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소학을 읽으며
어버이날, 소학을 읽으며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3.05.08 10:01
  • 호수 9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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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小學)은 송나라 때 주자(朱子)가 엮은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나 사실은 그의 제자 유자징(劉子澄)8세 안팎의 아동들에게 유학을 가르치기 위하여 1187년에 편찬한 책이다. 주자는 소학은 집을 지을 때 터를 닦고, 재목(材木)을 준비하는 것이며 대학(大學)은 그 터에 재목으로 집을 짓는 것이 된다고 강조하여 소학이 유교 사회의 도덕 규범 중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인성교육의 바탕이 되는 교재임을 강조하였다. 조선에서 소학이 중시된 것은 조선 초기부터였는데 서당은 물론 향교와 서원에서도 필수 교육과목이 되었다.

세종 때 성균관 진학 자격을 주는 승보시(陞補試)에 소학이 주요과목으로 정해지자 그동안 소학을 어린이들이나 보는 책으로 여겨 소학 공부를 소홀히 한 생도들이 임시로 섭렵하는 폐단이 있었다. 하지만 소학은 벼락치기로 익히는 책이 아니라 늘 배우고 실천해야 하는 덕목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소학과 대비되는 대학은 사서(四書)의 하나로 배움을 통해 사람이 기본적으로 타고난 밝은 성품을 발현시켜 지극한 선()에 머무르게 하는책이다. 보통 선비들이 학문을 배워 글을 읽기 시작하였다고 할 때 글은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의 사서를 말한다. 그래서 천자문 등은 글을 배운다고 하고, 논어부터는 글을 읽는다고 한다.

조선시대 서당에서 가장 먼저 익히는 책이 천자문이라고 아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천자문은 양무제 때 학자 주흥사(周興嗣, 470~521)가 무제의 명을 받고 지었다고 전한다. 천자문은 4자씩 250구절 시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흥사는 하룻밤 새에 이를 지어 머리가 하얗게 세어 사람들이 백두(白頭) 선생 혹은 백수(白首) 선생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천자문을 다른 말로 '백수문'(白首文)이라고도 부른다. 천자문보다 먼저 익히는 책이 넉 자로 구성된 사자소학과 다섯 자로 엮은 추구(推句). 천자문을 떼고 나면 학어집과 명심보감을 익히는데 그 순서는 서당에 따라 다소 달라지기도 했다.

서당에 들어갔지만 집안 형편이 몹시 어려워 과정을 다 마치지 못했을 경우 천자문도 다 떼지 못했다고 하였는데 이는 천자문을 다 떼지 못한 것이 아니라 명심보감과 동몽선습 등 서당에서 배우는 교과 과정을 다 마치지 못했다는 말이다.

사자소학의 첫 구절은 부생아신(父生我身) 모국오신(母鞠吾身) 복이회아(腹以懷我) 유이포아(乳以哺我). 아버지 나를 낳게 하시고, 어머니는 나를 기르셨으니 배에 나를 품어주셨고, 젖으로 나를 먹이셨다는 뜻이다. 사자소학에서 부모의 은혜에 대한 글귀는 넉 자로 구성된 112개 구절이고 글자 수로는 448자다.

인륜의 교과서가 소학이고 소학을 쉽게 익히기 위해 조선에서 만든 것이 사자소학인데 여기서 가장 기본이 되는 가르침이 바로 효()라는 것이다. 유교 이념의 덕목은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 8자로 함축시켜 말한다. 효는 8가지 덕목 중에 가장 기본이 되며, 처음이고 끝이 된다.

58일은 정부가 지정한 어버이날이다. 195658일에 지정되었을 때는 어머니의 날이었는데 미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73년 아버지를 포함하기 위하여 어버이날로 바꾸었다. 어버이날에 부모에게 카네이션 꽃을 달아주는 전통도 미국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어버이날에는 부모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용돈이나 선물을 드린다. 그런데 농촌에 홀로 사는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어버이날에 노인들끼리 서로를 위로하며 작은 선물을 주고받거나 지역 청년회나 부녀회 그리고 지역의 봉사 사회단체에서 노인들에게 꽃을 달아주거나 점심을 대접하는 일이 흔하게 되었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어버이날 앞인 55~7일 사이 연휴에 동해안은 물론 전국의 주요관광지 숙박업소는 이미 예약이 끝났다니 말이다. 사자소학에 정성으로 효를 다하지 않으면 짐승과 다를 것이 없다고 하였는데 물질은 풍요해진 세상에 사람다운 사람은 드문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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