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국정책의 수준에 머무는
쇄국정책의 수준에 머무는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3.01.25 14:27
  • 호수 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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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지 않고 문호를 굳게 닫아 서로 통상하지 않는 정책을 쇄국정책이라고 한다. 1842년 영국은 아편전쟁으로 중국의 문호를 강제로 개방시켰고,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은 베이징을 점령하여 굴욕적인 베이징 조약을 맺었다.

18661월 대원군의 천주교 탄압 교령에 의해 프랑스 선교사 9명을 처형하는 병인박해가 시작되면서 조선은 프랑스와 전쟁을 하였고, 1871년에는 제너럴셔먼호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도 전쟁을 벌였다. 대원군은 영국의 중국 점령에 겁을 먹었기 때문에 앞에 서건들을 핑계로 서양 오랑캐의 침입에 맞서 싸우지 않고 화평하자는 것은 매국노라며 전국 각지에 척화비(斥和碑)를 세웠다. 쇄국정책은 위정척사사상을 바탕으로 봉건지배계급이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민중들의 반봉건 항거를 봉쇄하는데 매우 유효적절하였다. 위정척사는 올바른 것을 지키고 거짓된 것을 배척한다는 뜻이지만 이는 성리학의 가치관에 의거하여 서양의 사상과 가치를 사악(邪惡)한 것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반 외세운동이다. 따라서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지 않고 서양과의 교역도 반대하였다.

하지만 이 시기 서양에서는 증기기관차가 운행되었고, 일본과 청나라는 서양문명을 받아들여 근대 사회로 진입하였다. 세계정세를 읽어내지 못했던 대원군과 위정척사파들로 인해 조선은 근대화의 흐름에서 뒤떨어졌고, 마침내는 열강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박은식은 [한국통사]에서 대원군을 세계의 변화를 모르는 국제적인 장님이라고 평했지만 변화와 개혁을 반대했던 조선의 봉건주의자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호남창의의 총수로 활약한 송사 기우만은 동학농민혁명이 일본군과 관군에 의해 무산되자 동학당 토평비비문을 지었고 동학교도를 도적떼라는 의미인 동학비도(東學匪徒)라고 불렀다.

성리학만이 절대적 진리이며 봉건사회 체제를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겼던 사대부들은 서양의 문명과 천주교의 확산을 두려워했고, 개혁세력과 천주교에 대한 탄압을 단행하였다.

물론 위정척사파가 침략세력으로부터 국권을 수호하고, 의병활동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대한독립 운동의 한 축이 되었다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대원군의 쇄국정책과 사대부의 위정척사는 조선의 문호개방과 근대화를 지연시켰으며 조선이 근대적 시각과 능력을 갖출 시간적 여유를 박탈했다는 점에서는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은 마치 북한이 한때 고집했던 주체사상과 흡사한 점이 많다. 주체사상의 핵심이 반외세, 자주 통일이지만 세계질서는 북한을 더욱 고립으로 빠뜨릴 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파병한 아크부대를 찾아 “UAE의 적은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고 말해 파장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이란과 수교 60주년이 되고활발한 교역을 이루고 있으며 주요원유의 수입국 중의 하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미국의 이란 제재 원칙에 동참하며 이란에서 수입한 원유 대금 70억달러(86천억원)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원유수입의 70%가 이란의 영토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하고, 이곳을 지나던 한국 선박이 이란의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적이 있는 경험으로 비추어 원유 대금의 지급을 요구하며 한국 선박을 나포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이란 외무부는 한국 측에 공식 입장을 요구하였고, 한국은 궁색한 변명을 하였지만 그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란이 UAE의 적이라는 윤대통령의 말은 사실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중동의 정세를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나온 발언이다.

우리는 윤대통령의 발언으로 지도자의 세계관과 철학 그리고 가치가 몰고 온 파장이 얼마나 크고 심각한지 새삼 실감하고 있다. 한편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로 단체장의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웃 담양군과 장성군을 비교하면 여실히 드러난다. 변화하는 세상을 읽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대원군의 쇄국정책이나 다를 것이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지도자의 무지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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