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 맞아 백양사 주지 무공스님께 듣는다
부처님 오신날 맞아 백양사 주지 무공스님께 듣는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2.05.01 23:47
  • 호수 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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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불교의 화두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교구본사 최초 백양사 ‘탄소 중립 생명살림 실천’ 선언
백양사 주지 무공스님

오는 58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지난 313일 동안거 해제일에 조계종 교구본사 가운데 최초로 기후위기 탄소중립을 위한 생명살림 실천을 선언한 백양사 주지 무공스님을 만났다.

한편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지난 210일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의 대안으로 사찰림의 불교 자산을 탄소 흡수원으로 활용하여 녹색 지구 실천 운동 서약을 하였다.

백양사 주지 무공스님은 탄소중립 선언문에서 백양사를 비롯해 말사 스님과 직원 그리고 신도들을 위한 매뉴얼 보급과 불교적 실천활동을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세대에게 녹색 지구를 물려주자고 말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의 불교적 실천의 구체적 내용과 이 시대 불교가 탄소 중립에 나서는 이유 등에 대해 물었다.

 

변동빈 대표 : 스님! 안녕하십니까. 먼저 오는 58일 부처님 오신날을 축하드리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한 부처님 말씀을 한마디 해 주십시오.

무공 스님 : 부처님께서는 인간의 모든 고통은 탐진치(貪瞋痴)에서 비롯된다고 하셨습니다. 그 가운데 첫째가 탐욕입니다. 따라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궁극적으로 탐욕을 버리는 것입니다. 탐욕을 버리면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고, 편안함을 얻으며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지구가 병들고, 환경이 오염되는 이유는 바로 인간의 탐욕에 의한 결과입니다. 물질의 소비를 통한 만족이 아니라 청빈하고, 검소한 삶을 통해 행복을 얻도록 가르치는 것이 부처님 말씀입니다. 물질 만능주의에 빠진 이 시대가 가장 요구하는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변동빈 대표 : 지구는 지금 불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인과 종교지도자들마저도 불타고 있는 지구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정치인과 종교지도자 그리고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일 중에 환경의 복원을 꼽고 있습니다. 불교의 환경운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요?

무공 스님 : 법화경에 부자의 커다란 저택에 불이 났는데 어린아이들이 놀이에 빠져서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을 욕망에 사로잡힌 중생에 비유한 내용이 있습니다. 지금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는데 인간은 탐욕과 이익에 빠져 이 지구를 더욱 위험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호킹은 지구 온난화로 200년 이내에 심각한 환경위기가 발생하고 1000년 후에는 인류가 완전히 멸망할 수도 있다고 예언했습니다. 이 모든 원인은 인간의 욕망에 의한 것이며 인간의 욕망은 결코 만족을 주지 못합니다. 끝없는 욕망을 더욱 갈구할 뿐이죠. 부처님은 공존과 나눔으로 안식을 얻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소유로도 표현되고, 자비와 보시로 실천하기도 합니다. 불교의 환경운동은 이런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4월 5일 백양사국립공원 식목행사
4월 5일 백양사국립공원 식목행사

변동빈 대표 : 백양사에서 지난 313(음력 215) 동안거 해제일에 기후위기 탄소 중립을 위한 생명살림 실천을 선언했습니다. 그 의미와 앞으로 구체적인 실천방안 등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무공스님 : 지구 온난화는 폭염, 집중호우, 계절을 가리지 않는 태풍 등 기후위기를 불러왔고, 예전에 없던 바이러스의 출현에 따른 질병의 확산으로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백양사는 탄소중립을 위해 사부대중과 더불어 말사 신도들이 다음과 같이 실천하여 후세에 녹색 지구를 물려줄 것입니다.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통해 자연과 더불어 수행하듯 미래세대를 위해 적게 소유하고 나누며 살겠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해 모든 물자 절약을 생활화하고 일회용을 쓰지 않으며 육식을 줄여나갈 것입니다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며 친환경 에너지전환을 위한 노력에 앞장서겠습니다 탄소흡수림으로 녹색 지구에 기여하고 있는 사찰림을 더욱 풍성하게 가꿀 것입니다는 내용입니다.

