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등록금·주거비 지원 ‘비합리적 포퓰리즘’ 지적 나와
대학생 등록금·주거비 지원 ‘비합리적 포퓰리즘’ 지적 나와
  • 권진영 기자
  • 승인 2023.08.07 22:29
  • 호수 9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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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대학생 등록금 및 주거비 지원 조례안 입법 예고
근시안적 포퓰리즘, 효율적 자원 배분 가로막는 요인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지원구간 산정 시스템 설명 자료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지원구간 산정 시스템 설명 자료

장성군이 지난 727장성군 대학생 등록금 및 주거비 지원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대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덜고, 지역 인재 양성을 통한 교육도시 실현을 위한 지원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실효성과 투자 대비 가치 측면 모두에서 비합리적 포퓰리즘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가 차원의 저소득층 학자금 지원 확대

지자체 등록금 지원고소득층 쏠림 우려

장성군수가 제출한 조례안에는 대상 학생의 보호자가 공고일 현재 3년 이상 계속해서 장성군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개인별 누적 최대 8회의 등록금과 월 30만 원 내 주거비를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런데 조례 제정에 앞서 국가 차원에서 소득 수준을 고려한 학자금 지원책 마련 논의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 613일 국회에서 열린 취약계층 대학생 학자금 지원 확대 관련 당정협의회에서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일명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이 연 소득 1억 원이 넘는 고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지만, 실제 저소득층에는 혜택이 크지 않다는 점이 지적됐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자 면제는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한정하는 대신 국가장학금과 근로장학금, 저리 생활비 대출 확대 등을 추가한 패키지 지원 방안이 제시됐다. 또 저소득층의 학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초·차상위 가구의 경우 모든 자녀에 대해 등록금 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중간 계층에 대해서도 지원 한도를 상향하고 저소득층은 지원 규모를 더 늘려 국립대 등록금 수준 이상을 지원한다는 방침이 나오기도 했다.

이미 국가장학금을 통해 구간(가구별 소득·재산 기준)·유형(/다자녀/)별로 학자금이 차등 지원되고 있고 올해부터는 대학 입학금 제도도 폐지돼 학비 부담은 더욱 줄어들었다. 따라서 향후 지자체가 시행하는 대학생 학자금 지원은 취약·저소득층이 아닌 고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장성군 대학생 등록금 및 주거비 지원과 이를 위한 조례 제정 이유인 대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경감의 실효성의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역 인재·청년 유출 부추길 수도

줄어드는 대학 입학 인원(단위:명/자료:교육부, 통계청)
줄어드는 대학 입학 인원(단위:명/자료:교육부, 통계청)

대학생 등록금·주거비 지원이 김한종 군수가 최근 간담회 등에서 언급한 예산 투자 대비 이용도·가치 극대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장성군을 포함한 농산어촌 지역의 최대 화두는 인구감소와 초고령화, 이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다. 장성군은 올 531일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장성군 인구 늘리기 지원 조례장성군 인구감소 대응에 관한 조례로 전부 개정했다. 인구감소 대응 지원사업 세부 지원 내역은 전입장려금(1인당 10만 원) 전입유공기관 장려금(20~300만 원) 결혼축하금(부부당 400만 원) 국적취득 축하금(100만 원) 등이다.

그런데 대학생 등록금 및 주거비 지원이 장성군의 인구감소 대응 정책에는 부합할 수 있을까. 실제 2023학년도 전국 대학 미충원 규모는 50여 개 대학 96305명으로 202017842명에 비해 5배 이상 늘었다. 경주대의 경우 총 모집인원 594명 중 532(90%)이 미달됐고, 총원의 50% 이상 미달된 학교만 대구예대, 광주여대, 초당대, 극동대, 우석대, 남부대 등 7곳에 이른다. 2024학년도 미달 규모는 12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17년 후인 2040년 대입 학령인구는 올해보다 약 40% 줄어든다는 분석도 나왔다.

2021~224년제 대학 졸업생 취업률 역시 60%대 초반으로 대졸자 10명 가운데 4명은 실업자이거나, 취업자의 50%는 전공과 무관한 직무에 종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여전히 대학은 한국 사회에서 필수로 여겨지는 고등교육기관이지만 실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책과는 거리가 먼 실업자 양성소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장성군은 직전 학기 C 학점 이상만 취득하면 매 반기별 지원을 원칙으로 누적 8회까지 등록금을 지원할 계획이며, 4년 동안 예상 사업비는 8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등록금을 받은 학생이 장성으로 돌아와 가정을 꾸리고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며 지역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확률은 얼마나 될까. 되레 지역 인재와 청년을 유출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허리띠 졸라매고 우선순위 따져야

대학생 등록금 및 주거비 지원 조례 제정 이유 중 하나는 지역 인재 양성을 통한 교육도시 실현이다. ‘교육도시란 다른 말로 학술도시, 대학도시, 학원도시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해 교육단지가 커져서 도시 규모가 된 곳, 대학교·박물관·연구소 등이 밀집되어 학술연구의 중심이 되는 도시를 말한다. 폐교 위기에 처한 초등학교가 여럿이고, 지역 고등학교 역시 정원 미달을 걱정하며 학생 유치에 공을 쏟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지역과 상관없는 대학생 등록금과 주거비를 지원하겠다는 정책과 계획이 교육도시 실현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다.

단편적 시야와 인기주의에 편승한 포퓰리즘은 감정적으로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이다. 대학생 등록금·주거비 지원은 김한종 군수 공약 중 하나지만 윤석열 정부가 거둬들이지 못한 세금이 36조 원, 우리 군에 오지 못할 돈 500, 허리띠를 졸라매고 9월 추경도 우선순위를 따져서 하겠다는 김한종 군수의 약속이 공약이라고 해서 비껴가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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