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만 하면 무슨 재미?
의사 등 전문가들은 인체에 무리가 가지 않는 최상의 운동이 ‘걷기’라고 말한다. ‘천천히 걷기(완보)’, ‘보통 걷기(산보)’, ‘빨리 걷기(속보)’, ‘최대 속도로 건기(강보)’, ‘기술적 요소가 필요한 빠른 걸음(급보)’, ‘물속 걷기’, ‘뒤로 걷기’, ‘맨발 걷기’ 등 그 종류도 다양하며, 올바른 걷기운동으로 심폐 기능과 면역력을 높일 수 있고 비만이나 심장질환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TO) 역시 ‘걷기는 각종 성인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필수 운동’임을 강조하며 ‘매일 30분 걷기’를 권고했다.
그런데 창의성과 독창성이 뛰어난 우리 MZ 세대에게는 단순히 ‘건강을 위한 걷기’가 채우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었던 모양이다. 단박에 ‘플로깅’ 또는 ‘줍깅’을 트랜드화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스웨덴 북유럽을 중심으로 국내까지 확산된 운동으로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플로깅(줍깅)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플로깅→클린 산행, 클린 비치 등으로 확대
플로깅(plogging)은 ‘이삭을 줍는다’는 뜻인 스페인어 ‘plocka upp’와 영어 ‘jogging(조깅)’의 합성어다.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다는 뜻의 플로깅 혹은 줍깅은 2016년 스웨덴에서 시작해 북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다가 현재는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인 운동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2018년 한강을 중심으로 줍깅 운동회가 열렸고, 스쿼트나 런지 운동 자세와 비슷한 플로깅 자세가 일반 조깅보다 칼로리 소모량이 50㎉ 가량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건강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플로깅이 2030 세대의 트랜드로 자리잡게 됐다.
특히 SNS가 일상화된 MZ 세대에서 플로깅 또는 줍깅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챌린지 방법은 본인의 SNS 계정에 조깅 중 쓰레기를 주워 담는 모습 또는 쓰레기를 담은 봉투 등을 인증하면서 #줍깅챌린지 #플로깅챌린지 등의 해시태그를 붙여 노출하는 방식이다. 유행을 방증하듯 연예인, 기업가들도 앞다퉈 챌린지에 동참하는 모습니다.
플로깅은 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최대한 많이 주우면서 목적지까지 가벼운 조깅으로 가는 것이 목적이므로 쓰레기를 담을 수 있는 봉투와 장갑, 집게 등을 챙겨가야 한다. 이때 쓰레기를 담을 봉투는 일회용 봉투 대신 에코백이나 못 쓰는 가방, 다회용 봉지나 종량제 봉투를, 장갑 역시 다회용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모아진 쓰레기는 잘 분류해 쓰레기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플로깅은 ‘클린 산행’, ‘클린 비치’, ‘수중 청소’ 등 공간을 확장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플로깅·줍깅 대신 ‘쓰담달리기’는 어때요?
2021년부터 ‘줍깅’ 행사를 시작한 ‘김제동과 어깨동무’는 올 6월 4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태안 달산포 해수욕장에서 3년 차 ‘클린 비치’ 운동을 전개했다.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바다를 위한 해변 ‘줍깅’ 행사를 가진 것(매년 6월 5일은 1972년 6월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지구환경보존을 위해 공동노력을 다짐하며 제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다). 가족 단위나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참가하는 경우가 많고, 참가자들에게는 폐현수막으로 만든 ‘줍줍가방’을 준다. 가장은 온라인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다.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는 2017년부터 전문 다이버가 진행하는 수중 청소 외 해변 청소 참가자를 모집해 관광객이 적어 지자체의 손이 잘 닿지 않는 해변을 중심으로 클린 비치 활동을 하고 있다.
플로깅 하는 사람들은 멀리에만 있지 않다. 2021년 7월에는 황룡강 주변에서 ‘줍깅’을 하는 장성군청 이 모 팀장 사진이 SNS에 올라오고 본지에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고, 2022년 11월에는 상무대 육군 기계화학교 부사관단 소속 장병 100여 명이 플로깅 방식으로 장성호 수변길 환경정화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청소년수련관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해바’ 참여 학생들은 2022년 4월 21일 지구의 날(4월 22일)을 맞아 황룡강 일대에서 ‘EM 흙공 던지기’와 줍깅 등 탄소중립 실천 캠페인을 펼쳤는데, 일회성이 아닌 3월부터 주 1회 진행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올 1월 남면 중앙지역아동센터에서 열린 ‘기후위기대응 캠페인’에 참가한 학생들과 분향초 선생님들도 남면 일대에서 플로깅을 진행한 바 있다.
2019년 국립국어원은 줍깅이나 플로깅을 대체할 우리말로 ‘쓰담달리기’를 선정했다. ‘쓰레기를 주워 담으며 달린다’는 뜻이면서 모 가수가 불러 유명해진 노래 ‘쓰담쓰담’에서 쓰인 것처럼 ‘쓰다듬어 주다’는 따뜻한 의미도 있다.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쓰담달리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지구를 위한 작은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