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사랑한 죄 - 징역 9년
조국을 사랑한 죄 - 징역 9년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3.04.24 10:27
  • 호수 96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6924일 워싱턴의 미육군 장교클럽에서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부가 주최한 국군의 날 리셉션이 열리고 있었다. 이 행사에 참석하고 있던 재미동포 로버트김(한국명 김채곤)이 들이닥친 미연방수사국, FBI 요원들에게 현장에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에게 적용된 죄명은 간첩죄였다. 로버트김은 미해군 정보국에서 합동해양정보 체계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일을 맡고있던 컴퓨터 분석가였다. 그는 주미 한국대사관 해군 무관인 백동일 대령에게 강릉에 침투한 북한 잠수함의 침투경로, 북한군과 북한 주민의 동요 여부,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이 북한군에게 유입되었는지 여부, 휴전선 부근의 북한군 배치, 북한 해군의 동향 등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한편 그가 준 정보에는 당시 미 해군이 C41(지휘통제 통신 컴퓨터및 정보) 관련 장비를 한국에 팔기 위해 노력 중이었는데 이 시스템이 한국 실정에 잘 맞지 않으니 심사숙고할 것을 조언한 것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로버트김은 미국 유학 4년 만에 NASA에 입사했고 1974년 시민권을 취득한 후 78년부터 해군 정보국에서 일하게 된 최고엘리트였다. 하지만 로버트김은 간첩죄로 구속되었고, 그에게 정보를 받은 백대령은 외교관 신분이라 미국에서 추방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로버트김이 백대령에게 준 미국의 국가기밀은 다른 것이 아니라 북한의 정보였고, 조국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아무 대가 없이 미국이 취득한 북한의 정보를 한국의 대사관에 넘긴 로버트김은 공무원직에서 파면되어 연금도 받지 못하게 되었고, 무려 징역 9년과 보호관찰 3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미주 한인사회는 그의 석방운동을 벌였고, 한국 정부도 그의 석방을 요구하였지만 그는 풀려나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대통령에게 사면요청을 하였으나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도 미국 대통령에게 로버트김의 사면을 요청했지만 로버트김은 사면을 받지 못하고, 모범수로 15%의 감형을 받아 수형 7년 반 만인 2004727일에야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되었다.

로버트김이 한국의 백동일 대령에게 건넨 자료는 특급비밀이 아닌 고급 정보에 해당되었고, 그가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백동일 대령은 단 한 푼의 돈도 그에게 주지 않았다.

사실 미국이 로버트김을 구속한 것은 그해 918일 북한의 무장간첩 25명을 태운 잠수함이 강원도 강릉시 해안에서 죄초하여 간첩 13명이 사살되고, 11명이 자결하였으며 우리 군인과 민간인 17명이 숨진 것과 관련이 있었다. 919일 미국 국무장관은 더 이상의 충돌을 중단하라고 촉구하였으나 김영삼 대통령은 미국의 지나친 내정간섭이라며 주미한국대사를 소환하는 등 미국의 태도에 반발했다. 로버트김은 북한의 잠수함 침투경로를 백대령에게 알려주었고, 미국은 이를 군사기밀 유출이라고 판단하였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게 적대국인 북한의 동향을 알려준 것이 군사기밀 유출이고 간첩죄가 된 것이다. 결국 924일 로버트김은 구속되었고, 그의 재판과정에서 미국은 이미 로버트김이 6개월 전부터 백동일 대령에게 미국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도청과 감시 등을 통해 알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미국은 한국과 혈맹이고, 우방이며 군사동맹국인데도 국가의 기밀도 아니며 적국에게 건넨 자료도 아닌데 로버트김이 한국대사관 직원에게 자료를 건넨 것이 간첩죄에 해당된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 이 역사적 사실이 미국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이며 기본 입장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 정보부가 한국의 대통령실을 도청했다는 의심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김태효 국가안보실 차장은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오히려 두 나라의 신뢰가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미국 백악관을 한국 국가정보원이 도청했다면 미국은 관련 인물들을 찾아내 모조리 간첩죄로 처벌했을 것이며 한국 정부의 사과와 대가를 요구했을 것이다.

조국을 사랑한 재미동포가 아무 대가 없이 제공한 정보로 공무원 신분을 박탈당하고, 9년의 징역과 3년의 보호관찰을 당했다는 사실을 윤석열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로버트김에게 북한 동향 정보를 받은 백동일 대령은 아직도 미국비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전라남도 장성군 영천로 168 3층
  • 대표전화 : 061-392-2041~2042
  • 팩스 : 061-392-24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동빈
  • 법인명 : (주)주간장성군민신문사
  • 제호 : 장성군민신문
  • 등록번호 : 전남 다 00184
  • 등록일 : 2003-07-04
  • 발행일 : 2003-08-15
  • 발행인 : 류이경
  • 편집인 : 변동빈
  • 장성군민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장성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snews1@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