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虎口)
호구(虎口)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3.04.17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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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는 범의 아가리란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처지를 이르는 기본 의미가 있지만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널리 쓰인다. 자충수나 묘수와 같이 바둑에서 유래되어 생활어가 되었는데 상대편 바둑 석 점이 둘러싸고 한쪽만이 트인 그 속을 말하는 것으로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먹이를 낚아채려는 모습이라 하여 호구라 일컫는다.

그 속에 들어가면 그냥 먹잇감이 되는데도 그것을 알면서도 들어가는 멍청한 경우를 가리킨다. 3·16 한일정상회담이 이뤄진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한국의 입장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일본이 더욱 노골적인 역사왜곡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8독도가 일본땅이라 명시된 2024년도 초등 교과서 검정 통과를 공표했다. 저들이 검정심의회에서 통과시킨 초등학교 5, 6학년 사회 교과서에는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70년 정도 전부터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등의 표현도 추가됐다. 앞서 지난해 3월 일본 문부과학성은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는데 여기선 일본군 종군 위안부’, 조선인 강제 연행등 표현이 사라지고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억지가 강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고교 교과서 왜곡이 이번에는 초등학교 교과서로 넓혀진 것이다.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으로 한일관계 복원에 나선 윤석열 정부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역사왜곡 뿐만 아니다. 교토통신은 윤 대통령이 스가 전 총리를 만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NHK일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다케시마(독도)를 둘러싼 문제에 대하여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관련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전부 다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독도와 관련해선 전혀 얘기가 없었다고 말하는 등 일본 언론 보도대통령실 부인 또는 확인 불가라는 패턴만 반복하고 있다.

일본측 보도는 자국 정치인들의 언론플레이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하나하나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윤 대통령이 먼저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한일 회담 전 주요 의제부터 일본 언론을 통해 공개하더니 강제동원 3자 변제에 이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정상화,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WTO 제소 취하, 화이트리스트 복구 등 일본에 양보만을 거듭했다.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로 주장하는 일본의 안보문서 개정에 대해 일본 쪽 입장을 이해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바도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두고 최악의 굴욕외교, 외교참사, 구걸외교, 조공외교와 같은 듣기에도 민망한 수식어가 난무하고 있음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일본의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라는 대통령실과 정부 발표를 믿고 싶지만 한국이 호의를 보이면 일본이 이에 답하리라며 국민여론도 짓밟고 일본의 강제동원 피해를 한국이 알아서 배상하기로 하는 등 백기투항외교를 하고 난 뒤의 결과라니 참담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일련의 한일관계 생각만 하면 호구(虎口)’라는 쓰디쓴 낱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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