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불여장성이 낳은 문단의 별(2)
문불여장성이 낳은 문단의 별(2)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2.05.22 22:32
  • 호수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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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어린이를 위해 살다 간 동요작가 '김일로'

1. 장성이 낳은 거인(巨人) 김일로

김일로(1911~1984)는 본명이 종기, 아호가 한길(一路)이다. 1911년 전남 장성군 북하면 신성리 24번지에서 김사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일제의 토지 수탈로 20세 되던 해 무일푼 단신으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오사카에서 살면서 일본의 단시인 하이쿠를 공부하였다. 김일로는 19456월 귀국하여 해남군 황산면에 정착하여 농사를 지으면서 야학을 열어 운영하다가 대지주 이해균의 도움으로 야학 교사들과 함께 1955년 황산실업중학교를 세웠다. 김일로는 국어교사로 재직하면서 황산실업중학교의 교가를 지었다.

나이 40에 얻는 큰아들의 맑은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동요를 쓰게 되었고, 진학하지 못한 어린이들을 가르치면서 동요를 지었다. 그는 1953년 해남에서 첫 동요집인 꽃씨를 냈고, 1960년에는 어린이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매월 두 차례씩 총 8회에 걸쳐 노래 선물 꽃씨’ 24개 동요 악보를 수록하여 전라남도 관내 100여 개 초등학교에 411부를 무료로 보냈다.

김일로는 목일신과 함께 1930-50년대에 가장 활발히 아동문학 활동을 한 전남 지역 아동문학의 개척자요, 선구자였다. 1964년 윤석중이 엮은 한국동요시집에는 김일로의 동요가 가장 많은 8편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 윤석중과 더불어서 수준 높은 작품을 많이 쓴 동요시인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2. 목포를 예술의 1번지로 가꾼 김일로

김일로는 1958년 목포로 이주한 후 예술인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목포예술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김일로에게 목포는 어린이를 위한 예술의 바다를 향해 떠난 항구였다. 국도 1호선의 출발점이면서 호남선의 종착역이었다. 그는 그런 목포에 정착하여 본격적인 예술활동을 시작하였다. 동요의 창작, 독특한 서체의 개발과 목각, 시와 그림의 조화를 통한 이미지의 형상화, 어린이 글짓기 교육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하면서 여러 장르를 넘나들었다.

그는 고향의 흙냄새가 몸에 흠뻑 배여 있었고 된장국이 베풀어주는 텁텁함이 물씬 묻어났으며, 가까이 가면 편안해져서 기대고 싶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문화예술인들이 늘 그와 교유하기를 원했다. 그는 시와 그림과 노래와 글씨를 벗하며 어린이와 산하(山河)를 노래하는데 전심을 다하였다. 김일로는 남농 허건, 아산 조방원, 의제 허백련, 운보 김기창, 고암 이응노, 오승우, 임직순 등 화가들과도 각별한 사이였다. 19593許南農·金一路詩畵展을 개최하였으며, 계속 一路·雅山 시화전, 김일로 매정 이창주 시화전, 김일로 시화전(남농화 병제), 김일로 선생 고희기념 시전」 「김일로 시 목각전을 열었다.

김일로는 이러한 활동으로 한 공로로 성옥문화대상(1980), 전남도문화상(1963) 등을 받았다. 1981년 예총 목포지부장 역임하는 등 목포의 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고, 목포문화원에서는 그의 공적을 기리고 그의 작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금년 22,000여 페이지에 이르는 김일로 전집(4)을 발간하였다.

 

3. 나의 한 길(一路)은 어린이의 마음에 꽃을 피우는 것.

김일로는 제도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었지만, 아동문학가이자 교육자였으며, 시인이었고, 서예가였다. 인간성이 상실되어가는 시대에 그 누구보다도 인간의 향기를 품고, 착하게 살면서 예술인으로 오직 한길만 걸었다. 그는 1963년부터 글짓기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어린이들에게 글 쓰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새로운 글짓기교실(1966)을 펴내기도 했다.

