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기 발등에 불 (3)
지방소멸 위기 발등에 불 (3)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3.05.15 10:58
  • 호수 9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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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 기부금제, ‘히라도'시에서 배우다
히라도 섬
히라도 섬

<히라도시 인구 28천여 명, 고향세 기부자 37천여 명>

일본은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방법의 하나로 2008년부터 고향세(고향사랑기부금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장성군은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김한종 군수를 포함해 도의원과 군의원 그리고 담당 부서 공무원들이 34일 일정으로 일본의 오사카와 와카야마현을 방문해 고향세 관련 관계자 미팅 및 간담회를 진행했다.

일본에서 지방세 제도가 시행된 이후로 많은 지방에서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소중한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농어촌에서 생산되는 지역 농특산물이 지방세 납부자에게 지속적으로 판매되고, 마침내는 지방으로 귀촌 또는 귀농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인구 27천여 명의 히라도시가 어떻게 37천여 명의 기부자를 참여하게 만들었는지 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우리 지역에 본보기로 삼고자 한다. 히라도 시는 규슈 나가사키현 서쪽에 위치한 섬으로 인구는 28천여 명이며 섬 전체 면적의 20%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곳이다.

세계유산 히라도 카톨릭 성당
세계유산 히라도 카톨릭 성당

2018년 가톨릭 성지로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으며 바다와 대초원의 아름다운 경관 그리고 온천과 다양한 수산물이 풍부하다. 1977년 히라도 대교가 완공되어 히라도섬과 규슈 본토가 이어졌다. 히라도는 15세기~17세기 포르투칼과 스페인의 교역이 시작된 곳이며 송나라 때 선종불교가 최초로 들어온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요 산업이던 석탄산업이 석유로 대체되면서 급속한 쇠퇴의 길로 들어선 곳이기도 하다.

 

<청년이 떠나는 히라도시>

히라도시는 오래전부터 어업이 발달한 곳으로 고래잡이와 고래 가공제품이 유명한 곳이며 계단식 논을 개간하여 농업은 물론 와규(和牛)를 사육하여 소고기로도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북태평양과 동중국해의 국제 어업교섭에 의해 어획량에 제한이 가해지고, 3주간 연속해서 조업해야 하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연안 어업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산자원 고갈에 의해 청년 어업인이 도시로 떠나고,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히라도 대교
히라도 대교

또한 섬지역의 특성상 산비탈을 개간하여 이룬 농토는 기계화 농업에 어려움이 있어 1인 생산량에 한계가 있다. 더구나 지구위기로 작물의 생육 불량과 농지의 재해가 반복되어 젊은 세대의 농촌이탈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1977년에 완공된 히라도 대교는 섬에 사는 주민들이 의료 등 긴급사태에서 육지로 이동하는데 편리함을 주었고, 관광객의 숫자는 늘었지만 숙박 등 돈 쓰는 관광객은 오히려 줄어들었으며 주민들도 시내의 대형 쇼핑몰에서 더 싸고, 질 좋은 물건을 구매하면서 지역경제는 더욱 나빠져 갔다.

출생은 적고, 사망은 많은 농촌 지역의 특성상 인구의 자연 감소를 막을 수는 없어도 매년 전입 인구가 1.000명인데 비해 전출 인구는 1.300명으로 해마다 300명이 줄어들고 있다. 더구나 줄어드는 300명은 거의 청년층이다.

 

<고향세 20081450만 원, 2014140억 원의 기적>

2008년 고향세가 처음 도입되던 해 히라도시의 기부금은 37145만엔(1450만원)이었으며 201030124만엔(1240만원) 그리고 2011년에는 2484만엔(840만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4년 히라도시의 기부금은 14억엔(140억원)에 이르렀고 기부자는 3만여 명이 넘었다.

히라도 방목소(와규)
히라도 방목소(와규)

히라도시는 기부금이 많이 늘어난 것보다 기부자의 수가 대폭 증가한 것이 더욱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기부자는 답례품을 통해 품질이 확인된 히라도시의 농특산물을 재구매하게 되고, 관광 상품권을 활용하여 히라도시를 방문하게 되었다.

히라도시는 다양한 수산물과 쌀, 딸기, 아스파라거스 등 농산물 그리고 최고급 소고기인 와규(和牛)를 생산하고 있었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한계로 하나의 상품이 브랜드화되지 못했다.

임산물인 원목 표고버섯과 품질이 좋은 양파도 생산량이 적어 도시의 농산물 공판장에서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가격의 차별없이 판매되는 실정이었다. 브랜드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원하는 일정량을 생산해야 하고, 사계절 또는 소비자가 원하는 때를 맞추어야 한다. 장성군도 농산물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게 하려면 바로 위와 같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런데 고향세 기부금에 대한 답례품은 히라도시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가장 좋은 계기가 되었다.

