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농촌이 없는 농업정책 그만
농민`농촌이 없는 농업정책 그만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2.10.31 16:23
  • 호수 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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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농업, 농촌, 농민 정책 마련해야
장성군, 전시성 농민`농촌정책 뿐 미래 안 보여

장성군에 대규모 아파트형 채소류 생산 공장이 들어서게 되면 어떻게 될까? 공장식 생산으로 식재료는 안정적으로 공급되겠지만 농촌과 농민은 사라지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지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농업정책은 경쟁력 위주의 엘리트 농정으로 농업`농촌의 복합적이고 다기능적인 기능을 무시하고, 대형화, 기업화에 집착하고 있다.

전국농민회가 스마트팜 반대시위를 하며 농업의 기업화, 농업의 자본 예속을 저지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2021년 가톨릭농민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쌀생산자협회,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환경농업단체연합회, GMO반대전국행동은 농가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농민과 농촌을 무너뜨리게 만드는 기업형 스마트팜 추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2019년 기준 전라남도 농가는 143천 가구로 201515만 가구 대비 4.2%가 줄었다. 불과 5년 만이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5천만원 이상 또는 1억원 이상 소득을 올린 농가는 크게 증가하였다.

영세농가는 농업 외에 다른 소득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겸업농가는 2019년 기준으로 2015년에 비해 12% 늘었으며 겸업 소득은 2015389만 원에서 2019702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는 영세농가의 이농을 막기 위해 대농 위주의 규모화 농업정책의 하나인 면적직불금에서 중`소농의 소득 안정을 위한 공익직불제를 시행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영세농은 농촌의 노령화와 함께 증가하고 있다.

 

<삼농정책이 기본이 되어야>

과거 우리나라 농업은 농민과 농촌이 함께 공존하는 삼농(三農)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농업정책은 1990년대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과 한미 FTA 협상을 지나면서 농민과 농촌은 몰락시키고 농업만 남는 경쟁력 중심, 고소득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경쟁력 중심의 농업정책은 마치 편리함과 신선함, 쾌적함 등을 갖춘 대형마트가 인정이 넘치던 재래시장과 동네 구멍가게를 사라지게 만든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대농은 살리고 중`소농은 죽이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양계업의 대부분을 수직계열화하여 양계농가를 하청업체로 만든 하림의 사례에서 보듯이 수십억 원이 소요되는 스마트팜이나 기업형 농업은 결국 농업은 발전하고 농민과 농촌은 죽이는 정책이다. 이러한 경쟁력 중심의 농업인 기업형 농가, 자본 집약적 농업은 소수의 엘리트 농가만을 남기고, 다수의 농민을 농촌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결국 농촌과 농민이 없는 농업으로 만들게 된다. 더구나 우리나라 농업지원 정책이 대부분 지자체의 권한이 거의 없이 중앙정부의 입맛에 맞게 지원된다. 문제는 재정자립도가 약한 농촌 지역 지자체에서 지역의 지리적 여건이나 현실에 맞게 농업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혁신 기술이 농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스마트팜의 경우도 무조건 반대가 아닌 기술의 소유가 기업농 또는 자본농이 아닌 소농의 연대 농민 공유농업이나 자치단체의 공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농업의 규모화나 기업화가 소수에 독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농촌의 농업 실질 소득은 199548%에서 201530%로 감소하였으며 1994년 처음으로 1천만 원을 넘었으나 20191026만 원을 기록하여 25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 이는 이 기간 동안의 물가 상승 등을 비교하면 농업소득은 사실상 반토막이 난 것이다. 더구나 이 기간 동안 농업 기술의 발전, 시설과 장비의 현대화 등을 감안한다면 실로 놀라운 일이다. 25년 전 농업의 조수입(경비 등을 포함한 수입)에서 경영비의 비중은 33%에서 201970%로 증가하였는데 규모확대와 시설투자가 가장 큰 원인으로 조사되었다. 따라서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조수입이 30% 감소하면 농업의 실질 소득은 0원이 되는 것이다.

 

<미국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우리나라 농업정책>

1940년대 미국은 화학비료의 대량생산을 통해 과잉 생산된 밀과 옥수수 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발생한 수입 감소를 대체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렸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은 제3 세계 국가에 밀과 옥수수를 무상으로 원조하는 법을 제정하였고, 우리나라는 1950년 이후 6.25 전쟁으로 인한 가난과 폐허에서 이들 원조 곡물이 허기를 달래주는 고마운 식량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값싼 옥수수와 밀의 수입으로 우리나라 옥수수와 밀은 거의 사라지고 밀의 99%, 옥수수의 95%, 콩은 75%를 수입하고 있다. 더구나 식품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값싼 유전자변형 옥수수와 콩의 수입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 농업에서 농산물 수입 자유화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 농정구조를 개혁한다며 수도작에 비해 생산 단가가 높은 축산과 채소, 과일 등의 생산을 위한 투자가 집중되었고, 이들 농산물의 품질이 높아지고 생산량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값싼 외국산 농산물의 수입증가와 맞물려 과잉 생산된 과일, 채소 등의 품목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는 경영비 증가로 인한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25년 전 명목 조수입은 1500만 원에서 3400만 원으로 1900만 원이나 증가하였지만 경영비도 500만 원에서 2400만 원으로 1900만 원이 늘어나 농업소득은 1000만 원으로 변하지 않았다. 경영비 상승은 기계화와 시설원예 그리고 축산업의 확대로 인한 감가상각비와 사료비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농가의 고소득을 위한 경쟁력 중심, 엘리트 농업의 투자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대농 중심의 농업정책은 담보 능력이 부족한 가난한 농민에게 보조사업이나 정책 자금 지원조차도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대농은 한 농가가 여러 보조사업을 수십 년 동안 독식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농촌의 부익부 빈익빈을 더욱 심화시키게 만들었다.

