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민주주의의 꽃 ‘주민자치’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 ‘주민자치’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2.08.07 00:41
  • 호수 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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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총회로 직접 민주주의 실현
무안군 주민자치 역량강화 워크숍
무안군 주민자치 역량강화 워크숍

오는 924일경 장성읍 주민자치회가 주민총회를 열 계획이다. 주민총회는 주민자치의 실질적인 실현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인구가 적은 외국의 일부 기초지방자치 도시에서는 지방의회를 두지 않고, 주민총회에서 지방세의 징수세율, 예산 및 주요 정책사업들을 주민이 모여 직접 결정하기도 한다.

미국의 타운미팅(주민회의)과 스위스의 게마인데 총회가 대표적인 사례로 모든 유권자 또는 세대의 대표자가 일정한 장소에 모여 다양한 사안에 관해 주민투표를 통해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 주민총회의 역사와 의의 그리고 스마트 시대의 주민총회가 지방자치에 미칠 영향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주민총회의 역사>

주민총회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 민회(2500여년 전)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인구는 20~30만명으로 추산되며 성인 남성 4~5만 명이 시민권을 얻어 정치에 참여하였고 이들을 대표하는 6000여 명이 연 40회 회의를 통해 주요 공공의제를 토론하고, 정책을 결정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던 귀족들의 화백제도를 꼽을 수 있다. 화백제도는 나라의 중대사에 관해 여러 관리가 모여 의논한 뒤 만장일치로 의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조선시대에는 자연부락을 단위로 공동생활에 관한 모든 문제를 토의하고 결정하는 동회(洞會)가 있었는데 마을의 축제인 동제(洞祭)를 비롯해 농로, 친목, 풍기, 품앗이, 부조, 구휼, 행정 등에 대해 성인 남성들이 모여 논의하고 결정하였다.

현대에 와서는 미국의 주민총회(Town meeting form)와 스위스의 기초자치단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주민총회(Gemeinde) 주요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미국의 주민총회는 매년 최소 1회 이상 개최되며 선거권을 보유한 모든 주민의 직접 참여로 예산안을 확정하고, 조례 제정 등의 중요정책에 관한 토론과 표결이 이루어지는 마을 최고의 의결기관으로 3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주민총회는 뉴잉글랜드 지역(뉴욕의 북동부 지역 6개주)에서 더욱 발달하였는데 영국에서 이주한 개신교인들이 본국의 통제가 약한 미국의 북동부 지역에 정착하여 자유로운 자치법과 행정제도를 실현하기 위해 주민들의 의지에 따라 실시되었다.

 

<뉴잉글랜드와 스위스의 주민총회>

뉴잉글랜드 지역에서는 주민총회가 의회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어 지방의회가 존재하지 않고, 지역주민들이 직접 주민총회에 참석하여 집합적 회의체를 구성해 타운의 예산을 비롯한 주요 정책을 직접 결정하는 의결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주민총회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모든 유권자가 참석하는 주민총회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대표가 참석하는 대의적 주민총회다. 대의적 주민총회의 대의원은 보통 50~400명 사이의 유권자로 구성되며 이들에게 주민총회의 권한을 위임하게 된다.

메사추세추 시츄에이트 주민총회는 1636년에 설립되었는데 조례제정권과 예산 승인권을 갖고 있어 지방의회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인구는 18.760명이며 예산은 88,702,350(1064억원)달러로 1년에 1회 예산회의가 열리고, 필요할 때마다 임시주민총회가 열린다.

스위스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직접민주주의제를 도입하여 대의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스위스는 1830~1860년대에 걸쳐 민주화운동을 통해 국민투표와 국민발안제가 실시되었다. 게마인데는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같은 성격으로 칸톤(광역시도)으로부터 위임받은 공공 사무를 수행하고 있다.

