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날의 추억
백중날의 추억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3.08.28 09:57
  • 호수 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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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모레 30일은 올해의 백중날이다. 음력 칠월 보름인 백중날에 옛 민간에서는 여러 과일과 음식을 마련하여 조상님께 재를 올린뒤 먹고 마시고 놀았으며 머슴들은 하루 휴가를 즐겼다. 사찰에서는 우란분회(盂蘭盆會)라는 법회를 여는 불교 5대 명절 중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백중(百中 또는 百衆)은 이 무렵에 과실과 소채(蔬菜)가 많이 나와 백가지 씨앗을 갖추었다고 해서 백종(百種)”이라고도 하며 돌아가신 조상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사당에 천신(薦新.새로 난 과일을 조상신에게 먼저 올림)을 하였으므로 망혼일(亡魂日)”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날 즐기는 풍속으로호미씻이(호미걸이)’가 있는데 여름 농사가 거의 끝난 시기에 호미를 비롯한 농기구를 깨끗하게 씻어 내년을 위해 걸어둔다는 비유적 의미가 담겨 있으며 그해 농사가 가장 잘된 집의 머슴을 뽑아 얼굴에 검정칠을 하고 머리에 삿갓을 씌워 우습게 꾸민 다음 지게 또는 사다리에 태우거나 황소 등에 태워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노는 풍습이다.

백중은 바쁜 농번기를 보내고 여름 휴한기를 맞아 농민들이 음식과 술을 나누어 먹으면서 모처럼 노동의 피로를 시원하게 풀어내는 꿀맛 같은 휴식을 즐겼던 농민들의 명절이자 농민들의 여름철 축제날 이었는데 특히 머슴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이 좋은 날이었다. 농가에서는 이날 머슴을 쉬게 하고 돈을 주었으며 머슴들은 그 돈으로 장에 가서 술과 음식을 즐기고 물건도 샀다. 그래서백중장이라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 또한 백중빔이라고 하여 머슴들에게 새 옷을 장만해 줌은 물론 마을 어른들은 머슴이 노총각이거나 홀아비면 마땅한 처녀나 과부를 골라 장가를 들여주고 살림도 장만해주는데 옛말에백중날 머슴 장가간다라는 말이 여기서 생겨났다고 한다.

이처럼 백중은 당시 머슴들에게는 최고의 날이었기에 이날을 머슴날, 머슴의 생일, 머슴명일이라는 이칭(異稱)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같은 사연을 알고 있다는 듯 며칠 전에 술좌석에서 만난 친구는내가 집안에서는 머슴이니 이번 백중날에는 머슴 대접 제대로 받아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나 보다. 백중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던 어린 시절 솔솔바람 불어오는 모정에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먹고 마시고 즐기며 흥겨운 시간 보내실 때 칼국수와 하얀 닭죽 얻어 먹던 기억과 남의집살이(머슴살이)하던 형들이 소등에 올라타고 동네 안길을 돌던 모습하며 어느핸가는 그들이 어렵게 빌려 마련한 자전거에 몸을 실은채 읍내에 나간다고 신나하던 장면들이(지금 생각하니 백중장 가는 길이었던 듯하다) 백중날에 대한 희미한 경험이자 풍경이다.

올여름 길었던 장마와 이어진 폭염, 태풍 카눈과 같은 자연현상은 그렇다 치고 국제적 망신살이 뻗친 새만금 잼버리,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논란 등 쌓여가는 국민들의 피로감에 걸핏하면 전 정부 탓이나 하는 현 정권의 몰염치도 그렇고 끝을 모르는 정치권의 유치한 쌈박질까지. 우울한 속마음을 뻥하게 뚫어줄 핵사이다가 그리운 현실에서 이번 백중에는 모처럼 고향마을 찾아 친구 선후배들과 시원한 막걸리 잔 부딪히며 향수도 달래고 아련한 백중날의 추억에 젖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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