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해가 지나고
스무 해가 지나고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3.08.15 00:27
  • 호수 9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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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시대 갈흥이 쓴 신선전에 마고가 왕방평에게 일러 말하기를 스스로 모신 이래로 동해(東海)가 세 번 뽕나무밭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번에 봉래에 이르니 물이 갈 때 보다 얕아져 대략 반쯤이었습니다. 다시 언덕이 되려는 것입니까라고 하니 왕방평이 말하기를 동해(東海)가 다시 흙먼지를 일으킬 뿐이다라고 한데서 유래한 고사가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요즘은 10년이 아니라 3년이면 능히 강산이 변하고도 남는다. 수도권 주변의 신도시 건설 현장에서 공사를 시작하고 3년이 지나면 수만 명이 살 수 있는 아파트와 상가가 뚝딱하고 들어서는 것을 볼 수 있다중국이 한창 개발을 할 때인 10여년 전에는 1년이 다르게 도시가 변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20년 전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루겠다는 신념으로 몇 사람이 모여 지역신문창간을 논의한지 엊그제 같은데 사람으로 치면 벌써 성년이 되었고, 햇수로는 20년이며 지령으로는 981호가 되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언론의 환경도 그때와 많이 바뀌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의해 개인 미디어인 유튜브와 SNS 이용자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종이신문의 구독률은 현저히 낮아졌다.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던 모습은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었다.

첫 신문을 발행하면서 독자들에게 이런 신문을 만들겠다지역발전과 통합, 출향인 애향심고취’ ‘자치단체와 의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 ‘지역사회를 위한 유능한 일꾼 발굴’ ‘혈연,지연, 학연에 얽힌 선거문화 개혁’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한 토론마당 제공그리고 군민 알권리 제공, 공정하고 정확한 논평을 약속했다. 이 약속들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참 부끄럽기 짝이 없다.

뜻을 함께한 50여 명의 주주는 신문이 정치와 자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오직 구독료와 정직한 광고료 그리고 뜻있는 독지가의 조건 없는 후원에 의해 운영해야 한다고 호기를 부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올바른 저널리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안정과 직원에게 적절한 급여를 제 때에 지급해야 한다는 현실에 부닥쳐야 했다. 하지만 저널리즘이 상업주의로 흐르는 순간 그러니까 신문을 수단으로 삼아 돈을 벌려고 하거나 소외된 사람들이 아닌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편을 드는 순간 그 신문은 폐지보다 못한 오염물이 된다는 다짐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지난 20년 동안 경영을 핑계로 때론 기득권의 요구에 눈감아 주거나 약한 사람의 목소리를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참 많이 부족하고 무능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10여 년 전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를 갓 졸업하고 신문사에 입사한 기자에게 “1년 뒤 자신이 쓴 기사를 읽고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창간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써왔던 칼럼을 간추려 책을 한 권 내 볼 생각으로 지난 신문을 다시 읽으면서 낯이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얄팍한 지식과 오만이 묻어있는 글이 적지 않았으며 나 자신은 실천하지 못하면서 남을 꾸짖는 말들도 서슴지 않았다.

중국의 유명한 시인 백거이가 조과선사로 알려진 도림스님을 찾아가 불교에 대해 묻자 스님은 악을 멀리하고 착하게 살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백거이가 불교가 대단한 것인 줄 알았는데 별것이 아니군, 그런 건 세 살 먹은 아이도 아는 일이요.”라고 했다. 도림스님은 세살 먹은 아이도 알지만 팔십 먹은 노인도 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말에 백거이가 크게 뉘우쳤다고 전한다. 이제 스무 살이 된 장성군민신문은 지난 20년 동안 매주 1회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며 휴간없이 20년 동안 신문을 발행하였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은 20년 전과 많이 달라졌고, 새로운 변화를 바란다. 그래도 종이신문을 버릴 수 없는 이유는 단순한 뉴스가 아니라 지역의 저널리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신발 끈을 묶고,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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