속하니까요.

기자 이취임식은 하셨나요?

강이원 회장 그런 거 없이 817일 임명장 받고 임기가 시작됐습니다. 회원 숫자도 적은 데다 최소 90이 넘으신 분들이라 몸이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신 회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인사도 하고 사는 모습도 살피는 중입니다.

기자 6·25 참전유공자회 활동 목적과 역할은 뭔가요?

강이원 회장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세대에게 6·35 전쟁의 참혹함과 진실을 바로 알려서 올바른 안보 의식을 갖도록 하고,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 무엇보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신 분들을 위로하고 남은 생을 조금이라도 편히 사실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기자 현재 6·25 참전유공자회 회원 현황은요?

강이원 회장 임명되고 나서 받은 자료에는 회원이 85명이었는데, 2달가량 직접 찾아다니며 확인해보니 그 사이에 여섯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지금은 80명이 채 되지 않지요, 그런데 이 숫자도 사실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고령이신 97세 회원을 포함해 회원 모두 90세가 넘었고, 대부분 몸도 좋지 않으셔서 사실 날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제라도 6·25 참전유공자 회원들에게 관심을 두고 최선의 예우를 갖춰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기자 유공자분들의 형편은 어떠신가요?

강이원 회장 가까이 들여다보니 말도 못합니다. 대다수가 요양보호사에 의지해 살거나 노인 보호 기관을 이용하는 형편이지요. 바깥에서는 그래도 유공자인데, 지원을 꽤 받겠거니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부 38만 원, 전라남도 3만 원, 장성군 14만 원 등 모두 합해 55만 원입니다. 그나마 우리 장성군은 작년 10월에 참전명예수당을 7만 원에서 14만 원으로 상향해줬지만, 여전히 1인 가구 최저생계비(2023년 기준 1246천 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전남에서는 신안군이 20만 원으로 가장 높은 편입니다.

기자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요?

강이원 회장 물론 예산이 더 지원되면 좋겠지요. 그러나 우리 회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위로라고 생각합니다. 6·25 참전유공자면서 화랑 무공훈장을 수훈한 신종선 옹(93)이 일찍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다 지난 7월 영면에 들었습니다. 생전 자주 찾아 뵙고 곁을 살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어요. 회장이 된 후 영면에 드신 분 중 주소가 확인된 두 분께 조화를 보내드렸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공을 기리며, 자손이나 조문객들이 고인이 6·25 참전유공자임을 알고 더 존경하고 진심으로 추모해주길 바라면서요. 더 중요한 것은 생존해계신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찾아가 손 한 번 더 잡아드리고 말벗이 돼 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볼 생각입니다.

기자 현재 보훈정책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가요?

강이원 회장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복지정책의 최우선을 약자 보호에 두고 국가의 손길이 빠짐없이 닿을 수 있도록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국가유공자 지원 확대 부분은 언급하지 않아 아쉽습니다. 국가유공자 단체 중 6·25 참전유공자들이 숫자가 가장 적고 나이가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것은 회원 숫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게 한 그분들을 최선을 다해 보살피고 예우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패자지요.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힘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약해지면 일본은 독도 문제를 들고나와 떠들 것이고,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를 넘봐온 중국도 기회를 엿볼 것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면서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잃지 않아야 합니다.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지만 바로 서지 못한 국가의 국민은 제대로 살 수 없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던 단재 신채호 선생의 이야기처럼 아픈 역사라도 교훈으로 삼고, 국가와 국민의 자유와 평화 수호를 위해 몸 바친 유공자들의 희생을 기억하면서 더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힘썼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주십시오

강이원 회장 목숨 바쳐 나라를 지켜낸 6·25 참전 호국영웅들의 피와 땀과 눈물, 고귀한 희생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평균 연령이 90세가 넘는 호국영웅들이 여생을 조금이라도 덜 외롭고 존중받으며 살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처우 개선 대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애정 어린 후원이 절실합니다. 더 늦기 전에 쓸쓸히 나이 들어가는 6·25 참전 영웅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참전용사기념탑참전유공자기념탑으로 명칭 변경해야

강이원 회장은 종전 1년여 전인 19526·25 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로 꼽히는 백마고지 전투에서 허벅지 관통상을 당했다. 당시 나이는 스무 살. 강릉 병원으로 후송돼 며칠간 사경을 헤매다 깨어났고 한 달여 만에 회복, 가까스로 보충대 차출을 피하고 부상으로 인해 명예제대했다고 한다. 운이 좋았던 것이다. 그러나 고 현인 선생이 부른 전우여 잘 자라에 나오는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라는 노랫말처럼 전장의 이슬로 사라진 수 없이 많은 전우를 떠올리면 맘이 편할 리 없다. 전쟁은 그렇게 승자도 패자도 없이, 아픔과 상처만을 남긴다.

2005630일 장성호 광장에서 ‘6·25 참전용사기념탑제막식이 열렸다. 장성군 6·25 참전유공자회 당시 김학수 회장이 3년여간 공을 들인 숙원사업으로 김효석 국회의원, 김흥식 군수가 힘을 보탰고, 농업기반공사 장성지사가 부지를 임대했다.

김학수 회장은 장성군 출신의 6·25 참전용사 842명의 이름을 탑에 새겨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3년여의 노력 끝에 6·25 전쟁 발발 55주년을 맞은 올해 건립하게 됐다지금은 생존자가 많아 기념탑의 역할을 하지만 나중에는 위령탑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당시 이름을 새긴 참전유공자 중 현재 생존자는 10%도 되지 않는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8624장성군 참전유공자 지원 조례가 제정됐고, 6·25 참전유공자회 장성군지회 주관으로 매년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한편 장성군 6·25 참전용사 기념탑제호에서 참전용사참전유공자로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용사(勇士)’의 사전적 의미는 용감한 병사. 강이원 회장은 기념비에 새겨진 842명의 참전용사들은 국가로부터 유공자로 인정받은 만큼 참전용사 기념탑이 아닌 참전유공자 기념탑으로 명명해 유공을 기리고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과 평화 수호의 뜻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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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2023-11-25 13:10:53
할아버지 멋져요 ~
아이들도 정말 자랑스러워 하네요
할아버지가 계시기에 우리가 있음을 잊지않겠습니다!!

혜림 2023-11-25 13:10:13
매일 매순간 감사하며 살고있습니다.
앞으로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살아가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주영 2023-11-25 12:53:53
왕할아버지 최고!!!

증손주 주원 2023-11-25 12:51:22
왕할아버지 멋있어요

주아 2023-11-25 12:44:49
왕할아버지 멎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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