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불여장성이 낳은 문단의 별 (5) 분단된 조국과 어머니를 위해 부른 노래/ 오영재
문불여장성이 낳은 문단의 별 (5) 분단된 조국과 어머니를 위해 부른 노래/ 오영재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2.06.21 12:12
  • 호수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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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동/ 시인, 장성군홍보대사
  1. 북녘으로 간 소년 오영재

오영재는 1935년 장성군 장성읍 기산리에서 태어났다. 11세에 교사인 아버지가 전근함에 따라 함평, 강진으로 이사하여 강진에서 초중등학교를 졸업했다. 이 때문에 강진에서는 오영재를 강진 사람이라고 주장하였고, 세간에 그렇게 알려졌다. 그러나 필자가 2015년에 『장성문학대관』을 편찬할 때 만난 그의 형이자 소설가인 오승재 교수는 오영재가 장성 사람임을 확인하였다. 오영재는 한국전쟁 때 북한군에 점령당한 후 16세에 형을 대신해 인민의용군에 입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살 소년 오영재는 의용군 훈련을 받고 있을 때 막냇동생을 업고 70리 길을 8월의 폭염 아래 병약한 몸으로 온종일 걸어서 해 질 무렵에야 당도한 어머니를 훈련소의 정문에서 단 몇 분간의 면회를 한 것이 마지막 이별이었다. 

오영재는 특별하게 문학에 뜻을 두어 본 적이 없었지만, 『전선문고』의 시들에 감동을 받아 제대될 때까지 신문과 잡지 등 출판물에 시를 써서 발표하였다. 작가 동맹에서는 그의 재능을 보고 작가학원에 입학시켜 주었고, 국가에서 장학금과 생활지원금을 받았다. 

1960년에는 평양 작가학원을 졸업한 후, 조선문학창작사 작가로 활동하면서 북한의 매 시기에 문예노선과 방침을 시적으로 충실하게 형상화한 모범시인으로 평가받았으며, 북한 문단을 주도하는 제2세대 시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2. 어두운 북녘땅에서 반짝인 큰 별 오영재

대표작으로 1960년대 천리마 기수를 형상화한 「조국이 사랑하는 처녀」「여기에 광부들의 일터가 있다」 등과 분단문제를 다룬 「복수자의 선언」 「영원히 하나인 조선의 길이여」등이 있다. 이 밖에도 「주체의 태양」「주체를 지켜 우리는 승리하리라」등 주체사상과 김일성을 찬양하는 시를 지었다. 시집으로 『행복한 땅에서』(1973)『철의 서사시』(1981)『대동강』(1985)『인민의 아들』(1992) 등이 있다. 평양의 주체사상탑에는 오영재의 시가 새겨져 있다.

1989년 3월에는 남북작가회담 예비회담 대표를 맡기도 했으며, 그해 5월 김일성상을 수상해 계관시인이 되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중앙위원을 거쳐, 1995년 12월에는 노력영웅 칭호와 김일성훈장을 받음으로써 북한에서 '최고 시인' 대우를 받았다. 

2011년 10월 23일 사망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계관시인 오영재(75)가 23일 갑상선암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하며 "그의 서거에 대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고가 발표됐다. 조국과 인민 앞에 세운 그의 공적은 길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영재의 가족
오영재의 가족

3. 오영재의 작품세계

서정시 「조국이 사랑하는 처녀」(1961)와 「여기에 광부들의 일터가 있다」(1965)는  천리마 시대의 인간다운 아름다움을 감동적으로 일반화하고 그들의 사상적 내면세계를 형상화하였다. 천리마 시대의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정신은 근면 성실한 노동이다. 시인은 지하 막장에서 헌신적인 노동을 하고 있는 평범한 광부들의 모습을 재현하여 천리마가 달려나가는 시대적 맥박을 생동감 있게 그렸다. 

「복수자의 선언」은 민족 분열의 고통을 뼈아프게 체험하고 있는 인민들의 심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여기에서는 분열된 조국과 남북한 통일문제를 놓고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없다는 것에 강조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경향을 지닌 작품으로는 서정시 「영원히 하나인 조선의 길이여」(1973)가 있다. 「복수자의 선언」이 감상에 젖은 관념적 시라면, 이 작품은 구체적이고 행동적인 표상을 그리고 있다. 

