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없는 사회는 희망도 없다
철학이 없는 사회는 희망도 없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3.01.01 21:27
  • 호수 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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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밥 먹여주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철학은 밥은 먹여주지 못할지라도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준다. 석가모니는 왕위를 사양하고, 궁궐을 떠나 가사 한 벌과 밥그릇 하나만으로 일생을 살았지만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았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르쳤다.

예수는 찢어진 옷을 입고, 거친 밥을 먹었으며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했지만 그 어떤 부자나 높은 지위와 권력을 가진 사람보다 더 행복하였고,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였다. 철학은 무한한 상상력을 갖게 하고, 상상력은 창의력의 바탕이 된다.

이 무한한 상상력은 현미경이 발명되지도 않은 2천여 년 전에 하나의 티끌에도 온 세상이 담겨있다는 충격적이고, 위대한 상상을 가능하게 하였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손톱만한 크기의 칩에 수천 편의 영화를 저장할 수 있게 되었고,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정자는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작은 크기이지만 엄청난 유전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이 현대에 와서 증명되었다.

이런 과학의 발달로 다가온 4차산업 시대에 인공지능 로봇은 사람보다 수천 배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더 빠르게 계산하며 단 하나의 실수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만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 상상력과 창의력은 자신을 궁구(窮究)하고 내면을 성찰하는 사유(思惟)의 힘에서 비롯된다.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대부분 성()과 경()을 선비가 살아가는 방법으로 여겼다. 퇴계 이황, 율곡 이이 그리고 하서 김인후와 망암 변이중도 한결같이 성경(誠敬)을 강조하였다.

()이란 자신을 정성스럽고 진실하게 갈고 닦는 것을 뜻한다. 그러기에 혼자 있으면서도 삼가고 조심하는 신독(愼獨)을 수행처럼 여겼고, 생각마저도 사특함이 없도록 하는 사무사(思無邪)를 공부의 궁극으로 삼았던 것이다. 공자는 공부의 끝을 생각마저도 순수하고 잡되지 않아 마음 가는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수행으로 어느 경지에 오른 사람들을 눈 밝은 납자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눈이 밝다는 말을 혜안(慧眼)을 가졌다고도 한다. 깨달음은 마치 어두운 방에 촛불을 켜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은 다른 사람은 물론 모든 사물을 공경으로 대하는 태도이다. 공경하는 이 마음이 인()이며 예()이고 불교의 자비(慈悲)이고, 예수의 사랑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공경함은 겸손에서 우러나는 것이며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에서 싹을 틔운다. 공경함이 실천되면 사람과 이웃 그리고 국가 간에 다툼이 일어날 수 없으며, 자연을 함부로 파괴하지 않아 환경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철학을 하는 이유는 바로 지혜의 눈을 갖고자 함이며 인간과 세상의 실체를 진실로 알기 위함이다. 그런데 철학이 없는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고, 많은 돈을 거머쥐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정의를 잃고, 나아갈 길을 방황하며 더욱 암울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수상을 역임한 저우언라이(주은래)1976년 사망하자 유엔(UN)본부에 조기가 걸렸다. 조기 게양을 반대하는 국가에 대해 발트하임 유엔 사무총장은 중국은 문명고국으로서 금은재화가 부지기수이고 인민폐도 헤아릴 수 없게 많다. 그러나 저우언라이 총리는 생전에 한 푼의 저축도 없었다.” 세계 어느 지도자도 이런 지도자가 사망한다면 조기를 게양하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영웅 호치민은 프랑스 식민지 아래서 독립운동을 한 뒤 베트남의 초대 주석을 지냈다. 그는 내가 죽은 후에 웅장한 장례식으로 인민의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내 시신은 화장시키고, 재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 도자기 상자에 담아 하나는 북부에, 하나는 중부에, 하나는 남부에 뿌려다오. 무덤에는 비석도 동상도 세우지 말라고 유언했다.

중국은 지금 세계 최강국의 반열에 올랐고, 전쟁과 부패로 폐허가 되었던 베트남은 아시아의 새로운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 뿌리에는 저우언라이와 호치민 같은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철학을 궁구하여 혜안을 가진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것이고, 다음으로 잘 훈련된 정치인이 지도자가 되는 것이며 최악의 경우는 군인이나 힘으로 국민을 다스리려는 경우다. 새해에는 성()과 경()으로 자신을 갈고 닦는 지도자들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희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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