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구 일대 학원가에서 무료 시음회를 가장해 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포함된 음료수를 나눠준 사건이 알려지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먼 이야기로 치부했던 마약 관련 사건이 일상생활 반경, 특히 어린 학생들 가까이 침투하면서 학부모들은 ‘외부 음식 차단’ ‘모르는 사람 접근 차단’ 등 자녀 단속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 3일 오후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무료 시음행사를 가장해 필로폰과 엑스터시 등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고등학생들에게 나눠 준 일당 일부가 바로 전에는 약 1.5km 떨어진 한 중학교 교문 앞에서 학생들에게 음료를 건넨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 학교 인근 CCTV에는 하교 시간인 오후 4시 반경 학교 앞 사거리에서 일당 중 한 명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학교 방향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되는가 하면, 인근 주민으로부터 ‘큰 비닐봉지에 음료가 담긴 통을 넣어 들고 다니며 학생들에게 접근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번 사건은 일당이 건넨 ‘집중력 강화제’라고 적힌 음료를 마신 학생들이 이튿날 어지럼증을 호소하자 학부모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진행한 간이 시약 검사 검사에서 필로폰 등 마약 성분이 검출되면서 전모가 드러나게 됐다.
이들은 또 시음 과정에서 구매 의사 확인에 필요하다며 부모 연락처를 확보한 뒤 ‘자녀가 마약을 복용한 것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협박 전화를 하는가 하면, 작년에도 학원 전단과 함께 마약이 든 사탕을 나눠준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 하고 있다.
경찰은 7일 현재 일당 4명 중 3명을 검거하고, 아직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20대 여성의 행방을 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당들이 다른 지역에서도 추가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확인하면서 배후 세력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의 한 학부모는 “우리나라가 더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연예인, 부유층, 클럽 등 대상과 공간이 한정됐다고 생각했던 마약 사건이 내 주변에서, 그것도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침투했다는 것에 경악했다”며 “아이들에게 모르는 사람의 접근을 피하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음식은 절대 받거나 먹으면 안 된다고 수십 번 당부하고 다짐을 받았지만, 방법을 바꿔서 언제 어떻게 또 아이들을 노릴지 모르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실수로 1회 투여했을 경우 바로 병원에 가서 세척하면 중독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며 ‘무엇보다 나이에 상관없는 철저한 마약 예방 교육과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