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2주년 기획 특집
5.18 42주년 기획 특집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2.05.17 00:44
  • 호수 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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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충근 기자 5.18. 그건 ‘인간사냥’이었다.
‘만행’ ‘폭거’ ‘무차별 공격’ 따위의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광주의 희생자들
광주의 희생자들

지난 2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말할 것도 없고, 학교와 병원까지 폭격을 가해 그동안 수천여 명의 민간인이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하였다.

서방과 유엔은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와 경제적 교류를 끊고 있다. 전쟁 중에도 민간인의 학살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특히 부녀자를 살상하는 행위는 가장 추악한 근대적 전쟁으로 간주하며 국제사회가 규탄하고 있다.

오는 5.18일은 광주민주항쟁 42돌이 되는 날이다. 1980518일부터 27일까지 10일 동안 193명이 사망하고, 65명이 행방불명되었으며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자 376명 그리고 구속과 고문을 당한 피해자는 1589명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5.18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학살의 최고 책임자인 전두환이 죽고, 진압책임자들도 대부분 세상을 떠났지만 5.18은 아직도 미완의 숙제로 남았다.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무차별 폭력>

30여 년 전의 일이다. 필자가 아는 한 노인이 병으로 한쪽 다리를 자른 일이 있다. 그때 이웃의 다른 노인이 말하기를 인공(인민공화국, 6.25 전쟁 때를 일컬음) 때 빨찌산으로 입산한 남자의 집에 찾아가 남편의 행적을 밝히라며 부인을 발로 차고 겁탈하더니 그렇게 되었다고 말했다.

재판도 없이 죽창으로 사람을 찔러 죽이고, 부녀자를 겁탈하고, 재산을 약탈했던 19506.25전쟁의 추악한 과거가 30년 뒤 우리의 군인에 의해 민간인에게 가해질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1980518일부터 527일까지 단 열흘 동안 대한민국 군인에 의해 총은커녕 돌맹이 하나 들지 않은 대한민국 광주의 부녀자와, 어린이와 노인과 민간인이 학살당했다면 믿을 수 있는 일인가?

1993년 대법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전두환을 중심으로 하나회가 일으킨 신군부 반란군의 계엄조치에 대한 광주의 청년 학생들의 시위를 난폭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규정하였다.

1980517일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는 계엄령 확대와 함께 정권을 장악하기 위한 내란을 일으켰고, 이 소식을 들은 전남대, 조선대, 광주교대 학생들이 518일 오전부터 학교에 모여 이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에 앞서 제7공수특전여단 33대대가 18일 새벽 2시 전남대를 점령하고 학생들을 모두 학교 안에 감금하였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들도 공수부대원에게 두들겨 맞아 다친 사례가 수두룩하였다.

18일 오전 10시 전남대 후문, 조선대, 광주교대에서는 공수부대원들의 일방적인 폭력사태가 발생하였고, 광천동 버스공용터미널과 충장로의 다방 그리고 도청 앞 무등고시학원 등 젊은이들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공수부대원들이 나타나 이들을 무조건 폭행하고 청년들은 실신한 채로 끌려갔다.

공수부대원들은 청년들을 무차별 폭행한 뒤 실신 상태에 이르면 옷을 모두 벗기고, 포승줄로 묶어 트럭에 태웠다. 그들이 청년들을 폭행하고 체포하기 전에 한 행위는 확성기를 통해 시민 여러분 바로 귀가하십시오단 한마디였고, 공수부대원들에게 내린 명령은 거리에 나와 있는 사람은 전원 체포하라였다.

 

사과도 하지 않고 간 전두환
사과도 하지 않고 간 전두환

<대검에 찔린 여고생의 젖가슴>

만행이란 말은 사람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야만적인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5.18 광주에서 공수부대(전두환 반란군)가 저지른 행위는 만행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당시 현장에서 취재했던 중앙일보 김충근 기자는 “ ‘만행’ ‘폭거’ ‘무차별 공격따위의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그건 인간 사냥이었다고 증언했다.