 

변동빈 대표 : 육류를 주식으로 해왔던 유럽이나 서구에서도 비건(vegan, 채식주의)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우리나라에서도 건강을 위해 비건 음식을 찾거나 비건주의(가죽 가방 등의 배제) 삶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템플스테이나 사찰음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사찰음식은 탄소 발생이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인들에게 사찰음식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무공스님 : 스님들은 발우공양을 하는데 육류가 들어있지 않은 가장 소박하고 담백한 음식이죠. 또한 발우공양은 음식쓰레기가 발생하지 않고, 그릇을 씻기 위한 화학 세제를 전혀 사용하지도 않아 가장 친환경적인 식사 문화입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먹을 만큼만 자신의 그릇에 담아서 먹는 뷔페식이죠.

또한 음식을 먹는 일도 수행의 하나로 공양을 할 때 반드시 다음과 같은 게송을 함께 낭송합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이를 오관게라고 하는데 사찰음식의 정신이자 바탕입니다. 과소비 음식문화가 빚은 현대인의 성인병 등을 치유하는데도 사찰음식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변동빈 대표 : 우리나라 산림의 1%가 사찰림이라고 들었습니다. 탄소를 흡수하는 산림이 난개발과 산불 등으로 훼손되어가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방안으로 사찰림을 풍부하게 조성하겠다고 하셨는데 실천 방법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무공스님 : 지난 45일 식목일에 백양사 스님들은 내장산 국립공원 백암산 사무소 직원들과 함께 단풍나무 등을 백암산 일대에 심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풍부한 산림을 조성하여 국민들이 숲을 체험하고, 숲의 소중함을 일깨우게 하며 옥상이나 자투리땅에도 작은 나무 한그루를 심는 문화가 조성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3월 13일 동안거 해제일 백양사 탄소중립 선언
3월 13일 동안거 해제일 백양사 탄소중립 선언

변동빈 대표 :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여러 사찰에서 일회용품 안 쓰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불교가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 등 환경운동에 앞장서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요?

무공스님 :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떤 것도 별개로 존재하는 것은 없고, 모두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연기(緣起)라고 하는데 나와 이웃은 물론 나와 우주 그리고 지구의 모든 생명이 하나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는 결국 자신을 파괴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죠. 우리가 버린 비닐과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서 바다의 물고기와 해초류에 흡수되고 다시 사람이 이를 먹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변동빈 대표 : 백양사는 사찰음식으로 공중파 방송 등에서 여러 번 소개되어 많이 알려졌고, 템플스테이 과정에도 사찰음식을 만들어보는 체험 등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단순한 음식 체험이 아니라 사찰 음식을 통한 새로운 정신문화를 이루어갈 수는 없을까요?

무공스님 : 불교적 삶은 소욕지족(少欲知足)에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탐욕은 모든 고통의 원인이고, 이를 버리기 위한 실천 수행으로 부처님은 자비행과 보시행을 가르치셨습니다. 사찰음식은 재료가 소박하고 담백하며 화려하지 않고, 음식을 먹는 과정이 수행의 하나로 여깁니다. 요즘의 음식문화는 낭비하고, 자극적이며, 탄소 발생의 중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음식을 먹는 것도 사람의 정신문화를 이루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인데 요즘의 우리나라 음식 문화는 마치 로마가 멸망하기 전과 너무 흡사합니다. 사찰음식으로 절제하고 삼가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할 때입니다.

 

변동빈 대표 : 이 시대에 절실하게 요구되는 여러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오는 58(음력 48)은 부처님 오신날입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장성군민과 독자들에게 덕담 한마디 해 주십시오.

무공스님 : 부처님 오신날에는 사찰은 물론 가정에서도 등을 켜고, 소원을 빕니다. 그런데 빈자일등(貧者一燈)이라는 교훈이 있습니다. 가난한 한 여인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 작은 등을 하나 켰는데 모든 등이 다 불이 꺼졌는데도 그 여인이 켠 등은 불이 꺼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간절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서원을 세우면 반드시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 위기와 코로나 19와 같은 바이러스도 인간이 초래한 업보이지만 이 또한 인간의 각성과 실천으로 극복할 수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서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더불어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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