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가 사는 곳엔
군자가 사는 곳엔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2.06.20 10:22
  • 호수 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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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문학자이며 정치가인 유우석(772~842)21세에 진사과에 합격하였고, 26세에는 대과에 합격하여 관직에 올랐으며, 여러 직책을 두루 거치고, 65세에 은퇴하여 71세에 사망했다.

특히 그가 지은 글 가운데 누실명(陋室銘)은 여러 사람이 글을 쓰고, 시를 짓는데 인용하여 많이 알려져 있다. ‘산은 높지 않아도 신선이 있으면 유명하고, 물은 깊지 않아도 용이 살면 신령하니, 이곳이 누추한 집이라 하나 오직 나의 덕으로 향기가 난다(山不在高 有仙則名 水不在深 有龍則靈 斯是陋室 惟吾德馨,후략)’

누실명의 끝 구절에서 남양 땅 제갈량의 초가집과 한나라 때 서촉에 양웅의 정자(亭子)를 비유하였는데 양웅은 학문이 깊고 기이한 글자를 잘 알았는데도 궁궐의 문지기 벼슬에 머물렀다고 한다.

논어 자한(子罕)편에 공자가 구이(九夷)지방에 가서 살려고 하니 어떤 사람이 물었다. “그 곳은 누추한 곳이니 어떻게 하시렵니까?” 공자는 군자가 거주한다면 무슨 누추함이 있겠느냐고 답했다.

동쪽에는 아홉 종족의 오랑캐가 살고 있었는데 구이는 예의가 없는 침략자 오랑캐가 살고 있는 땅인데 공자가 어찌 그곳에 가서 살려고 하느냐는 말이고, 공자는 군자가 머물게 되면 저절로 사람들이 교화가 되어 누추함(예의염치가 없는)이 사라진다고 답한 것이다.

구례군 마산면에 있는 쌍산재는 해주오씨의 고택으로 5천여 평의 대지에 손님을 맞는 사랑채와 하인들이 기거하는 건너채, 안채와 별채가 있으며 사내아이들이 글 공부를 하던 서당채(서소헌)와 여자아이들이 생활하는 경암당(絅菴堂) 등이 있다. 서당채로 들어가는 문은 가정문(嘉貞門)이라고 이름하여 아이들의 마음이 아름답고 반듯하게 자라라는 교훈을 새겼다.

경암당의 경()자는 홑옷(얇은 삼베)이란 뜻으로 시경과 중용에 의금상경(衣錦尙絅)이란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속에는 비단옷을 입고 겉에는 삼베옷을 두른다는 말이다. 여인이 비단옷을 입고 다니면 자칫 질투하거나 시기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니 비단옷 위에 삼베옷을 걸쳐 입는다는 말이다. 재산이 많거나 지식이 높다 하더라도 이를 자랑하지 않고, 겸손하게 생활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쌍산재에는 큰 뒤주가 있어서 보릿고개 때는 식량이 없는 사람이 쌀이나 보리를 가져다 먹고 이듬해에 이자 없이 가져간 만큼 뒤주에 다시 채워놓게 하였는데 그 때 사용했던 뒤주가 아직도 쌍산재에 남아있다.

해인사나 송광사 등 총림에서 가장 큰 어른을 방장(方丈)이라고 부른데 방장이란 원래 가로 3m 세로 3m의 방을 뜻하였다. 유마거사라고 하는 스승이 머무는 방이 방장의 크기였는데 그가 병이 들어 문병을 온 3만여 명의 대중이 한꺼번에 그 방에서 설법을 들었다고 한다. 그 뒤로 큰 스승을 방장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훌륭한 스승이 머무는 곳은 방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그의 법력이 중요함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지 한 달이 지나고, 집무실도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옮겨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되었다. 청와대 터가 불길하다는 어느 역술인의 조언이 영향을 주어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게 되었다는 말이 떠돌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대통령 부인을 위한 부속실 마련을 특별한 층수를 지정하여 마련하라고 했다고 하여 구설수에 올랐다.

대통령의 집무실은 우선 안전해야 하고, 그 다음엔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국가 경영에 왜곡되지 않고 잘 전달되는 것으로 충분하다. 영부인의 집무실 또는 부속실도 마찬가지다.

지관의 말에 따라 터를 보고, 방향을 잡고, 층수를 고르는 것은 미신에 빠져 바른 생각과 판단을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나 할 일이다. 훌륭한 덕과 성품을 가진 사람은 머무는 곳이 향기롭고 아름다운 명당이 된다. 한낱 시골 선비도 덕의 향기로 이웃을 교화하였는데 대통령이 명당 타령이나 해서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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