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서 모내기를 하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새참을 먹을 때 가장 먼저 밥 한술을 떠서 주변에 던지며 ‘고수레’ 또는 ‘고시래’하고 외쳤다. 고려 말 문신인 목은 이색의 문집에는 안씨 삼형제가 과거에 급제한 것을 축하는 글이 있는데 “음식 만드는 법을 처음으로 가르쳐준 사람인 쌍씨(雙氏)와 왕씨(王氏)를 생각하여 음식을 들 때 반드시 제사를 한다”고 기록되었다.
따라서 음식을 먹기 전에 고수레와 같은 의식을 행한 것은 고려 또는 그 이전부터 전해오는 우리의 풍습으로 보인다.
한편 조선후기 문신인 최영년이 지은 [해동죽지]에 “야사에 이르기를 단군 때 고시씨가 농사를 가르쳐 준 은공을 잊지 않고, 농부가 들에서 밥을 먹을 때 한 술 떼어 던지며 ‘고시래’라고 제사지냈다고 한다”는 내용이 기술되었다.
또한 [해동가요]에 뱃사람들이 배의 안전한 운항을 축원하는 주문을 할 때 ‘고스레 고스레 소망 알게 하소서’라는 내용이 있는데 고스레(고수레)가 하나의 주술(呪術)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구비문학대계]에 고수레와 관련된 설화를 보면 ‘살림이 어려운 고씨가 논두렁에서 굶어죽자, 사람들이 측은한 마음으로 들에서 밥을 먹을 때는 밥을 덜어 주며 고씨를 추모했다’거나 황해도에서 고수레가 굶어 죽자 사람들이 ‘이 음식을 먹고 탈을 내지 말고 잘 물러가라’는 뜻으로 ‘退고수레’라고 했다는 설화 등이 있다.
고수레할 때 음식은 제수를 장만하듯 미리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음식의 첫 숫가락이다. 따라서 고수레는 첫 음식이며 첫술을 사람이 아니라 신에게 먼저 주는 것이다.
또한 고수레의 음식은 날짐승과 들짐승, 길짐승 그리고 개미 등 곤충들도 함께 먹는다. 사람과 뭇 생명의 공존이며 나눔이다. 음식을 덜어내면서 인간의 욕심도 덜어내는 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