 

<중소농의 농업 외 소득 늘려야>

농가소득은 크게 농업소득과 농업 외 소득 그리고 이전소득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전소득이란 농업인 연금, 기초노령연금 등과 같은 소득을 말한다.

1994년 기준으로 농업소득과 농업 외 소득 그리고 이전소득의 비중은 52:30:18이었으며 25년이 지난 2019년에는 25:42:27로 농업소득은 절반으로 줄고, 농업 외 소득과 이전소득은 증가하였다. 위와 같은 자료에서 확인되었듯이 농가소득에서 농외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따라서 농촌`농민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농외소득을 늘려주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1억 이상 고소득 농가는 대부분 축산, 대규모 전업농이며 중`소농가일수록 농외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지속가능한 농촌., 다기능적 역할을 수행하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소득 농가의 육성이 아니라 농외소득이 많은 중`소농가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농촌의 농외소득은 태양광발전, 농촌관광, 농업체험, 농산물 가공, 농산물 유통 판매 등이 있다. 고소득 농가에 속하는 축산 농가가 수입 사료값의 폭등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축사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발전으로 인한 수입이라고 한다. 하지만 유휴지, 1ha 미만의 소농 경작자들이 태양광 설치를 하려고 해도 워낙 규제가 심해 전답을 방치하면서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도작의 기계화 비율은 98%에 가까워 벼를 심고 농약을 하고 추수를 하는 과정을 전문가에게 의뢰할 수 있지만 밭의 경우는 기계화 비율이 70%에도 미치지 못해 고령의 농업인들이 농사를 짓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러 규제로 인해 태양광 발전소 설치가 불가능하다. 저수지 또는 댐 등에 주민 주도형 태양광 설치로 연금 혜택을 누리고 있는 지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성군은 저수지 등에 태양광을 설치할 수 없도록 조례로 규제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일찍이 가축의 사육과 원예 등 농업체험이 관광에서 머물지 않고, 노인의 치매 완화와 발달장애 어린이의 치유에 활용되고 있다. 정부는 농업의 6차산업을 추진한다고 떠들었지만 치매 환자의 농업체험이 의료보험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이는 확산되기 어렵다. 농산물 가공과 유통`판매 등은 소농가의 공동 가공 시설을 늘려주고, 지자체가 가공품의 안전과 위생을 보장해주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태양광발전소 규제 완화, 치유농업의 의료보험 적용, 소규모 농가의 농산물 가공 지원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농업`농촌의 미래를 생각해야>

농업은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폭우, 태풍 등 예측 불가능한 기상악화로 위기의 상태에 직면해 있으며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세계적인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농업과 농촌은 식량 안보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며 환경을 보존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게 하는 다기능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농촌은 지역(도시와 인접한 곳)과 지리적 여건(평야와 산간지역) 사회경제적 조건(도농복합도시와 농업중심지역)이 크게 달라 지자체마다 농업정책도 달라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농업정책과 다른 지역 농업발전을 계획하고 추진하기는 어렵다. 이는 장성군을 비롯한 지자체가 농업에 지원하는 예산이 대부분 중앙정부의 농업시책을 대행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재정자립도가 10%에 미치지 못하는 장성군의 현실적 여건이 안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농업`농촌의 주인은 농민이고, 농정과 농업정책의 중심은 농민이어야 한다.

따라서 농업정책을 수립할 때는 농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며 농민과 함께 소비자와 관계전문가의 의견이 집행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야 한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 이사장은 농업의 문제는 농민뿐 아니라 농민단체, 농협 임직원, 지역 소비자(주민), 농업관련업 종사자, 공무원 등이 참여하여 농정 추진과 관련한 각 주체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시스템 구축, 교육과 정책 사업의 연계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농업의 융복합 사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민선8기 장성군의 핵심 농업정책으로 추진할 계획인 외국인 근로자 인력풀 구축 농특산물 온라인 판매 쇼핑몰 장성몰구축 국립아열대작물실증센터 안정적 설립 1억 원 이상 고소득 농가 육성 잔디특화공원 조성 등이 과연 미래 농업을 고민하고 농민과 농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인지 의문이다.

기후위기에 따른 탄소 농업 실현, `소농가 육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 구축, 농업 외 소득을 위한 방안, 농촌 소멸을 막기 위한 대책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성군은 적어도 10년 후 장성의 농업`농민`농촌을 준비하는 농업정책을 농민과 소비자(주민), 농업관계자 그리고 공무원 등이 모여 다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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