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과 나무 휩쓴 탄저병...쑥대밭 앞에서 농민들 망연자실
감·사과 나무 휩쓴 탄저병...쑥대밭 앞에서 농민들 망연자실
  • 권진영 기자
  • 승인 2023.10.23 14:28
  • 호수 9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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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폭염 등 이상기후가 원인인데 재해 인정 안 돼 보상 막막
약제값도 못 건지고 수확 포기도...군·의회 머리 맞대 대책 찾아야
탄저병 피해를 입은 사과밭. 죄다 떨어지고 나무에 달린 건 몇 되지 않는다.
탄저병 피해를 입은 사과밭. 죄다 떨어지고 나무에 달린 건 몇 되지 않는다.

봄철 저온 피해와 여름철 폭염·집중호우, 가을철 장마 등 이상기후로 인해 수확기를 앞둔 단감, 대봉, 사과에 탄저병이 급속하게 퍼져 농가들의 시름이 깊다. 수확량이 예년의 5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식처럼 키웠는데...”

떨어져 썩고, 남은 것들도 죄다 검은 반점

ㅇㅇ리 한 단감밭. 주황색으로 익어 있어야 할 감들에 검은 반점이 보인다. 바닥엔 떨어져 썩은 감들이 수도 없다. 모두 탄저병에 걸려 병든 감들이다. 예년 같으면 출하 준비로 한창 바쁠 요즘, 나무에 달린 단감보다 탄저병에 걸려 떨어진 감들이 더 많고, 남아 있는 것들도 검게 썩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탄저병은 작은 반점으로 시작해 과일 전체가 썩는 곰팡이병으로, 주로 성숙기 열매에 발생해 출하를 앞둔 농가에는 치명적이다. 상품성이 없어 작물을 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년째 단감 농사를 짓고 있는 A 씨는 인부 6명이 하루 작업하면 예년에는 20kg 컨테이너 150개는 채웠는데 지금은 70개도 못 딴다기껏 딴 감도 거의 탄저병이 와 있어 버리는 게 태반이라 공판 가격이 올라도 팔 게 없어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 대봉 농가는 아예 올해 농사를 포기했다. 평소 같으면 대봉이 주렁주렁 달려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나무 당 기껏해야 5~6개가 고작이다. 농민 B 씨는 “20년 넘게 이런 일은 처음 본다예년보다 약도 더 하고 신경을 쓴다고 썼는데 이 모양이니, 그냥 올해 농사는 포기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ㅇㅇ면 사과밭도 마찬가지다. 나무에 매달린 사과마다 검은 반점이 보인다. 제대로 된 것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탄저병의 원인은 이상기온이다. 6월에만 900mm 이상의 비가 내려 특히 물빠짐이 나쁜 지역 과수의 뿌리 활력이 나빠진 데다, 8월 집중호우에 이은 폭염에, 착색기인 9월 고온 다습한 날씨가 이어져 탄저균 활동이 더 활발해진 탓이다. 농가들은 예년에 비해 약제 살포 횟수를 늘렸지만 잦은 비에 씻겨 내려가면서 효과를 내지 못했다. 탄저병은 주로 빗물을 타고 번지며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기후에 따른 탄저병은 농작물 재해보험 대상에서 제외돼 피해 보상도 막막한 상황이다. 자식처럼 키운 농작물 피해로 고통을 호소하는 농가의 하소연에 군과 의회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경남·진주, 농협·의원 나서 지원방안 마련 주문

경남 단감 주산지 31개 농협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단감경남협의회(회장 부곡농협 신원기 조합장)는 지난 926일 농협경남지역본부에서 긴급 운영위원회를 개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단감 탄저병 피해 현황을 공유하고 피해 농업인 지원을 위한 건의문을 채택했다.

단감경남협의회는 이상기후로 인한 단감 탄저병 피해지역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또한 탄저병 확산 방지를 위한 과수 가지 전정 및 매립비용, 방제약제 및 영양제 지원도 촉구했다. 과실수급안정사업과 수출 등 정부지원을 받는 사업의 계약물량 미이행 시 불이익을 면제해줄 것도 건의했다. 특히 이상기후로 인한 병충해도 농작물재해보험 대상으로 인정되도록 농작물재해보험을 개정해줄 것을 촉구했다.

김주양 경남농협 본부장도 농가 현장 방문을 했는데 상황이 매우 심각했다농가가 영농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 농업인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박대출 국회의원(경남 진주갑) 역시 이달 11일 농식품부와 면담을 갖고 집중호우로 인한 경남 단감 농가들의 낙과 등 피해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을 주문했다.

박대출 의원은 긴 장마로 인한 탄저병 등 낙과 피해를 입은 경남 농가들이 막대한 재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생겼다정부 차원서 적극행정을 통한 실질적 농가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농식품부의 실효적 지원책을 주문했고, 이에 농식품부는 진주를 포함한 경남 단감 농가들의 호우와 탄저병 등 낙과 피해를 인지하고 검토중이며, 신속한 농가 구제를 위해 이달 중 낙과 피해 조사를 마친 후 내달 중 재해심의위원회를 거쳐 농약대 등 재해복구비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얼려졌다.

진주시의회 강묘영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농업도시 진주의 효자 품목인 단감이 탄저병으로 위기에 처했다면서 이대로 가면 평년 대비 80% 이상의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히고 기후변화로 자연재해에 버금가는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자연재해대책법에 열거된 사항에 해당하지 않아 농작물 재해보험이나 각종 조례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만큼 진주시 농업기금을 500억에서 1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지원대상과 범위를 확장해 농민의 어려움을 덜어주자고 제안했다. “현재 330억원 규모로 조성된 진주시 농업기금은 자연재해에 한정되지만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재해성을 인정하면 융통성 있게 기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침지침일 뿐, 지역 실정에 맞는 대책 나와야

장성군 농업기술센터 측은 탄저병 확산에 대해 “6월과 8월 두 차례의 우기와 폭염 등 기상 요건과 5월 이후부터는 월 2회 기본 방제 외 비가 많이 오거나 폭염 때 추가 방제를 적기에 해야 하는데, 잦은 비로 방제 시기를 놓치는 등 인재가 합쳐진 재해로 본다면서 계속해서 동향 보고는 하고 있지만, 예찰 때마다 피해 규모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유통과 측 관계자는 “‘농업 재해 피해 조사 보고 요령에 따라 서리·이상 저온 피해 지원 계획을 세운 상태로, 탄저병 피해에 관해서는 지원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는 벼, 고추나 콩, 복숭아 등 다른 과수 작황도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전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사과는 장성군의 대표 과수다. 농가들은 이상기후로 인한 탄저병 창궐로 사상 초유의 낙과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 지방정부가 재해조사 매뉴얼에 관련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 조사조차 하지 않는 것은 농가의 고통을 배가시키는 일이다. 다른 과수·채소 피해에 대한 전수 조사와 지원방안 검토도 시행해야 한다. ‘동향 보고가 단순히 보고로만 끝나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농가는 이럴 때 의원들이 농민 편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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