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장성군의회가 채택·송부한 건의·결의문에 대한 관계부처 회신율이 0%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의를 대변하는 지방의회의 목소리에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와 관계기관도 문제지만, 정부·기관의 대처와 이행 여부 챙기기는 뒷전이고 ‘발의’에만 의미를 두는 의회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장성군의회만의 일이 아니다. 기초자치단체는 물론이고 광역자치단체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지방의회의 견의·결의문에 ‘묵묵부답’인 정부 부처에 대한 비판과 강제 회신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등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수차례 제기됐고 이 역시 ‘촉구 건의안’이라는 이름으로 관계부처에 전달됐지만, 이마저도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쳤다. 주민을 대변하는 의회의 목소리가 사장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7·8·9대 건의·결의문 17건, 회신율은 제로
제7대(2014~2018) 4건, 제8대(2018~2022) 6건, 2022년 7월 개원한 제9대 7건 등 제7대 의회가 개원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장성군의회가 정부 부처에 보낸 건의문·결의문은 모두 17건이다. 제7대 의회는 ▲평동 포사격장 장성 이전 반대 결의문(김회식) ▲쌀값 안정 대책 촉구 결의문(고재진) ▲고려시멘트 레미콘 공장 신설 반대 및 이전 촉구 결의문(임동섭) ▲서삼면 송현리 돈사 신축 반대 결의문(임동섭)을, 제8대 의회는 ▲국립심뇌혈관질환센터 설립 촉구 결의문(임동섭) ▲한전공대 첨단3지구 건립 촉구 건의문(임동섭) ▲5·18 민주화운동 망언 규탄 성명서(임동섭)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 대한 규탄 결의문(임동섭) ▲국립 아열대 작물 실증센터 장성 유치 건의문(임동섭) ▲국립심뇌혈관센터 신속 설립 촉구 결의문(심민섭) 등을 대통령비서실장과 국무조정실장, 행안부장관, 외교통상부장관, 질병관리청장 등에 송부했다.
제9대 의회 들어서는 광주·전남 반도체 특화단지 장성 유치 및 지정 촉구 건의문 3건(심민섭)을 포함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반대 결의문(서춘경) ▲쌀값 폭락 방지 및 가격안정 대책 마련 촉구 건의문(서춘경) ▲지방의회의원 후원회 조직을 위한 정치자금법 개정 촉구 건의문(나철원) ▲장성군 평생교육도시 조성 지원 결의문(최미화) 등을 채택하고 역시 대통령비서실장 및 국회의장, 농식품부장관, 각 정당 대표, 전국 시군의회, 장성군수 등에 보냈다. 그러나 10여 년 동안 장성군의회는 단 한 건의 회신도 받지 못했고, 2022년 11월·2023년 3월·2023년 6월 세 차례에 걸친 동일 안건 건의문 채택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반도체 특화단지 장성 지정 여부는 이달 말 판가름 날 전망이다.
발의에만 몰두...자성 필요해
전남도의회는 2016년 당시 10대 전남도의회가 출범한 2014년 7월 이후 청와대, 국회, 정부 부처에 전달한 건의문과 결의문 59건 중 처리결과가 회신된 건수는 15.3%인 9건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도의회는 민의의 대변자로 지역민의 뜻을 전달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행은커녕 회신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진행 상황만이라도 도민들이 알 수 있도록 회신을 의무화하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전국 시·도의회 운영위원장협의회는 이런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해 국회, 청와대, 국무총리실, 정부 부처에 전달했지만, 현재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
2021년 3월 18일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제2차 임시회에서 전북의회 의장이 제출한 ‘지방의회 건의문 등에 대한 회신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건의안에 따르면 2020년 전국 17개 광역의회가 중앙부처 등에 발송한 총 327건의 건의문·결의문 중 관계기관으로부터 회신된 건수는 1.5%인 5건에 불과했다. 협의회는 ‘지방의회가 채택한 건의문·결의문이 사장되는 일이 없도록 행정안전부 내 총괄 담당 부서를 신설하고 관계기관의 회신을 강제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여수시의회는 의회가 발의한 각종 건의안과 촉구안이 보여주기식 성과 위주로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시민 생활과 밀접한 사안에 대해 시의회가 스스로 나서 챙기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 3월 송하진 여수시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민선 8기 여수시의회가 발의한 건의안 및 촉구안은 36건에 이르지만, 이중 회신은 전남도로부터 받은 ’여수 율촌 제2산업단지 조기 조성 촉구 건의안‘이 유일하고, 민선 6기부터 8기까지 송부한 100건 중 회신율은 겨우 5%에 불과하다’며 ‘시의회가 정부와 지자체, 외부 기관을 상대로 촉구한 건의문과 결의문이 자칫 보여주기 성과주의로 비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발의에만 몰두한 나머지 상대 기관의 성실한 답변과 대처 마련 등을 촉구하는데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면서 ‘회신 의무는 없다고 하나 지방의회가 발송하는 촉구 건의안은 기관 간의 공문이며 시민 생활과 밀접한 사안이므로 시의회가 스스로 챙겨야 했고, 사장되지 않고 행정에 반영돼 시민 삶이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