젊은 여성들의 블라우스를 찢고 치맛자락을 찢어 나체 상태로 만든 뒤 폭행하고, 특정 부분을 발로 차거나 심지어 강간까지 저질렀다는 증언이 여러 명에게서 나왔다. 심재영 산부인과원장은 공수부대원이 여고생의 교복 상의를 대검으로 찢고 유방을 대검으로 그어버렸다며 피가 가슴 아래로 주르르 흘러내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나중에 그 여고생은 19세의 최미자씨로 확인되었고, 전대병원에서 수술 후 겨우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황석영이 기록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에는 한 노인이 내가 일제 때 그 무서운 순사들도 보았고, 6.25때 공산당도 겪었지만 저렇게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것은 처음 보았다. 저놈들은 군인이 아니라 사람의 탈을 쓴 악귀라고 했다.

임신 8개월이던 최미애씨는 521일 오후 130분 전남대 앞 평화시장에서 남편의 귀가를 기다리다 공수부대원이 쏜 총탄에 머리를 맞아 숨졌고 8개월인 뱃 속에 아이도 함께 죽었다. 전남대 주변에 살고 있던 안두환(46)씨와 장방환(57)씨는 공수부대에 연행된 뒤 광주교도소 부근에서 암매장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화순 주남마을 앞에서 버스를 타고 화순으로 가던 18명의 시민은 버스를 향해 공수부대원이 난사한 총알에 맞아 현장에서 15명이 사망하고 3명이 살아남았다. 부상이 경미한 홍금숙과 2명의 부상자는 주남마을 공수여단 상황실로 옮겨졌고, 작전보좌관(소령)이 부상자를 데려왔다고 책망하자 공수부대원들은 이들 부상자 2명을 인근 야산으로 데려간 뒤 총으로 쏘아 죽였다.

 

총칼에 희생된 10대들
총칼에 희생된 10대들

<10세 전재수 어린이는 마을 앞동산에서 피격되어 사망>

1980524일 진월동 마을 앞동산에서 같은 마을 어린이 2명과 놀던 전재수(10)는 배를 관통하는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전재수 어린이는 당시 겨우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효덕동에 있는 원제마을 저수지에서 목욕을 하고, 귀가하던 방광범(13)은 전남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던 중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하였다. 박현숙(,16)은 하복부에 총상을 입고 사망하였다.

송암동을 지나던 공수여단 62대대는 장갑차를 앞세워 철수하던 중 도로 양편에 매복한 육군 보병학교 소속 교도대의 공격을 받고, 9명의 사망자와 3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아군에게 총격을 받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공수여단은 민간인에게 화풀이를 했다. 인근 마을에 살고 있던 김금순씨의 집에서 김씨의 아들 권근립과 김승후, 임병철을 연행해간 군인들은 오인사격 현장에서 이들 세 사람을 총살하였으며 권근립씨가 사육하던 칠면조 2백여 마리와 젖소까지 쏴 죽였다. 아무 이유도 없는 분풀이 대상으로 민간인이 희생당한 것이다.

이건 전쟁도 아니고, 내전도 아니었으며 총칼을 가진 군인들에 의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은 민간인이 살육당했을 뿐이다.

공수부대의 도청진압 과정에서 손옥례(20)는 대검에 왼쪽 가슴이 찔리고, 진압봉에 맞아 온몸이 두부처럼 짓이겨진 다음 아랫배에 수십 발의 총탄을 맞은 상태로 숨졌다.

군은 헬기에서 사격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부인하다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국방부 특별조사위의 조사결과 2018238년 만에 헬기 사격을 공식으로 인정하였다. 1980521일과 27일 헬기 사격이 있었으며 황영시 계엄사 부사령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시민에 대한 조준사격과 무차별 보복 살해 그리고 헬기에서 시민들에게 사격까지 했다. 대한민국 군인이 적이 아닌 목숨을 걸고 보호해야 할 자국의 국민에게 잔인한 살육을 한 것이다.

이 잔인하고 미친 짓이 대한민국 군인에 의해 발생하였는데 국민을 살육한 반란 군인들에 대한 처벌은 미약하였고, 역사적 사실도 땅속에 묻혀있는 것이 5.18의 현실이다. 5.18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살육자들의 역사적 단죄가 이루어지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5.18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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