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장성군의회, 이번엔 민심 못 읽고 ‘부산 연수’
빗장 풀린 장성군의회, 이번엔 민심 못 읽고 ‘부산 연수’
  • 권진영 기자
  • 승인 2023.09.18 10:50
  • 호수 9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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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PC 파일 삭제 파문, 수확량 감소로 인한 농민 고통 등 뒷전
역량강화교육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가능, ‘관광→연수‘ 포장 말아야
뮤지엄 원

장성군의회가 제353회 임시회 폐회 이틀 후 부산 일원으로 국내의정연수를 감행했다.

고재진 의장을 비롯한 의원 8명 전원과 한소영 의회사무과장을 포함한 의회사무과 직원 8명 등 16명이 2천여만 원을 들여 13일부터 23일 일정으로 지방의회 역량강화와 자치 의정 실현을 표방한 관광을 떠났다. 물론 조례, 예산안, 행정사무감사, 청렴교육 등 의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9시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반복적이고 의례적인 의원 역량 강화 교육을 통해 의원들의 역량이 실제 강화될 거라고 기대하는 주민은 많지 않다. 연수 이틀 전 장성군·의회 직원 PC 파일 삭제 사건이 발생했지만, 의원들에게 부산 연수는 이보다 중요했다. 돌발해충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로 시름에 빠진 농민들에게는 의원들의 국내·외 외유성 연수 소식이 다가오는 추석 명절만큼이나 반갑지 않다.

 

일본, 스페인, 포르투갈, 베트남, 몽골, 그리고 부산

장성군의회가 주관하거나 기관·단체 간 협업 혹은 자문위원 자격으로 국내·외 연수 혹은 출장을 다녀온 경우는 2월 고향사랑기부제 성공 정착을 위한 34일 일본 연수(경비 자부담), 3월 스페인과 포르투갈 79일 국외연수 4월 초순 민주평통 장성군협의회 베트남 다낭 국외연수 4월 중순 외국인 계절근로자 업무협약을 의한 몽골 국외 출장 부산 국내 의정 연수 등이다. 3월 의원과 사무과 직원 등 12명이 다녀온 스페인 등 국외연수 비용은 자부담 500만 원 포함 총 5600만 원으로, 이는 20221월 기준 40대 직장인의 평균 연봉(5,440만 원)과 맞먹는다. 4월 민주평통 장성군협의회 다낭 연수 때는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의원 5명에게 인당 150만 원이 지원됐다.

단순히 빗장 풀린 연수 러쉬가 문제는 아니다. ‘의원들이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는 연수 목적에 맞지 않는 출장 계획, 이상기후와 병해충 피해로 고통받는 농민을 외면해 의원의 품위와 주민에 대한 봉사자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 큰 몫을 했다.

 

양평군의회, 연수 취소한 예산 민생 안정자금으로

의회는 이번 부산 연수 목적으로 지방의회 역량 강화와 자치 의정 실현을 들었다.

블루라인파크

무엇보다 행정사무감사, 예결산 및 의회운영 방법, 폭력예방 및 부패방지 청렴교육 등이 포함된 역량강화교육을 꼭 타지, 그것도 유명 관광지에 가서 해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예산 절감과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의회 차원의 학습·연구 활동은 어렵다 해도, 코로나 19 팬데믹을 계기로 더욱 활성화된 온라인 화상 강의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지역으로 강사를 초빙해 희망하는 주민들에게도 강의를 개방하면 교육 효과를 더욱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의회 청사 건립 때 의정연수실을 설치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낮은 재정자립도, 지방교부세 감소로 긴축재정이 요구되면서 지역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 속 의원들의 잦은 외유성 출장에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외유성 출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비판여론이 일자 올 379일 일정의 스페인, 포르투갈 해외출장을 전면 취소했던 충북 진천군의회는 지난 7월 예정됐던 국내 의정연수 역시 취소하고 의회사무과 직원 등 인력을 꾸려 수해복구에 나섰다. 피해 농가를 찾아 침수된 농자재를 옮기고 떠내려온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주민의 아픔을 위로하고 함께한다는 취지다. 충주시의회 역시 718일부터 예정된 국내 의정연수를 취소했고, 사무국 직원들은 호우 피해 극복과 일상 복귀를 위한 자원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앞선 2월 양평군의회는 난방비 폭등·물가상승 등으로 고통받는 군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해외 의정연수를 취소했다. 군민의 눈높이에 맞는 의정활동을 펼치겠다는 다짐과 함께 연수 비용으로 책정된 예산을 삭감해 민생 안정자금으로 활용해줄 것을 집행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그즈음 열린 제291회 임시회에서 양평군의회는 난방비 지원, 철도요금 조정, 지역화폐 인센티브 회복 등을 촉구하는 양평군 민생 예산 긴급 편성 촉구 건의안을 결의한 바 있다

 

주민을 위한 봉사자가 되긴 될건가요?”

연수 목적 중 한 가지는 군정 주요 시책 사업과 관련된 현장 방문을 통한 정책 대안 연구. 그런데 벤치마킹 지역을 선정할 때는 인구 규모, 연령·소득·직종 비율, 도농 복합도시, 내륙지역이면서 대도시와 인접한 지리적 위치 등 장성군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지자체 중 농업, 경제, 문화관광 등 각 분야에서 성공한 정책과 사례를 찾아 충분히 사전 조사 후 현지 연수에 임해야 한다. 항구도시인 부산에 가서 태종대, 워케이션 센터, 뮤지엄 원, 블루라인 파크, 엑스더스카이, 통도사, 임경대 등 대표 관광지를 둘러본 뒤 장성으로 돌아와 어떤 정책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혈세로 여행 가려고 의원 됐나’ ‘여행 일정에 교육 일정 억지 끼워 넣기’ ‘외유성 연수등의 비판과 논란 쯤은 끄떡도 하지 않는 강인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엑스더스카이

그런데 폭우에 이은 폭염, 유례없는 이상기후와 병해충 공격으로 과수, 수도작 농가의 수확량 감소 우려에 추석 특수는 남의 말이 된 지 오랜데도 집행부가 소홀히 한 돌발병해충 방제 한번 제대로 챙기지 못한 의원들에게 쏟아지는 농민들의 목소리, “군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주민을 위한 봉사자가 되겠다던 약속은 어디에 갔느냐는 하소연과 푸념에는 한 번쯤 귀를 기울여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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