김일로는 어린이의 마음에 들 때까지 어린이들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 ‘웃음을 보기 위해서동시를 썼다. 그는 한국전쟁이 준 슬픈 눈물을 웃음이 샘솟는 희망으로 바꿔주고 싶어 어린이의 마음이 풀어질 때까지 상처 난 마음을 보듬어 주는 동요를 쓰기로 한 것이다. 김일로의 삶에서 동심을 빼놓고는 어떤 것도 논할 수 없다. 이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상황에서 아동이라는 인간상을 재인식하고, 그 인간형성을 뒷받침하려 적극적인 의도와 자연과 인간과 사물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어린이라고 밝힌 바와 같이 그는 동요와 동시를 쓰는데 전심을 기울였다.

그의 꽃씨는 노래를 부름으로써 시의 생명을 살리고 모든 정서가 밖으로 표출되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동요집이다. 동요집 말미에는 노래모음악보도 실려 있어 동요에 대한 장르 의식이 분명했음을 보여준다.

 

4. 김일로 문학의 특징

김일로는 시의 첫 행은 신이 내린다.’고 말했다. 그만큼 시는 영감에 의해 씌여진다는 것과 첫 행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시는 비유 하나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시를 쓰기가 쉽다는 것이 아니라 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적절한 비유와 깊은 사고가 필요한 것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김일로가 쓴 200여 편의 동시는 간결하면서도 여백이 많은데다 맑고 순수하고 따뜻하여 큰 울림과 감동을 준다. 그는 17자 이내로 쓰는 일본의 하이쿠를 배웠지만, 그의 시는 하이쿠보다 훨씬 더 축약과 함축성이 풍부하며, 여운과 여백의 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의 시는 모든 사물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보고 있으며 극히 정제된 언어로 아주 간결하게 썼지만, 그 울림은 메아리보다 깊고 잔잔한 호수의 물결보다 은은하다. 아래에 예시한 몇 편의 동시를 보더라도 김일로의 동시는 승려들이 쓰는 선시보다 더 의미가 깊은 시이다. 아래의 시들을 보면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 / 보려고/ 다시 일 년 -꽃씨 하나

두메는/ 다섯 집도/ 큰 동네// 뻐꾸기/ -뻐꾹// 산울림이/ 더 크다. -우리 동네

벼이삭이/ 모두 집으로 들어갔다// 들녘은/ 텅 비인 운동장// 달하고/ 기러기하고// 놀고/ 있다. -들녘

 

산기슭/ 물굽이/ 도는 나그네/ 지팡이/ 자국마다/ 고이는 봄비 - 望鄕旅人逢春雨와 같은

7언절구의 한시를 덧붙여 1982년 간행한 시집 頌山河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려 애쓴 김일로의 노력이 빛나는 시집이다. 이 외에도 많은 작품을 발표하거나 육필을 남겼으나 시집으로 엮어내지 못하였다.

 

5. 갈 곳 없는 김일로의 귀중한 예술작품과 자료

김일로는 자기의 자녀들과, 모든 아이들을 위하여 시를 썼다. 그는 이원수 외에는 다른 아동문학가들과 교류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동시는 어떤 작가의 작품보다 뛰어났음에도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다. 심지어 장성문화예술공원에 103기의 예술작품의 조형물을 설치할 때도 김일로의 주옥 같은 작품은 선정되지 못했다. 필자는 장성문화예술공원에 들어설 때마다 윤석중의 달 따러 가자라는 조형물 앞에서 씁쓸한 마음으로 김일로가 고향을 그리워하며 썼을 그의 시 뻐꾸기/ 울어/ 진달래 피는/ 산기슭에/ 돌이네 마을// 개울이/ 강이 되어/ 고기떼가 노는/ 물가에/ 순이네 마을// 돌이도/ 순이도/ 못 잊어/ 떠올리는/ 우리 고향.” (고향전문)을 외우곤 한다. 김일로의 고향 신성리가 바로 장성문화예술공원의 뒷곁에 있기에 더욱 가슴 아프다.

김일로는 매우 많은 자료를 남겼고, 그 자료는 아들 김강에 의해 잘 보관되고 있으나 김일로문학관이 세워지지 못한 관계로 일반에게 전시되지 못하고 있고, 그 중 극히 일부만 장성 북이면 사거리 소재 비오리갤러리문학관에 전시되고 있다. 김일로문학관이 지어진다면 우리는 김일로의 문학작품은 물론, 시화, 서각, 그림 등 뜻깊은 예술을 감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박형동/ 시인 장성군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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