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한 재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한 재해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2.08.16 23:16
  • 호수 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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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발생한 집중호우로 사망 또는 실종자가 14명으로 집계되었다. 장마철에 평균 350mm 가량의 비가 내리는데 이틀 동안 서울에는 420mm가 내렸고, 양평에 382mm가 내렸으며 동작구에서는 한 시간 동안 141mm의 물벼락이 쏟아졌다.

신림동의 반지하 방에서는 장애를 갖고 있는 40대 여성 두 명과 10대 소녀 등 일가족이 침수된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하였고, 동작구의 또 다른 주택에서도 침수로 인한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2019년 반지하 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기생충1천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였고, 2020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4개 부문의 수상을 하기도 했다. 외신은 이 영화에 빗대어 서울시의 ‘jihabang’에 사는 40대 여성 두 명과 10대 딸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지구는 지금 기상 이변에 의한 홍수와 태풍 그리고 이상 고온에 따른 산불과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월 호주에서 발생한 폭우로 수만 명이 대피하고, 10여 명이 사망하였는데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군부대는 물론 장갑차가 동원되기도 했다.

엔서니 호주 총리는 천년에 한 번 있을 자연재해라며 17개 피해지역을 자연재해지역으로 지정하였다. 지난해 830일 미국 뉴욕을 강타한 허리캐인 아이다는 100만 세대의 가구에 전기가 끊기고 수십 명의 사망자를 발생하게 하였는데 대부분의 사망자가 불법 개조한 지하실이나 공동주택의 지하방에 사는 저소득층이었다고 한다. 뉴욕에는 약 10만여 명의 저소득층이 불법으로 만든 지하방에서 살고 있다고 하는데 집중호우가 내릴 때마다 인명 피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가구 등의 침수로 반복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캐나다는 올해 심각한 폭염으로 밴쿠버의 리턴 마을은 기온이 섭씨 49.6도까지 올라갔고, 폭염으로 인한 산불로 마을의 90%가 불에 탔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7월 첫째 주 밴쿠버에서 1주일 동안 발생한 돌연사 사망자 719명 가운데 상당수가 환기가 잘되지 않는 집에서 홀로 사는 가난한 노인이었다고 한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온열질환자 가운데 인구 1만 명 당 저소득층은 21.2명이었고, 고소득층은 7.4명이 발생했다고 조사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보다 3배 가까운 온열질환이 발생한 것이다. 더우면 선풍기나 에어컨을 켜고, 추우면 보일러는 틀면 된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에어컨을 구입하기도 어렵고, 전기요금을 감당하기도 어려우며 겨울에 난방용 기름을 살 여유도 없다.

기후 위기를 불러온 나라는 석탄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부자나라로 상징되는 선진국이고, 부자들인데 비해 기후 위기에 의한 피해는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도로가 좁아 차량이 통행하기도 어려운 산기슭에 집을 짓고 사는 달동네에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달동네 사람들과 같은 처지인 지하방에 사는 사람들은 홍수가 발생하면 하수구가 막히고,주거지가 침수되며 목숨마저 위협받게 된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시에 발생한 집중호우로 비상상황이 일어났는데도 퇴근 시간에 맞추어 집으로 돌어갔고, “퇴근할 때 주변 아파트도 침수되었다고 말했다. 아파트가 침수될 정도면 집으로 들어갈 것이 아니라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나와 각 부처의 보고상황을 종합하여 적절한 지시를 내려야 하고, 대통령이 시시각각으로 재난상황을 확인하고 관계부처 장관을 독려해야 한다. 그런데 세 명의 일가족이 반지하방에서 침수사고로 숨진 현장에 가서 윤석열 대통령은 왜 탈출하지 못했느냐는 생뚱맞은 소리를 하고 대통령실은 국민안전이 최우선입니다는 제목으로 대통령이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고 홍보하고 나섰다.

수년 전 부탄에 갔을 때 부탄 국왕이 산사태가 일어난 마을의 주민들을 구호하기 위해 허리에 끈을 묶고 계곡을 건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통령은 지하방과 지하상가에서 국민들이 죽어갈 때 높은 아파트에 앉아서 전화로 지시나 한 것이다. 신은 모두에게 공평하다고 했는데 가난한 사람들에겐 재해마저도 더 가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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