그의 시들은 분단된 조국, 그리고 민족의 아픔과 눈물, 통일에 대한 염원으로 가득 차 있다. 비록 김일성 주체사상에 젖어 있긴 하지만, 사상 이전에 조국애와 민족애가 뜨겁게 흐르고 있고 조국 통일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고 있다.

「조선인민의 결심」(1968)도 혁명과 건설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인민의 전투적 기백과 혁명적 열정, 필승의 신념을 작품 전반에서 형상화하고 있다. “혁명의 거세찬 폭풍 속에서 자기의 참된 생활과 호흡을 찾는 인민”에게 있어서 평범하게 맞고 보내는 하루가 아니라, 혁명과 건설을 다져나가는 “초인간적인 힘과 신념을 가진”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안일과 해이와 타락을 모르는 인민들이 오직 혁명과 투쟁 정신으로 나아가는 기백을 긍정적으로 자랑한다. 더불어 주체의 혁명 위업에 대한 필승의 신념을 예술적으로 일반화하고 있다. 

또한 서정시 「주체의 태양」(1972)은 주체사상의 긍지와 정론성이 강한 혁명적 기백을 노래하고 있는 시작품이다. 「주체를 지켜 우리는 승리하리라」(1995)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2000년 남북이산가족상봉
2000년 남북이산가족상봉

4. 2000.8.15. 남북이산가족 상봉과 오영재

오영재는 2000년 제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 북측 방문단으로 서울에 와 형제들을 만났다. 당시 어머니를 추모하며 지은 시선집 『추모곡』을 부모의 영전에 올린 뒤 시를 직접 낭송하여 민족을 울림으로써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늙지 마시라, 어머니여/ 세월아, 가지 말라/ 통일되어/ 우리 만나는 그 날까지도/ 이날까지 늙으신 것만도/ 이 가슴이 아픈데/ 세월아, 섰거라/ 통일되어/ 우리 만나는 그 날까지라도/ 너 기어이 가야만 한다면/ 어머니 앞으로 흐르는 세월을/ 나에게 다오/ 내 어머니 몫까지/ 한 해에 두 살씩 먹으리// 검은머리 한 오리 없이/ 내 백발이 된다 해도/ 어린 날의 그 때처럼/ 어머니 품에 얼굴을 묻을 수 있다면// 그 다음엔/ 그 다음엔 내 죽어도 유한이 없어/ 통일 향해 가는 길에/ 가시밭에 피 흘려도/ 내 걸음 멈추지 않으리니// 어머니여/ 더 늙지 마시라/ 세월아 가지 말라/ 통일되어/ 내 어머니를 만나는 그 날까지라도/ 오마니! 늙지 마시라, 어머니여….

 

오영재는 2005년엔 백두산 등에서 열린 '6ㆍ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에도 북측 대표로 참가했다. 

오영재의 어머니
오영재의 어머니

 

5. 남쪽에 남은 가족들의 이야기와 『분단의 아픔』

오영재에겐 승재(이학박사, 한남대 교수), 형재(서울시립대 교수), 근재(홍익대 교수) 창재(자영업) 등 형제와 필숙, 영숙 두 여동생(주부)들이 있다. 그 중 형인 승재는 소설가로 그의 저서 『분단의 아픔』에서 가족관계와 가족사를 상세히 밝히고 있다. 

남쪽의 가족들은 전쟁 때 홀로 북쪽에 떨어진 동생이 죽은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신문을 통해 그가 북한에서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그들은 제1회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반세기 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 자리에서 서로가 얼마나 가족을 그려 왔는지 확인하고는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이제 시인 오영재는 이 세상에 없지만, 그와 가족이 주고받은 시와 편지를 이 책으로 엮어 냈다. 북녘에서 가족을 그려 온 한 시인과 남녘에서 그를 기다려 온 고향 가족의 그리움을 담은 이 책은 우리 민족의 생생한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오영재의 시 「다시는 헤여지지 맙시다」를 싣고 싶으나 지면이 부족하여 생략한다. 다만 통일이라는 역사적 민족적 사명을 안고 있는 처지라서 오영재가 쓴 「통일을 안아오자」 중 일부를 따 옮긴다.

 

통일 없이 가는 것도 세월이냐

통일 없이 사는 것도 민족이냐

세기의 마지막 이 년대에

통일아, 우리 너를 불러오지 못한다면

미래가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냐

2천년대가 무슨 소용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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