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고소한 주호민 부부가 쏘아올린 ‘교권침해’ 논란
교사 고소한 주호민 부부가 쏘아올린 ‘교권침해’ 논란
  • 권진영 기자
  • 승인 2023.08.15 00:51
  • 호수 9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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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학부모 ‘적대적 관계 인식’ 우려 제기
‘교사 자질·능력 신뢰한다’는 학부모 21.8%
‘감시카메라’보다 전인교육·신뢰 회복이 먼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 공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 공간.

대한민국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명시했다. 교육공무원법은 교육공무원을 교육을 통해 국민 전체에게 봉사하는 자로 규정하면서도 직무와 책임의 특수성에 비추어 교육공무원에게 자격·임용·보수·연수 및 신분보장 등에 관해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에 대한 특례를 적용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 아쉬운 점은 교사자격증, 학위, 교육경력 등이 전부인 교육공무원의 자격부분이다. 임용 원칙도 자격, 재교육성적, 근무성적, 그 밖에 실제 증명되는 능력만 언급하고 있다. 성적과 능력만 있으면 교사가 되는 현실. 그러나 방학이나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집이나 부모보다 학교, 교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유···고 미성년자 교육이 법적인 자격만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최근 논란이 된 교권침해보다 빈도가 월등히 높은 학생 인권 침해사례를 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물론 교권침해를 당했다고 느끼면서도 노출보다는 감수를 택한 교사들도 적지 않을 거다. 2018년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교육 활동 침해를 받았을 때 그 사실을 알렸다는 응답은 47.8%, 알리지 않았다는 응답(52.2%)보다 4.4% 적었다. 알리지 않은 이유로는 어차피 혼자서 해결해야 해서’ ‘일이 커지는 게 싫어서’ ‘사안 처리를 위한 학교 행정절차가 번거로워서등이 높게 나타났지만, 교사로서의 사명감과 학생 보호를 우선 고려한 결과라고 믿는다.

 

교사 소송 지원, 면담실 감시카메라

최근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필두로 웹툰작가 주호민 부부가 특수교사 A 씨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것이 알려지면서 교권혹은 교권침해에 대한 관심과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선 안 된다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고 교권침해에 대비한 보험상품이 출시되는가 하면, 병가를 내거나 명예퇴직으로 학교를 떠나는 교사도 해마다 늘고 있다. 여기서 교사의 자질과 능력을 신뢰한다는 학부모가 200127.6%에서 202121.8%로 하락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교사에 대한 신뢰도가 63%에 이르고 일본 역시 학부모의 학교 교육 만족도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참으로 뼈아픈 현실이다.

지난 3월 교육부가 고시한 교권침해 유형
지난 3월 교육부가 고시한 교권침해 유형

교권을 바로 세우는 일은 교사를 위한 일일 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일이지만 교사에 대한 신뢰가 단단하지 않은 학부모가 악성 민원을 제기할 확률이 높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설문 결과 2016~2018년 교권침해 가해자는 학생’(57.8%)>‘학부모’(35.7%)>‘관리자’(3.6%) 순으로 나타났다. 학교급별로 보면 교권침해 가해자가 학생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중·고등학교 모두 70%를 넘어서며 높게 나타났고, 초등학교는 35.6%로 절반 수준이었다. 반면 학부모라고 응답한 비율은 초등학교 58.4%, 중학교 21.4%, 고등학교 19.8%로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의 교권침해 비율이 높았다.

정부는 교사들의 소송을 지원하고, 학부모 면담실에 감시카메라를 달고, 민원처리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녹음기와 감시카메라 없이는 교육이 어려운 나라. 대한민국의 교육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옳게 가르칠교사 찾아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중국 제나라 재상 관중이 [관자]라는 책에서 곡식을 심는 것은 일년지계, 나무를 심는 것은 십년지계, 사람을 심는 것은 종신지계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라는데, 사람을 심고 가르치는 교육은 평생을 두고 심사숙고 노력해야 할 일이다.

여기에 교육의 사전적 의미인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자 수단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모 중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선생님을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존중은 해야 한다’ ‘부모님을 대하는 것처럼 선생님을 대하라고 훈계했다고 한다. 존경의 사전적 뜻은 우러러 받듦이고, 존중은 높이어 중하게 여김이다. 그런데 존중이든 존경이든 우러나지 않는데 나이나 생물학적·사회적 지위로 강제할 수 있는지, 효과가 있을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시행으로 스승의 날 선물 대신 치열한 ‘정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SNS·블로그 갈무리)

한 교사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른 교사자격은 충분하지만, 누군가 당신은 교사자격이 충분한가?’ 라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라며 다만 학생들을 위해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가 교육하는 학생들을 만나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이 교사의 고민과 노력을 느꼈을 테고, 존중이든 존경이든 우러나는 마음이 있을 듯싶다.

교권. 중요하다. 그러나 가르치는 일이 단순히 돈벌이에 머물러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교사를 존중하고 존경하기는 쉽지 않다. ‘교사는 그들의 선택이지만,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를 선택할 수 없다. 교권침해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많은 빈도로 상처받거나 부당함을 겪는 아이들이 있고, 참고 견디는 아이들 역시 대다수다. 뒤를 돌아봐야 하는 게 교권을 침해한 부모들과 아이들뿐일까. 교권을 가진 교사들은 과연 아이들에게 좋은 교사이고자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나.

교권은 교사의 옳게 가르칠권리여야 보호받을 수 있다. ‘교사의 권력이 아니라.

 

여러분은 지금 미래의 교사가 될 아이들을 교육하고 계신 겁니다

72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20241월부터 대대적인 교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악성 민원·폭언 등 교사 괴롭힘은 물론 교사 개인이 갈등 대처 책임을 떠안게 되는 구조, 인력 부족·과다 업무 등 교원 노동 여건 전반을 들여다보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권친화적 학교 만들기 관련 종합적인 정책권고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한 학부모는 교사들이 겪는 고충과 교권 추락 문제에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현재 교사들이 주장하는 문제 학생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 방안 마련’ ‘교육 목적 행위에 대한 넓고 강력한 면책 보장전에 법에서 정한 교사 자격 말고 교사여도 좋을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고민해보는 교사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교사 자질에 대한 성찰과 어린 시절부터의 전인교육,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 인권교육으로 학생다운 학생, 학부모다운 학부모, 그리고 교사다운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학부모는 최근 사태와 해결 방안으로 제시되는 것들을 보면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를 서로 으로 모는 것 같아 두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학부모와 교사는 천적이라는 말이 있다. 교육사회학의 고전인 가르침의 사회학’(윌러드 월러)에 나오는 구절로, 교사와 학부모는 원래 교육관이 달라 적대감으로 경쟁하는 관계라는 뜻이다.

반대로 폴란드의 교육자이자 아동문학가인 아누슈 코르착은 중요한 것은 슬퍼하는 것이다. 아이가 삐뚤어진 길을 걸어와서 그렇게 고독한 모습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슬퍼하라. 연민의 정을 가져라. 슬픔을 아는 교사는 적어도 당면한 교육 현실을 적절한 의도와 노력을 통해서 정복하고 승리를 구가하는 자이다라고 했다. 그는 또 아이들을 대할 때 나는 두 가지 감정을 느낀다. 지금의 모습에 대한 사랑과 앞으로의 모습에 대한 존경이라고도 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는 이 아이들이 미래의 교사라는 사실이다. 지금의 교사들도 학생이었던 때가 있듯이 말이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 곁에는 교사를 존경하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사랑하고 헌신하는 교사가 더 많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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