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레, 고시래
고수레, 고시래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3.09.04 10:12
  • 호수 9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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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서 모내기를 하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새참을 먹을 때 가장 먼저 밥 한술을 떠서 주변에 던지며 고수레또는 고시래하고 외쳤다. 고려 말 문신인 목은 이색의 문집에는 안씨 삼형제가 과거에 급제한 것을 축하는 글이 있는데 음식 만드는 법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사람인 쌍씨(雙氏)와 왕씨(王氏)를 생각하여 음식을 들 때 반드시 제사를 한다고 기록되었다.

따라서 음식을 먹기 전에 고수레와 같은 의식을 행한 것은 고려 또는 그 이전부터 전해오는 우리의 풍습으로 보인다.

한편 조선후기 문신인 최영년이 지은 [해동죽지]야사에 이르기를 단군 때 고시씨가 농사를 가르쳐 준 은공을 잊지 않고, 농부가 들에서 밥을 먹을 때 한 술 떼어 던지며 고시래라고 제사지냈다고 한다는 내용이 기술되었다.

또한 [해동가요]에 뱃사람들이 배의 안전한 운항을 축원하는 주문을 할 때 고스레 고스레 소망 알게 하소서라는 내용이 있는데 고스레(고수레)가 하나의 주술(呪術)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구비문학대계]에 고수레와 관련된 설화를 보면 살림이 어려운 고씨가 논두렁에서 굶어죽자, 사람들이 측은한 마음으로 들에서 밥을 먹을 때는 밥을 덜어 주며 고씨를 추모했다거나 황해도에서 고수레가 굶어 죽자 사람들이 이 음식을 먹고 탈을 내지 말고 잘 물러가라는 뜻으로 退고수레라고 했다는 설화 등이 있다.

고수레할 때 음식은 제수를 장만하듯 미리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음식의 첫 숫가락이다. 따라서 고수레는 첫 음식이며 첫술을 사람이 아니라 신에게 먼저 주는 것이다.

또한 고수레의 음식은 날짐승과 들짐승, 길짐승 그리고 개미 등 곤충들도 함께 먹는다. 사람과 뭇 생명의 공존이며 나눔이다. 음식을 덜어내면서 인간의 욕심도 덜어내는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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