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영부인의 품격
대통령 영부인의 품격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3.07.23 22:20
  • 호수 9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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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고산에 위치한 부탄은 인구 80만 명의 작은 나라로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 국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며 대학교육도 무상이고, 유능한 학생을 선발하여 국가에서 유학을 보내며, 의료는 무상으로 제공한다. 국가는 가난하지만 국민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히는 이유가 있다.

부탄은 2006년까지 절대군주 국가에서 입헌군주제로 전환하였는데 4대 국왕인 지그메 싱계가 51세의 나이에 25세의 아들인 지그메 케사르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물러나면서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입헌군주제로 전환했다. 4대 국왕 지그메 싱계가 영국에 유학하며 민주주의를 공부한 아들 케사르에게 왕위를 물려주며 새로운 시대를 열게 한 것이다.

당시 입헌군주제로 전환을 반대하는 국민에게 지그메 싱계는 미래의 부탄 왕들이 모두 좋은 왕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좋지 못한 왕이 내린 결단은 한순간에 나라를 붕괴시킬지 모른다. 국가는 왕보다 중요하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2006년부터 실질적인 왕권을 이어받은 지그메 케사르는 20085대 국왕에 취임하며 나는 절대로 왕으로서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겠다. 국민을 부모처럼 지키고, 형제처럼 보살피며 아들처럼 섬기겠다. 국민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을 주고, 그 무엇도 취하지 않겠다.(중략) 나에게 국민의 희망과 열망을 채우는 일 외에 개인적인 소망은 없다. 나는 호의, 정의 그리고 평등이라는 가치 아래 언제나 변함없이 국민을 섬기겠다고 선서했다.

지그메 케사르가 국왕에 취임할 때 나이는 28세였고 그로부터 3년 뒤인 2011년 평민 출신인 제선 페마와 결혼했다. 제선 페마는 항공기 조종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인도와 영국에서 유학한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신여성이다. 25세에 세계 최연소 왕비가 된 제선 페마는 신혼여행 대신 직접 부탄 국민을 만나겠다며 국왕인 지그메와 함께 4일간 부탄의 곳곳을 걸었다. 국왕과 왕비는 결혼 이후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매년 수차례 하루 수 시간을 걸어서 지방을 순시하고 있다.

2015년에는 케사르 왕과 페마 왕비가 메락에서 삭텡을 가기 위해 해발 4500미터의 고개를 넘어 14시간을 걸어 시골 마을을 방문했는데 그때 비마저 내려 빗길을 걸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왕의 시골 마을 방문을 취재하던 방송사 카메라에 담겨 부탄 전역에 보도되었다. 수행하던 장관은 케사르 왕과 왕비가 빗길에 무리하여 걷다가 병이라도 생길까 염려하여 헬리콥터를 부르려 했으나 왕과 왕비는 귀한 헬리콥터는 백성이 재난의 위험에 처했을 때 사용하라며 장관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평민 출신이지만 인도와 영국에서 유학한 제선 페마는 부탄 출신으로는 드물게 부유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지그메 케사르 왕과 결혼한 페마는 작은 오두막에서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살며 부탄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필자가 부탄을 방문했을 때 왕위에서 물러난 4대 국왕 지그메 싱계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런데 지그메 케사르 왕 역시 작은 오두막에서 생활하며 집무실로 출근할 때 자전거를 타고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부탄 국민은 제선 페마가 아름답고, 똑똑하며 마음씨도 착한 왕비로 여성이 갖추어야할 모든 것을 다 갖추었다고 믿으며 왕과 함께 존경하고 있다. 부탄의 대부분 가정집에는 왕과 왕비의 사진을 집 거실 중앙에 걸어두고 있다. 왕과 왕비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가 리투아니아를 방문하며 십 수명의 경호원을 대동하여 고급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명품샵을 찾았다고 한다. 국민의 혈세로 외국을 방문하여 명품샵을 찾은 대통령의 부인이라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더구나 김건희씨가 명품샵을 찾았을 때 한국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해 여러 지역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고, 김건희씨 가족의 땅과 연루된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으로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시끄러운 때였다.

인구 80만 명에 불과한 가난하고 작은 나라 부탄의 왕비 제선 페마와 세계 경제 규모 10위에 달하는 한국의 대통령 김건희 씨를 비교할 때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괴감이 드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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