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건위 “불용됐는데 ‘확보’ 보고” 질타
2021년 12월 3일 국회 본회의 의결로 2022년도 정부 예산에 반영됐던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을 위한 부지매입비 등 28억 원(토지매입비 23억, 공사비 5억)이 불용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내용은 지난 17일 제348회 장성군의회 임시회 일자리경제실 소관 2023년 군정 업무보고 자리에서 나왔다. 차상현 위원은 “의원들도 몰랐다. 불용처리된 예산을 뭐하러 의회에 와서 ‘확보’라고 보고하나”라고 질타했고, 오원석 의원은 “머리 깎고 애걸복걸했는데 고작 이런 결과,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서에서 제출한 주요업무 추진계획 보고자료 「국립심뇌혈관연구소 설립 추진-그동안 추진 실적」 에는 ‘국립심뇌혈관연구센터 설립을 위한 ’22년 정부예산 28억 원 확보(’21.12.03)-2022년도 예산안에 부대의견(전라남도와 협의) 명기로 장성 설립 근거 마련’이라고만 기재돼 있을 뿐 예산 불용에 관한 언급은 없다.
질병청 용역 결과 ‘센터’→‘연구소’로
KDI 타당성 용역 재조사 결과는 5월에
2007년 국립심뇌혈관센터 장성 유치 계획 발표와 장성군민 1만인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된 이후 100대 국정과제 및 광주전남 상생공약으로 채택됐다. 2020년 센터 설립의 주관 부서가 보건복지부에서 질병관리청으로 바뀌면서 사업 규모가 확대됐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1만3500㎡에 사업비 490억 원 규모의 센터 조성을 추진했으나 질병관리청 자체 용역 결과 1980억 원을 들여 3만4000㎡ 부지에 연구소를 짓고, 조직은 1부 4센터 28과로 구성해 독립 연구소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사업 규모는 커졌지만 질병청 용역 결과가 보건복지부 용역 결과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기획재정부의 조정 심의를 거쳐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지난해 5월부터 ‘국립심뇌혈관연구소 설립사업 타당성 재조사’를 진행 중이다. 결과는 올 5월경 나올 것으로 보인다.
’23년 예산 207억 요구했지만 25억 반영
2022년 말 센터 설립을 위한 정부 예산 28억 원이 승인될 당시 국회가 발표한 2022년도 정부 예산안 부대 의견에 ‘질병관리청은 전라남도와의 협의를 통해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노력한다’고 명시한 것이 알려지자 군민들은 전라남도-장성군 일원 센터 설립에 관한 확실한 근거가 마련됐다며 안도했다. 앞서 질병관리청이 용역 결과를 토대로 기존에 확보했던 정부 예산 43억7천만 원을 불용처리하고 2022년 예산 반영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당시 유두석 군수는 청와대 집회에서 삭발식을 벌였고, 대책위원회를 발족한 장성군민들은 총궐기대회를 열어 성난 민심을 표출했다.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전남·광주 의회, 전남도의사회와 사회단체연합회 등의 성명서 발표가 잇따르는 등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항의도 거셌다. 그러나 KDI 타당성 재조사 개시 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2년 센터 설립 예산 28억이 결국 불용 처리됐고, 지난해 10월과 11월 국회를 방문해 2023년 정부 예산에 부지매입과 실시설계비 207억 원을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25억 원 반영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5년 염원, KDI 용역 결과에 달려
조지연 일자리경제실장이 업무보고 때 ‘국립심뇌혈관연구소 설립 추진’ 관련 계획을 발표하자 심민섭 의원은 “정부 공식 발표가 있기 전 우리가 먼저 국립심뇌혈관센터가 아닌 국립심뇌혈관연구소라 명시할 필요 없다. ‘센터’로 통일하라”고 요구했고 조 실장은 “연구소와 병상 200여 개 규모의 임상병동을 갖춘 센터 설립이 당초 계획이었으나 용역 결과 센터보다는 연구소 기능에 더 부합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재부 타당성 재조사 용역 결과가 5월 중 나올 것,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이후 내년 본예산에 반영되도록 집중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차상현 의원은 “삭발 투혼, 서울 상경 시위는 병동을 포함한 센터 설립에 대한 군민들의 염원인데 구체적인 내용과 계획을 알고 있지 못한 것은 우리 군의 허술한 대응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동안의 진행 과정을 보면 23년도 예산으로 확보한 25억 원 역시 불용처리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또 “보고자료만 봤을 때는 지난해 센터 설립을 위한 예산 28억 원이 불용처리됐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며 “이런걸 뭐하러 의회에 와서 보고하느냐”고 쓴소리했다. 이래저래 KDI 타당성 재조사 용역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장성군. 소관 부서가 자료를 통해 밝힌 추진계획 역시 ‘KDI 타당성 재조사 결과 자료 대응 및 신속 진행 요구(2023.1~)’ 한 줄에 그쳤다.
한편 군은 ▲인구감소대응계획 수립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 ▲미래첨단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광주연구개발특구 첨단 3지구 개발사업 ▲음식산업을 통한 골목상권 활성화 등 민선 8기 핵심 군정 목표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9월 30일 단행한 민선 8기 조직개편을 통해 일자리경제실을 신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