게마인데는 인구가 적은 곳은 주민총회가 실시되고, 인구가 많은 곳은 게마인데 의회(지방의회)를 구성하여 주민총회를 대신하게 된다. 전체 게마인데 가운데 80%가 주민총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지방의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편 스위스의 일부 칸톤에서는 칸톤의회가 재정 규모가 적은 예산이나 조세의 범위 등을 결정하고 주민총회에서는 헌법의 제정과 규모가 큰 재정지출, 칸톤 정부의 각료 선출 등을 하게 된다.

 

옥천군 동이면 주민자치총회
옥천군 동이면 주민자치총회

<대의민주주의 한계에 대한 대안 주민자치>

1995년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2000년대 이후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그 기능에 한계에 부닥치면서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정치과정에 전달될 수 있는 직접`참여`심의민주주의의 기제로 주민자치와 주민총회에 점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2021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방의회에 권한을 확대하였지만 의회의 권한이 커진 것에 비하면 주민들은 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스위스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인구 3만 명 내의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지방의회가 존재하지 않고, 주민총회가 지방의회를 대신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민총회는 기초자치단체에서 더 분화된 읍`, 동에서 조직된 주민자치회가 중심이 되어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재생 정책이나 지역의 환경 문제 등 지역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주요한 결정을 지방자치단체의 독단으로 수행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의 협력적 거버넌스의 확산은 지역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모델이 되고 있으며 점차 확산되고 있다.

1945815일 해방이 되고 지방자치법이 제정되었을 때는 지방자치의 기초단위가 읍`면이었고, 최초로 면민들이 면의원을 선출하여 지방자치를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6.25전쟁과 정치적 혼돈 그리고 결정적으로 19615.16 군사 쿠데타에 의해 지방자치는 제대로 실현해 보지도 못하고 끝나버렸다.

따라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읍`면을 중심으로 조직된 주민자치가 더욱 활성화되어 주민총회가 자리 잡았을 때 진정한 지방자치가 실현된다고 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 권한 확대 절실>

``동의 주민자치 활성화가 절실히 필요한 까닭은 주민들이 읍`면동을 벗어나 시`군단위로 확대되면 주민의 민주의식과 참여의식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총회를 통해 조례의 제`개정은 물론 지역의 고유사무를 직접 결정함으로써 주민의 자기 결정권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하는 지방자치는 주민자치의 실현에서 꽃 피울수 있다.

최근 주민총회에서 논의된 의제와 결정사항 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청양군 청양읍 주민총회에서는 쌈지주차장 장기주차 유료화, 원앙공원 주차장 전환사업을 과반수 이상으로 찬성 의결하였고, 불법 쓰레기 투기 감시용 CCTV설치, 치매예방용 노인 장난감 지원, 청소년 쉼터 조성,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우선 사업으로 결정하였다.

거창군 신원면 주민총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찾아가는 주민총회 방식으로 진행하였는데 농산물 무인판매대 설치, 추모공원 앞 진달래 동산 조성, 태극기 게양기 설치 및 태극기 보급, 경로당 정수기 보급, 골목길 꽃길 조성 등을 안건으로 제시하였다.

고성군 동해면 주민총회에서는 마을별 종량제 봉투 수거함 설치, 우리마을 위험지역 난간 설치 사업, 경로당 식탁 및 의자 구입 사업을 선정하였다.

주민총회가 자리매김하고 주민자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주민참여예산제도의 확대가 절실하다. 현재와 같은 형식적인 주민참여 예산제가 아닌 예산의 편성과정에서부터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민자치계획형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읍`면 행정조직과 읍`면 주민자치회가 통합형 또는 협력형으로 재편되어야 하며 읍`면장의 공모 또는 주민자치회장이 읍`면장을 대신하는 단계에 이르러야 진정한 주민자치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스마트시대에 맞게 주민들의 의견 수렴과 결정을 주민총회 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대부분의 주민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어서 1년에 한 두 번 정도는 주민총회를 열고, 사안에 따라 주민의 의견 수렴이 필요할 때는 스마트폰 투표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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