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기관 홍보, 비문 없는 백비와 대조적
방문 기관 홍보, 비문 없는 백비와 대조적
  • 권진영 기자
  • 승인 2023.02.21 22:29
  • 호수 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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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 배우러 왔는데 광고하고 생색내는 꼴
군 “청렴교육 재개, 주변 정비 계획 수립 중”
박수량 백비
박수량 백비

아곡 박수량 백비 전시실 외벽을 뒤덮고 있는 백비를 찾은 기관·단체홍보판이 박수량 선생의 곧고 청빈한 삶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청렴함을 배우러 왔다는 공무원과 기관 임직원들이 자신들의 방문 사실을 광고하고 생색내는 꼴이라는 비판이다. 청렴문화교육 소관 부서인 평생교육센터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중단됐던 청렴교육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제기된 의견을 포함해 주변 정비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백비 방문 기관·단체 전시 눈살

“4월 교육 재개 전 정비 예정

비문 없는 백비로 널리 알려진 조선 시대 청백리 아곡 박수량 묘 들머리에 있는 백비 전시실 출입구를 제외한 3면의 외벽에는 그동안 이곳을 다녀간 기관·단체 이름과 CI가 프린트된 알록달록한 타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도 모자라 전시실 옆쪽 목재로 만들어진 청렴 게시대도 이곳을 찾은 기관 타일로 덮이는 중이다.

장성군이 전국 공직자와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청렴문화 체험교육의 바탕에는 조선 시대 우리 지역 출신 두 청백리, 아곡 박수량 선생과 지지당 송흠 선생이 있다.

백비를 방문한 기관·단체들을 전시한 백비 전시실 외벽과 청렴게시대
백비를 방문한 기관·단체들을 전시한 백비 전시실 외벽과 청렴게시대

박수량은 장관급인 한성부판윤과 호조판서 등을 역임한 중종~명종 대의 공직자다. 39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집 한 채 없이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등 청빈한 삶을 살았다.

박수량 선생이 청빈하게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명종은 듣건데, 경의 집 부엌에서 연기가 나지 않는 때가 한 달 중 절반이라는데···”라는 편지와 함께 쌀을 하사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박수량 선생은 평소 자식들에게 판서 벼슬까지 올랐으니 그 영화는 과분한 것이다. 내가 죽으면 시호도 받지 말고 묘 앞에 비석도 세우지 마라고 했다. <명종실록>에는 가속들이 장례 지낼 형편이 못돼 임금께 청하여 장례를 치렀다는 내용이 나와 있고, 명종은 묘지석을 하사하면서 박수량의 청백함을 알면서 비에다 그 실상을 새긴다는 것은 오히려 그에게 누가 되는 일이라며 아무것도 적지 않은 빗돌을 그대로 세우라 했다. 이것이 백비다.

그러나 박수량 선생의 생전 당부와 달리 훗날 후손들은 정혜공이라는 시호를 받았고, 백비의 몇 배나 되는 빗돌에 그의 행적을 적어 묘 옆에 세웠다. 이도 박수량 선생과 명종의 뜻에 반하는 일이지만 더 어울리지 않는 건 묘소 초입 전시실과 청렴 게시대를 장식한 알록달록한 기관·단체들 광고판이다. 청렴함을 배우러 왔다는 기관·단체들이 자신들의 방문 사실을 널리 알리고 생색내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또 박수량 선생의 청렴 정신을 제대로 배운 교육생들에게는 부끄러운 홍보판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4월 중 교육 재개를 목표로 프로그램, 숙박·식당 시설 등을 점검하고 있고, 더불어 전시실과 게시대 정비 부분도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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