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중생의 죽음 앞에서
두 여중생의 죽음 앞에서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3.11.06 14:33
  • 호수 99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512일 초등학교 동창인 여자 중학생 두 명(A.B)이 청주시 한 아파트에서 동반 자살했다. 20211B 여학생은 A양 계부의 강요로 술을 마신 뒤 술에 취해 잠을 자던 중 강제로 성폭행을 당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202012A양도 계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친구에게 털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20211B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B양 부모에게 사실을 알려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검찰에 피의자인 A양 계부의 구속영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보강수사를 지시하며 세 차례나 이를 반려했고, 결국 A양과 B양은 512일 죽음을 선택하고 말았다.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인 A양의 계부 외에도 A양의 친모와 국가 그리고 사회가 모두 A양과 B양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양은 2017년 친모가 계부와 동거하기 시작할 때부터 청주로 이사하여 같이 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친모는 A양과 계부가 살고 있는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았고, 연락도 되지 않았으며 A양은 가해자인 계부와 단둘이 살아야 했다. 그러니 A양이 의지할 사람이라곤 오직 계부밖에 없었다.

A양은 계부가 자신과 친구를 성폭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오로지 의지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계부가 자신을 성폭행하지 않았다는 탄원서를 쓰기까지 했다.

미성년자이며 중학생인 A양을 성폭행한 계부의 죄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고, A양을 방임한 친모의 죄도 가볍지 않다. 더구나 A양의 친모는 “A양이 우울증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가해자의 성폭행 및 학대 혐의를 부인하였다. 부모가 미성년인 자녀를 방임하여 죽음으로 내몰고도 반성은커녕 변명으로 일관한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유족 측이 경찰의 부실수사로 인해 두 여학생이 극단적인 선택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수사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선고했다. 공개된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죽은 B양의 부모가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한 것은 202121일이다. 경찰은 고소 40일이 지난 310일이 되어서 피의자 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계부인 피의자가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경찰의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그로부터 8일 뒤 경찰은 다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과정을 녹화하지 않는 등 절차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이로부터 두 달 가까이 지난 511일 경찰이 성범죄 피해가 의심된다는 병원 진료기록부 등을 첨부했지만 검찰은 재차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수차례 경찰에 불려가 피해자 진술을 받던 두 여중생은 512일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경찰의 부실한 수사와 검찰의 안이한 태도 그리고 가해자인 계부와 피해자 A양을 넉 달 이상 분리시키지 않았고, 방치한 책임은 국가와 사회 그리고 학교에 있다. 이로 인해 가해자인 계부가 A양에게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다는 탄원서를 쓰게 하는 등 2차 가해가 계속되었다. A양은 친구 B양에 대한 죄책감마저 오롯이 떠안아야 했을 것이다.

두 여중생의 죽음은 국가기관인 경찰과 검찰의 그리고 학교와 지방자치단체의 직무유기가 적지 않은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청주시청 아동보육과 담당자는 숨진 A양이 친구가 연락하면 만남을 거부하고, 계부와 사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친모와는 연락이 안 되고, 문자 답변도 없었다고 말했다. 친구의 만남을 거부하고, 친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시청 담당자가 즉시 사회복지사나 아동상담사와 면담을 주선하고 A양의 생활환경을 점검했어야 한다.

국가기관인 경찰과 검찰 그리고 학교와 지방자치단체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이들을 보살폈다면 두 여중생의 죽음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잘사는 나라 부자나라는 경제적 수준으로만 따져서는 안 된다. 두 여중생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꼼꼼한 보살핌이 절실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전라남도 장성군 영천로 168 3층
  • 대표전화 : 061-392-2041~2042
  • 팩스 : 061-392-24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동빈
  • 법인명 : (주)주간장성군민신문사
  • 제호 : 장성군민신문
  • 등록번호 : 전남 다 00184
  • 등록일 : 2003-07-04
  • 발행일 : 2003-08-15
  • 발행인 : 류이경
  • 편집인 : 변동빈
  • 장성군민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장성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snews1@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