 

<30대 초 말단 공무원이 이루어낸 신화>

히라도시 고향세 시스템을 고안한 기획재정과 구로세 게이스케는 30대 초반의 말단 공무원으로 그는 시장에게 직접 답례품 포인트제를 도입하여 1만엔 기부에 4천 포인트를 부여하고 싶다. 이를 예산에 반영해 달라고 제안했다. 포인트는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나누어서 사용할 수 있으며 다만 모든 상품은 히라도시에서 생산되는 농`수특산물에 한정했다.

히라도 온천
히라도 온천

향우들의 선의를 바라는 고향세의 시스템을 히라도시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농수산물과 특산물을 답례품으로 돌려주는 일종의 온라인 로컬푸드 판매를 가미한 것이다. 기부금자가 받은 포인트는 히라도시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고, 히라도시의 호텔이나 히라도시 로컬푸드 매장에서 현금카드와 같이 사용할 수 있다. 남은 포인트는 적립되어 다음 해로 이월된다.

히라도시에서 고향세 기부금자에게 주는 답례품은 무려 3,000종류에 이른다. 히라도시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수산물과 특산물 가운데 히라도시의 검증을 받은 상품은 모두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장성군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판매되는 장성산 먹거리는 모두 고향사랑기부금의 답례품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또한 포인트가 적립되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장성군 온라인 로컬푸드에서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상품의 운송배달료를 포인트에서 차감한다는 점을 반드시 고지해야 한다.

장성군은 계절이라는 한정과 소량 다품종생산으로 하나의 상품을 브랜드화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런데 답례품 제도는 딸기, 복숭아, 포도, 사과 그리고 최근 생산되고 있는 아열대 과일과 한우 등 좋은 품질의 장성산 농축산물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포인트 기부제는 이웃사랑 실천>

히라도 고래고기
히라도 고래고기

2015년 기준으로 히라도시 기부자는 37천여 명이었고, 부여된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다음 해로 이월한 기부자는 13000여 명이었다. 적어도 13000여 명의 기부자는 다음 해에도 기부할 가능성이 크다. 답례품은 기부자와 기부대상의 기초단체 그리고 지역주민의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한편 포인트는 본인 외에도 가족 또는 친구에게 기증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 기업 대표는 자신이 받은 답례 포인트를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어 직원들이 사용하게 하였고, 부부 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기부금을 납부했을 경우에는 포인트를 모아서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히라도 과일채소세트
히라도 과일채소세트

장성군은 고향사랑 기부금 답례품으로 백양사 템플스테이 이용권 고객 맞춤형 장성 12일 여행권 장성군 명품 농특산물 장성사랑상품권 벌초 대행 서비스 등 크게 5가지를 선정했다. 하지만 답례품이 1회로 끝나지 않도록 다양화, 나누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고향사랑 상품권의 경우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기부금의 착한 사용이 기부자를 만족하게 한다>

히라도 과자(카스테라)
히라도 과자(카스테라)

내가 기부한 돈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발전을 이루는데 소중하게 사용된다고 느낄 때 기부자는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기부를 생각하게 된다. 히라도시는 지방세 사용에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빛나는 인재 만들기 프로젝트로 지역에서 활동할 인재 육성, 지역에서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만들기, 사회교육(평생교육)의 실현이다. 두 번째는 지역의 자원을 살리는 프로젝트로 문화유산의 보존과 계승 활동, 세계유산 등록 추진, 지역산 상품의 브랜드화다.

세 번째는 계속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로 기업 입지 지원, 지역 전체에서 육아 지원, 소방 등 안전 체제 강화 등이다. 히라도시 고향세는 반드시 위 3가지 내용으로만 사용하게 되며 기부자는 위 3가지 핵심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다만 3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대신 시장에게 위임할 수도 있는데 시장은 반드시 위 3가지 항목으로만 고향세를 사용해야 한다.

히라도 술
히라도 술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면 히라도시는 산부인과가 없다. 따라서 섬 지역에 거주하는 임산부에게 도시의 산부인과로 가는 교통비, 정기검진비, 숙박비 그리고 갑자기 출산이 임박해지면 긴급 이송비도 지원한다. 임산부에게는 14회의 정기검진비와 교통비 일부를 지원한다. 또한 영유아 의료비는 물론 중학생까지 예방접종 등 필요한 의료경비를 지원한다.

고향사랑기부금제가 성공하려면 소액 다수의 기부자 모집과 다양하고 질 좋은 답례품 그리고 기부금이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게 사용해야 한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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