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부담이 큰 여성의 장수
질병 부담이 큰 여성의 장수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3.10.30 15:05
  • 호수 9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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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이 지난 24일 발표한 ‘20235차 여성건강통계 결과 보고에 따르면 한국인 여성의 기대수명은 평균 86.6세로 남성 80.6세보다 6세가 더 많았다. 하지만 골관절염 유병률은 여성 10.3%, 남성 3.8%이고, 골다공증 유병률은 여성 7.1%, 남성 0.7%로 남성보다 10배가 더 많았다. 국립암센터 정규원 부장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여성 인구 10만 명 당 암 환자 수가 2000197명에서 2020년에는 321.4명으로 늘었다. 유방암은 28명에서 77.1명으로 크게 늘었고, 폐암도 15.5명에서 19.3명으로 늘었다.

여성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남성과 비교해 10배 또는 15배까지 조사되고 있다. 그런데 인체 해부학이라는 개념도 없을 때인 2600여 년 전 석가모니가 길을 가다가 한 무더기의 뼈를 보고 큰절을 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만일 남자의 뼈라면 희고 무거울 것이며 여자의 뼈라면 검고 가벼울 것이다여자는 한 번 아이를 낳을 때마다 서 말, 서 되나 되는 엉긴 피를 흘리고 여덟 섬 너 말이나 되는 모유를 먹이기 때문에 뼈가 검고 가볍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모의 은혜가 한없이 크고 무겁다는 것을 설하고 그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조선 중기 서민의 평균수명은 약 35세 안팎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아 사망률이 높고, 성인이 되어서도 먹는 것이 부실하고 위생도 청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이미선 박사가 조사한 연구 논문에 의하면 조선시대 27명 왕의 평균수명은 47세였고, 양반은 51~56세였으며 내시는 70세였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왕비의 평균수명은 51, 후궁은 57세로 당대 최고급의 의료지원과 혜택을 누린 왕비의 수명이 후궁보다 짧았다. 이는 내명부를 거느리는 왕비의 정신적 중압감이 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왕실 여성(왕비, 후궁, 공주 등)의 사망 원인은 출산과 관련한 산병이 가장 많았고, 천연두,역병, 천식, 중풍, 각종 암 등으로 나타났으며 일부는 구체적 병명이 없이 으로만 적혀있는 사례도 있다.

어찌 되었든 조선시대에도 여성의 평균수명은 남성보다 더 길었으며 특히 내시의 평균수명이 가장 많은 70세였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한편 이현숙 연세대 의학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신라사학보'에 발표한 논문에서 신라와 고려 때 고승 22명의 생애를 분석한 결과 평균수명이 73.5세였다고 밝혔다. 독신으로 살아가는 내시와 승려의 평균수명이 서민과 비교해서는 2, 왕들과 비교해서는 20년 이상 많은 것이다.

하지만 오래 사는 것이 반드시 행복한 일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여성의 평균수명은 남성과 비교해서 높지만 각종 고질병이 많고, 경제적 안정이 취약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같은 여성들끼리도 학력과 소득 수준에 따라 수명과 질병의 유병률이 다르게 나타났는데 대졸여성은 고졸여성과 비교해 평균 2년 이상 더 살고, 학력이 낮은 여성은 학력이 높은 계층과 비교해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는 기간이 더 길게 나타났다. 또한 여성의 비만율을 보면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소득 수준이 높은 층에 비교해 더 높게 나타났다.

알츠하이머, 우울증 등도 남성과 비교해 여성에게서 훨씬 높게 나타났으며 이로 인한 자살률도 높다. 여성이 남성과 비교해 더 오래 사는 것은 1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병 때문에 고통받거나 낮은 삶의 질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사는 장수는 누구나 바라지 않을 것이다.

여성이 노후에 남성들보다 더 많은 고질병에 노출되는 이유는 출산과 수유 그리고 육아의 원인이 가장 클 것이다. 이런 까닭에 여성들의 출신 기피는 갈수록 심해져서 비혼으로 살거나 결혼을 하고도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들도 적지 않게 늘어나고 있다.

이제 여성의 건강, 특히 여성들의 노후 건강 문제는 여성 개인의 몫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낮은 출산율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말 중요한 사실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여성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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